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가 헝다그룹의 파산 신청으로 부동산에서 금융으로 전이되며 위기를 맞고 있다. 중국 정부는 기준금리를 낮추며 대응에 나섰지만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미디어펜은 한국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을 진단한다. [편집자주]
[미디어펜=조성준 기자]중국의 디플레이션 우려가 글로벌 원자재 시장에 악영향을 주고 우리나라 산업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중국 내수 시장이 위축되면서 국제유가 및 주요 원자재 값이 하락하고 있다.
한국 시장 역시 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아 반도체 등 주요 품목의 부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이 지연되면서 하반기에는 그 효과가 나타나리라 기대했지만 일단은 물건너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 中 수요 위축 우려에 유가·원자재값 하락
중국의 경제 침체는 국제유가 및 원자재값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일 대비 0.75달러(0.94%) 하락한 배럴당 78.89달러에 거래되며 3 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이날 종가는 지난달 26일 이후 최저치다.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10월물 북해산 브렌트유도 전일 대비 0.96달러(1.14%) 급락한 83.07달러에 거래됐다.
중국 경제 디플레이션 우려가 확산되면서 국제유가와 원자재값이 하락하고 있다. 사진은 석유 시추 시설 모습./사진=한국석유공사 제공
최근 유가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석유 수출국의 감산 조치로 배럴당 80달러를 상회하는 오름세를 지속했으나 중국 경제 디플레이션 우려가 심화되면서 수요 위축을 우려한 심리가 반영돼 하락 추세다.
중국은 미국에 이은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하반기 리오프닝이 본격화되면 글로벌 석유 수요를 늘릴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리터부치앤어소시에이츠의 짐 리터부쉬 사장은 "사우디 아라비아와 러시아의 감산은 지난달에 나타난 중국의 원유 수요 약화로 인해 대부분 무효화했고 남은 여름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만약 국제유가 하락세가 지속되면 오펙 플러스(OPEC+)가 추가 대응책을 내는 등 변동성을 증가시켜 글로벌 경제에 전반적으로 악영향을 주게 된다.
원자재값도 떨어져 중국의 수요 위축 우려가 고스란히 반영된 모양새다.
우선 알루미늄, 니켈, 구리 등 광물 가격이 연초 고점 대비 하락했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 산업활동이 위축되면서 알루미늄 가격은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연초 고점 대비 18% 하락했다. 니켈 가격도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최근 한 달 새 6.29% 하락했다.
중국 침체가 부동산에서 시작됐다는 점에서 향후 철강재 수요도 쪼그라들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 전체 철강 수요의 약 40%는 건설업이 소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건설업 침체는 곧 수요 위축에 따른 철강재 수입 축소로 이어지는 셈이다.
석탄과 가스 가격도 하락하고 있다. 중국 석탄 표준 가격으로 꼽히는 최대 석탄 항구 친황다오 석탄 가격은 지난해 10월 t당 1600위안선에서 이달 830위안선으로 급락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석탄 소비국이지만 올해부터 호주산 석탄이 수입된 데다 자국 내 생산도 늘렸는데 수요가 위축되면서 공급 과잉이 발생하고 있다.
◇ 기약없는 '리오프닝'…韓 수출 타격 불가피
재계에서는 올 하반기로 늦춰진 중국 리오프닝 기대감이 또 다시 미뤄질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리오프닝 효과가 사실상 물건너간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 엔데믹이 시작되면 그 동안 억제됐던 중국 내 산업 생산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올 상반기에는 아무런 시그널이 없었다"며 "중국 경제가 침체돼 하반기에도 리오프닝이 일어날 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중국의 경제 부진이 지속된다면 대 중국 수출 부진도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지난달 우리나라의 대 중국 수출액은 99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5.1% 줄며 14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중국 정부는 부동산발(發) 위기가 중국 경제 전체에 번지지 않도록 기준금리를 조정하는 등 위기관리에 들어갔다. 사진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사진=청와대 제공
올해 1∼7월 대중국 수출도 전년에 비해 25.9% 감소하며 중국 시장 수출 부진이 구조화되고 있다.
특히 정보통신산업(ICT)의 대중 수출은 27.7% 감소했다. ICT에는 반도체가 주력으로, 이 기간 중국 수출 비중의 약 45%(112억 달러)를 차지한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등 일각에서는 중국 경제 침체가 심화되면 투자자들이 리스크를 피하기 위한 대체 투자처로 한국을 최우선으로 고려할 것으로 본다. 하지만 이 마저도 수출 부진 파고를 덮을 수는 없을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시장이 미중경제갈등과 경제 침체 등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만큼 다각도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난 23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이와 관련해 '주요국의 공급망 재편 전략과 중국의 대응' 보고서를 내고 한국의 대응 전략을 제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기업들은 탄소 및 노동 관련 통상 규범이 우리 기업에게 무역 장벽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대비하고, 중국의 경제 강압 조치 가능성에 대비해 취약 분야를 점검하고 다른 국가와의 공조를 모색해야 한다.
또 중국 시장 자체를 포기하기보다는 중국 관련 사업과 공급망을 세계 시장으로부터 분리하는 전략적 판단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초격차 기술 확보를 위한 원천 기술 투자와 R&D 세액공제, 보조금 등 기업 지원을 확대하고 제3국과의 기술·공급망 협력도 제시됐다.
재계 관계자는 "중국 부동산 위기가 금융에도 확산된다면 우리나라 수출 전선에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중국 정부가 부동산 부실이 금융으로 번지지 않도록 진화에 나선 만큼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은 아직 상황을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성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