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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간만 보다가 기회 놓칠라…은행권 50년 주담대 빗장

2023-08-25 12:02 | 류준현 기자 | jhryu@mediapen.com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급증의 주 요인으로 '50년 주택담보대출'을 꼽으면서, 이 상품을 판매하던 은행들이 하나둘 연령제한을 걸거나 아예 판매를 중단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이 주요 은행 중 처음으로 '판매한도 초과'를 이유로 판매 일시 중단을 선언했는데, 이후 은행들이 뒤따르는 형국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의 50년 주담대 판매 중단 선언 이후 이 상품을 최초 기획하거나 판매했던 주요 은행들이 판매방침을 고치고 있다. BNK경남은행은 오는 28일부터 판매를 잠정 중단하기로 했고, 상품 판매를 준비 중이던 BNK부산은행은 출시일정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급증의 주 요인으로 '50년 주택담보대출'을 꼽으면서, 이 상품을 판매하던 은행들이 하나둘 연령제한을 걸거나 아예 판매를 중단하고 있다./사진=김상문 기자



정책모기지 상품인 '특례보금자리론'처럼 연령제한을 거는 은행도 나온다. 처음부터 만 34세 이하로 연령제한을 걸어뒀던 신한은행 외에도 50년 주담대를 최초 판매한 Sh수협은행과 DGB대구은행이 만 34세 이하로 연령을 제한하기로 했다. 특례보금자리론은 만 34세 이하일 경우 최장 50년까지, 만 39세 이하일 경우 최장 40년을 택할 수 있다. 

더불어 주요 은행 중 경쟁력 있는 대출금리를 선보이던 카카오뱅크도 이날 신청·약정분부터 연령제한을 걸고 나섰다. 

주담대 만기별로 연령 조건을 단 것인데, 우선 50년 만기는 수협·대구은행처럼 만 34세 이하로 제한을 걸었다. 이에 만 34세 이하는 대출기간을 15·25·35·50년 중 선택할 수 있다. 만 35세~39세는 15·25·35·45년 중 하나를, 만 40세 이상은 15·25·35·40년 중 하나를 각각 선택할 수 있다. 

카뱅은 지난 10일 주담대 만기를 최장 45년에서 50년으로 늘리는 한편, 45년 만기에 있던 '만 39세 이하' 조건을 없앴다. 전날 신청·약정분까지는 나이와 무관하게 50년을 택할 수 있었던 셈이다.

그동안 만 34세 이하 연령제한은 대출만기 최장 40년만 판매하던 신한은행이 유일했는데, 나머지 은행들도 당국 눈치에 못 이겨 합류하는 모습이다. 이들 은행 외 별도의 나이 제한 없이 만기 50년 상품을 판매 중인 KB국민·하나·우리 등 3사는 아직 대출방침에 뚜렷한 움직임이 없는 상태다. 

한 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나이가 있다고 대출을 못 받는 건 역차별 소지가 다분하다는 의견에 따라 (은행들이) 대출조건을 걸지 않았다"면서 "최근 금융위와 금감원이 연이어 50년 주담대를 문제삼으면서 주요 은행들이 보금자리론처럼 연령을 제한하는 쪽으로 방향을 트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상품을 최초 출시했을 당시에는 고금리 위험이 컸고, 부동산경기도 시들해 흥행을 반신반의하는 의견이 많았는데, 이번에 시중은행이 판매에 나서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면서 "당국의 가이드라인이 마땅히 없어 은행들이 중구난방으로 대응하고 있는데, 50년 주담대를 연이어 주장한다는 건 눈치껏 행동하라는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에 우려를 표하면서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 증가세는 다소 주춤해졌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지난 23일 가계대출 잔액은 약 679조 3340억원으로 7월 말 약 679조 2208억원 대비 소폭 늘어나는 데 그쳤다. 

특히 이들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역신장했다. 주담대 잔액은 7월 말 약 512조 8875억원이었는데, 이달 하나·국민·신한·우리가 차례로 50년 주담대를 본격 판매하면서 10일만에 잔액이 약 1조 2299억원 늘어 약 514조 1174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당국의 경고 이후 23일 현재 잔액은 1조원 가량 줄어든 약 513조 1137억원을 기록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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