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보라 기자] 최근 대형 보험사에서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잇따라 출시하고 나선 가운데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옥죄기에 나서면서 보험업계가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금융당국은 50년 만기 은행권 주담대 연령제한 등 관리 강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지난 1월부터 보험권 최초로 34세 미만 소비자를 대상으로 50년 만기 주담대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삼성화재도 이달부터 만 34세 이하 차주를 대상으로 주담대 최장 만기를 40년에서 50년으로 늘렸다.
삼성생명도 최근 만 34세 미만인 금융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최장 40년인 주담대 기간을 50년으로 확대해 시행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원리금균등분할상환방식과 원금균등분할상환방식에 한해 만기를 최장 50년까지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앞서 지난해 5월에는 교보생명, KB손해보험 등이 만기 최장 40년 주담대 상품을 출시했다.
50년 만기 주담대 출시는 다양한 상품을 통한 소비자 선택권 확대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보험사는 2금융권 규제를 적용받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한도가 은행보다 10% 더 나온다. DRS 규제는 은행권 40%, 2금융권 50%가 적용된다. 보험사에서 취급하는 주담대와 은행권 상품의 금리 차이도 1% 내외로 크지 않다.
생명·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생·손보사들의 부동산담보대출채권 규모는 95조80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21.1% 증가했다.
그러나 최근 금융당국에서 50년 만기 주담대가 DSR 규제를 우회해 가계부채를 늘리는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보면서 보험사들도 눈치를 보는 분위기다.
50년 만기 주담대는 만기가 길기 때문에 DSR이 하락해 대출 한도가 늘어난다. 주담대는 DSR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적용돼 차주가 매년 갚아야 하는 원리금 상환액이 소득의 일정 비율을 넘지 못하도록 한다. 그러나 원금을 갚는 기간이 50년으로 늘어나면 매년 갚아야 하는 원금이 줄어들어 그만큼 대출 한도가 늘어나는 것이다.
실제 KB국민·신한·하나·NH농협은행 등 4대 은행의 지난달 50년 만기 주담대 취급액은 1조2811억원으로 출시 한 달 만에 1조원을 넘겼다. 이는 전체 주담대 증가액(3조9000억원) 중 33% 비중이다.
가계부채도 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068조1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다만 보험업계는 보험사에서 취급 중인 50년 만기 주담대는 이미 나이 제한을 걸어놓은 상황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은행권에서 50년 만기 주담대 판매를 중단하면서 보험사를 찾는 고객들이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보험사의 경우 주담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은행만큼 크지 않고 이미 차주의 나이를 제한해두고 있어 가계대출 증가에 큰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이보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