[미디어펜=류준현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13일 기준금리를 3.50%로 결정하며 4연속 동결한 가운데, 이창용 한은 총재가 금리 결정변수로 '가계부채'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현 103%에서 장기적으로 80% 수준으로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1062조원을 돌파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임에도 불구, 금리를 동결한 만큼 부채 증가에 대한 경계감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13일 기준금리를 3.50%로 결정하며 4연속 동결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리를 동결하면서도, 가계부채 증가세를 거론하며 향후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80% 수준으로 내리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복현 금감원장은 가계대출 증가 폭이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며 관리 가능하다는 평가를 내놨다./사진=김상문 기자
반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가계대출 증가 폭이 걱정할 수준이 아니라며 "관리가 가능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주택담보대출이 정책 모기지 등의 영향으로 늘어났지만, 물가를 과도하게 자극하거나 소비를 촉진할 만한 대출은 아니라는 시각이다.
두 기관의 수장이 가계대출에 대한 온도차를 보인 가운데, 최근 은행권에서는 50년 만기 주담대를 하나둘 출시하고 있다. 대출자(차주)의 원리금 상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최적의 옵션으로 꼽히지만, 향후 가계대출 증가의 원인이 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 금통위는 전날 기준금리를 3.50%로 4연속 동결했다. 이 총재는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금통위 회의에서도 여러 금통위원들이 가계부채 증가세에 많은 우려를 표했다"면서 "이 문제는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고 정교한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근 주담대를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급격히 늘어난 것에 대해서는 "지금은 단기적으로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위해 자금흐름의 물꼬를 트는 미시적 대응이 필요하고, 중장기적으로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줄이는 거시적 대응에도 균형 있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달에만 주담대가 7조원 증가한 점을 가리켜 "우려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지속적인 디레버리징(부채축소)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은이 전날 내놓은 '2023년 6월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6월 말 1062조 3000억원을 기록해 전월 대비 5조 9000억원 증가했다. 잔액 기준 통계 작성 이래 최대 규모로, 증가폭은 2021년 9월 6조 4000억원 증가 이후 1년 9개월 만에 최대치다.
거듭된 금리 인상 여파로 감소세를 보이던 은행권 가계대출은 지난 4월 반등을 시작으로 6월까지 3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이 원장은 같은 날 한화생명의 '포용적 금융·따뜻한 동행을 위한 상생친구 협약식' 행사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은행 주택담보대출은 증가했지만, 비은행 주담대나 은행 신용대출은 감소세에 있다"며 "현재 증가 폭은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가계대출 증가분에 변동금리에서 고정금리로 바꾸면서 발생한 일부 증가분, 생활안정자금 등이 포함돼 있는 까닭이다. 과도하게 물가를 자극하거나 소비를 촉진할 만한 대출이 아니라는 게 이 원장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금감원) 예측 결과 연내에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보다 가계대출 증가율이 훨씬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변동금리 위주의) 악성 가계대출 비중도 줄어들고 있어서 결론적으로 가계대출이 관리 가능한 범위 내에 있고 추세도 나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서는 이 총재도 같은 의견을 내비쳤다. 이 총재는 전날 "가계부채 하향 기조를 가져가야 한다"며 "한은에서 이미 발표했지만 (가계부채가) GDP 대비 80% 수준으로 내려갈 수 있으면 좋겠다. 하루 아침에 할 수 없고 금리만 가지고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두 수장의 발언을 두고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미 금리 역전에도 불구 경기나 물가압력 등의 여파로 금리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경기부진으로 인해 가계대출이 늘어날 수 있는 환경이긴 하다"며 "오히려 이런 부분들이 가계부채 확대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고 부실화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장 위기가 오는 건 아니지만 (가계부채를) 관리할 필요는 있다"며 "가계부채가 부실화되지 않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할 필요성은 있다"고 평가했다. 가계대출 총액보다 위험도가 높은 대출의 보유 정도가 더욱 치명적이라는 설명이다.
한편 은행권에서는 최근 대출만기 최장 50년의 주담대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Sh수협은행이 올해 초 만기 50년의 주담대를 최초 출시했고, DGB대구은행이 지난달 30일 최장 40년의 주담대 만기를 50년으로 늘렸다.
시중은행 중에서는 NH농협은행이 지난 5일부터 하나은행이 7일부터 각각 만기를 최장 50년으로 연장했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도 주담대 만기 확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기를 늘릴수록 대출자가 매월 갚아야 할 원리금 부담은 줄어드는 게 큰 장점으로 꼽힌다. 특히 최근 주담대의 최대 변수로 꼽히는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서도 만기 연장의 효과로 대출한도를 늘릴 수 있다. 대신 총 지불해야 할 이자액이 늘어나고 가계대출 총액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성 교수는 "(50년 주담대가) 가계부채의 증가요인이 되긴 하지만, 다양한 형태의 상품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나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평했다.
그러면서도 "50년은 상당히 길기 때문에 이후 금리변화에 따라 (가계부채의) 불안요인이 될 수 있다"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대부분 50년 후에 소득이 발생하지 않는 시점이라 거기에 따른 위험요인이 있고, 금융기관 입장에서도 그 사이 금리가 너무 많이 변동하면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