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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텔·집밥 백선생 신드롬 그것이 알고 싶다

2015-07-21 13:24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 심상민 성신여대 교수
집밥 백종원 선생이 야단이다.
그가 꽁치 캔을 택하면 방송 다음날 전국 마트에서 통조림이 동난다. 집에서 하는 통닭이며 닭갈비도 방송 나가는 즉시 인기 품목이 된다. 구성진 충청도 사투리 넣어 “고급지쥬~”라고 날리는 멘트가 출연중인 지상파TV, 케이블TV에서 출발해 인터넷 모바일 동영상 굽이굽이 돌아 온 나라 주부들 장바구니 찬거리로 떠억하니 들어오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채 2~3일도 걸리지 않는다. 대단한 신드롬이다.

춤추는 이박사며 ‘공주는 외로워’ 노래를 불렀던 김자옥 공주병 신드롬, ‘여기도 짜가 저기도 짜가 ~ ’찔러댔던 신신애 신드롬, <쟁반 노래방> 할 적 이효리 신드롬 등등 이후에 참 오래간만에 접하는 컬처 메이커 신드롬이기도 하다.

더한 것은 현재 백종원씨를 두고 동료 출연자가 ‘교주 같다...’하기도 하고 대기업 브랜드들이 주도하는 인스턴트 음식 소비 감소의 주범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여서 근래 보기 힘들었던 사회문화적 현상으로까지 해석될 수준이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이 양반이 이른바 요리계 재야인사라는 점이다. 정통 요리사가 아니기 때문에 세칭 전문가로서 갖는 권위나 공신력이라는 후광 효과는 전혀 없었다. 때문에 ‘슈거보이가 집밥 선생이 되면 안 되는 이유’와 같은 맛 칼럼니스트 공격도 불러일으키고 있다. 요리할 때 비법처럼 설탕 대량 투여를 일삼는 것 때문에 치른 유명세이기도 하다.

   
▲ 백종원 신드롬은 한국의 미디어가 발굴하고 기획, 개발해야 할 길을 알려주는 혁신 상품이다./사진=TVN 캡처
이 부분을 다시 곱씹어 보면 요리사 자격증도 없고 그래서 흔히 셰프라고 붙여주는 별칭도 맞춰주기 힘든 한 사람이 전 국민적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방송인 또는 예능인이 탄생하게 만든 뭔가 보이지 않는 힘이 느껴진다. 그 폭발적 첫 번째 힘은 혼성·실용지식의 승리이고 이를 뒷받침해준 두 번째 힘은 바로 인증자(certifier)로서 미디어이다.

첫 번째 혼성·실용지식의 파워는 우러러보고 부러워하며 입맛만 다셔왔던 허세 셰프들과 결별을 의미한다. 요섹남(요리하는 섹시한 남자)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올 정도로 많은 셰프들이 TV를 누비고 다녔지만 정작 시청 이용자들이 내 손으로 만지작거리고 흡입하는 요리 프로그램은 부족했다. 레스토랑 가서 비싼 돈 주고 시켜야하거나 이태원이며 가로수길 골목골목 찾아가 번호표 뽑아야만 어렵사리 접할 수 있는 그림의 떡 계통이 많았다.

이와 달리 백종원 선생은 집에서 하는 잔치국수, 비빔국수, 김치찌개, 카레 등 새로울 것도 없는 메뉴들을 붙들고 비범할 것도 없는 레시피만으로 대한민국 전체 요리 프로그램을 평정해버렸다. 나도 할 수 있는 요리, 내가 늘 먹는 메뉴들을 조금이라도 새롭게 하기라는 지극히 평범한 전략만으로 영국이 낳은 슈퍼스타 셰프 제이미 올리브나 미국 나파 밸리 식당 프렌치 라운더리의 셰프 토마스 켈러처럼 최고봉으로 등극했다.

제이미 올리브나 토마스 켈러는 모두 주방에서 갓 뛰어나온 전문 주방장 이미지로 셀러버리티가 된 경우다. 반면 한국의 백종원은 거실에서 뒹굴뒹굴 TV보다가, 아니면 앞마당에서 잡초 뽑다가 냅다 주방으로 뛰어 들어간 거꾸로 된 이미지다. 그냥 남편이고 동네 아저씨고 아빠인데 때에 따라서는 주방으로 돌진해 집안에 흔한 식재료를 꺼내 뚝딱 뚝딱 요리해 즐겁게 나눠 먹는 친근하면서도 반전 매력을 주는 캐릭터가 이만한 흥행과 신드롬을 창출해낸 셈이다.

제일 컸던 원인은 격의 없는 실용 지식에 있었다. 잔치국수 하나 끓이는데 그동안 모두가 헷갈려 해왔던 국수 1인분 분량을 500원짜리 크기로 설명하는 속 시원함이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다. 생선조림을 위해 감자를 꺼내 들고는 “남자라면 당구공, 당구를 모르는 여자라면 테니스공 보다 조금 작은 크기”를 쓰라고 알려준다. ‘대체 엄마’라는 말까지 낳게 만든 백종원의 노하우 전수였다. 이렇게 주먹구구식이지만 딱 맞아떨어지는 전통 민간요법 같은 실용지식 계승자로서 백종원은 과학과 기술, 컴퓨팅에 모든 일상을 내맡긴 현대인의 아날로그적 감성을 마구 적시고 말았다.

   
▲ 집밥 백선생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백종원./사진=TVN 캡처
그가 출연한 <한식대첩>, <마이 리틀 텔레비전>, <집밥 백선생> 같은 프로그램들을 보면 기존에 범람할 정도로 차고 넘쳤던 먹방, 맛집, 미식, 요리 콘텐츠들과 근본적으로 차별화되는 요소를 발견할 수 있다. 식사하는 인간으로서 자의식을 건드려주었다. 내가 먹는 음식의 생사여탈권을 L 식품회사로부터 C 인스턴드 브랜드들로부터, M,B,S 등등 팽창중인 외식 프랜차이즈들로부터 되찾아 온다는 흐뭇한 환희와 만족감을 지펴주었다.

실용지식의 일대 승리라고 할 만하다. 방송사들이 전문 요리사 셰프들을 동원하고 가르치려 드는 계몽주의식 콘텐츠 제작에 꽂혀있을 때 백종원선생이 보여준 퍼포먼스는 그야말로 유저 크리에이티드 콘텐츠(UCC) 방향이었다. 시청하는 이용자가 손수 하도록 돕는 조력자로서 백종원 역할이 빛날 수 있었다. 미국에서 두바이에서 일류 요리사입네 하며 뽐내고 보여주는 쇼윈도 요리 프로그램이 아닌 참여, 실행형 인게이지먼트(engagement) 콘텐츠를 이끌어왔기에 백종원신드롬이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그의 실용지식이 깊은 맛을 우려낼 수 있었던 또 하나 요인은 음식 문화의 혼성, 즉 하이브리드한 가치를 잘 활용했다는 점이다. 백종원씨가 유명해지기 전 출연했던 EBS 아틀라스 세계견문록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보면 이런 멘트가 나온다. “나는 중국 칭따오에 16년 동안 자주 오가며 이촌시장 등 길거리 음식과 전통 식당 등을 섭렵했습니다. 내가 최고로 치는 음식은 간판도 없이 골목 안에 숨어 있는 식당입니다. 중국의 가정식 백반 같은 콘셉트이지요..”.

살짝 놀랍게도 백종원은 유창한 중국어로 현지 식당, 요리사, 외식경영인 등 맛의 달인들과 만나왔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도 집밥이라는 범주 안에 들어올 수 있는 식초, 된장, 양념 등에 대한 탐구가 깊게 이루어진 무림의 진짜 고수가 되어 우리 앞에 나타날 수 있었다. TV에 나와 설명해주는 소스마다에 한식 중식 일식 양식이 하이브리드 혼성 비빔밥처럼 스며들게 되었고 맛과 느낌으로 말해주는 결과가 대성공을 거둔 셈이다.

이에 미디어 전체가 집밥 백선생을 띄우고 있다. 핫 하고 모든 사람들이 건강한 섭식에 눈을 뜨는 분위기라 완전 대박 뉴스메이커가 될 밖에 없다. CF 모델로도 대장주 자리를 꿰차고 있다. 그런가하면 전문가 집단으로부터 날라 오는 시샘과 질투 어린 공세도 만만치 않다.

마치 기득권자인 정통 요리 전문가가 있고 사막 저편에서 나타난 도전자 총잡이 백종원 선생이 있고 중간에서 결투장을 꾸미고 있는 미디어들이 포진해 있는 그림이다. 당장 구경꾼들 함성은 집밥 백선생쪽으로도 많이 가고 그저 한 판 승부 눈요깃거리에 열중하는 군중들도 여기 저기 시끌시끌하다.

그렇다면 돌은 미디어가 쥐고 있는 형국이다. 혼성·실용지식으로 무장한 백종원 신드롬의 의미를 깊게 생각해봐야 할 때다. 보수적 정통 전문가 집단의 위상을 끌어내리고 새로운 혁신과 도전에 기회를 주는 쪽이라야 미디어 콘텐츠 가치도 살아날 수 있음을 직시했으면 좋겠다.

일반 이용자들이 먼저 인정한 사회문화적 가치와 신드롬을 뒤늦게 깎아내리고 폐기하는 어리석은 수를 두는 미디어는 오늘날 대접받기 어렵다. 조금 늦더라도 이용자들이 열광하는 그 사람, 그 현상을 더욱 북돋워주고 부각시키는 문화 인증자로서 미디어가 자리를 잡길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백종원 신드롬은 한국의 미디어가 발굴하고 기획, 개발해야 할 길을 알려주는 혁신 상품일 수 있다. /심상민 성신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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