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최근 은행채 등 시장금리가 연 4%대에 형성되면서 주요 은행권의 예금금리와 대출금리가 동반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시판 중인 예금상품의 금리는 연 4%를 돌파했고, 대출금리도 상단이 연 7% 돌파를 앞두고 있어 '재테크족'과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족' 간 희비도 엇갈리는 모습이다.
최근 미국 국채금리의 상승세로 국내 시장금리도 영향을 받고 있어, 향후 금리가 또 오를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최근 은행채 등 시장금리가 연 4%대에 형성되면서 주요 은행권의 예금금리와 대출금리가 동반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사진=김상문 기자
11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 및 금융권 등에 따르면 최근 시장금리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채(은행채, 무보증 AAA 기준) 5년물 금리는 지난 5월 23일 연 4.032%를 시작으로 4% 초반대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0일 5년물 금리는 연 4.262%로 마감했다. 은행들은 혼합금리형(5년간 고정금리 후 변동금리 적용) 주택담보대출 상품에 5년물을 활용하고 있다.
신용대출과 변동금리형 주담대에 활용되는 1년물과 6개월물 금리도 위기감이 고조되던 1분기와 흐름이 비슷하다. 1년물 금리는 지난달 13일부터 3.8%대에서 오르내리고 있는데 전날 연 3.853%를 기록했다. 이는 다소 안정세를 보이던 지난 4월 3.5%대에 견줘 0.3%포인트(p) 이상의 격차다.
6개월물 금리도 3.8%대에서 최근 3.7%대로 내려왔지만 연중 최저치를 기록한 지난 4월14일 연 3.471%에 견줘 높은 편이다. 전날 6개월물 금리는 연 3.758%를 기록했다.
최근의 채권금리 상승세는 미국 국채금리의 인상이 크게 작용한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미국이 국가채무 증가에도 불구 재정관리에 소홀하다는 점을 들어 신용등급을 30년만에 'AAA'에서 'AA+'로 강등한 바 있다.
이 여파로 미 국채 금리가 오르면서 우리나라 시장금리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미 국채금리가 오르면 자연스레 시중자금이 달러에 투자하게 되고, 우리나라 국채금리도 오르게 되면서 은행들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는 까닭이다.
지난 10일 미국 노동통계국이 내놓은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치를 소폭 하회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동결을 점치는 의견들이 나오지만, 당장 시장금리 상승세는 잡지 못할 것이라는 평가다.
이처럼 전반적인 채권금리 인상은 은행권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우선 예금의 경우 연이율 4%를 넘는 상품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이날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 등에 따르면 정기예금(12개월) 상품 중 최고금리가 연 4%를 넘는 상품은 우리은행의 '우리 첫거래우대 정기예금(특판)' 최고 연 4.10%, SC제일은행의 'e-그린세이브예금' 최고 연 4.10%, Sh수협은행의 'Sh첫만남우대예금' 최고 연 4.02%, BNK부산은행의 '더(The) 특판 정기예금' 최고 연 4.00% 순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미 국채금리 인상이 지속될 경우 연 5%대 정기예금이 다시금 시장에 출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은행들의 예금금리 인상과 안전한 투자처를 찾는 수요가 맞물리면서 시중 유동자금은 은행으로 몰리고 있다. 지난 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7월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12조 3000억원 늘어난 약 957조 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으로 국한하면 예금잔액은 지난달 말 약 874조 2332억원으로 전달 862조 3583억원 대비 1.4%(약 11조 8749억원) 늘었다.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4개월 연속 성장세다.
한 은행 관계자는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데다, 금리를 정점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며 "안전지향적 투자자들이 많이들 가입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도 "예적금은 평상시 늘어나는 정도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면서도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재테크족이라면 지금 예금에 가입하기 좋다"고 전했다. 과거 1%대 예금금리에 비해 3배 이상 뛰었기 때문에 '하이리스크 하이리턴(고위험 고수익 추구)'이 아닌 '로리스크 미들리턴(저위험 중수익 추구)'을 지향하는 투자자에게 '4%'의 수익률은 나쁘지 않다는 평가다.
이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투자자라면 예치기간을 1년만 두지 말고 좀 더 장기로 두는 게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일부 은행에서는 예치기간을 2~3년으로 늘리면 4%대의 금리를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대출금리는 채권금리 상승 여파로 치솟고 있다. 대표적으로 주택담보대출 상단금리는 연 7%에 이르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는 지난 4일 기준 연 4.08~6.94%로 집계됐다. 하단이 4%대로 올라왔고 상단은 7% 돌파를 앞두고 있다.
이에 은행권에서는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당장 변동금리형 대출보다 고정금리형 대출을 권고하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아직 상방 리스크가 많이 남아 있어서 대출을 앞두고 있다면 고정금리형 대출을 이용하는 게 좋을 것으로 본다"며 "미국 신평사들의 신용등급 강등 이슈 영향이 남아 있고, 집값 문제가 여전해 안정된 상황만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내년부터 미국이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에 변동금리를 선호하는 대출자가 있다"면서도 "변동금리 최저점이 고정금리보다 낮다면 고려할 만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고정금리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급진적으로 인하하지 않고, 2~3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보이는 까닭이다. 이에 중도상환수수료가 면제되는 3년차까지 고정금리로 대출을 안정적으로 이용하고, 이후 더 낮은 변동금리 상품으로 갈아타는(대환) 걸 추천한다는 의견이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