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부터 지금까지 전교조에 대한 호의적인 시선을 만들어준 것은 ‘참교육’이라는 구호였다. 그런데 이 참교육이라는 것이 아무래도 일반 국민들이 생각하는 ‘참 교육’은 아닌 모양이다. 적어도 대놓고 기득권과 정치놀음을 위해 교육을 포기하겠다고 나선 그들의 행보는 그렇게 말하고 있다.
방학을 앞두고 학교는 전교조와 진보교육감의 합작품으로 또 한 번 혼란에 빠졌다. 시·도교육청과 전교조가 동시에 방학 중 근무를 안 하겠다는 공문을 벌금과 행정조치 협박까지 곁들여 학교에 보낸 것이다.
전교조와 단체협약 내지는 법외노조가 돼 단체협약이 껄끄러우니 정책협의 형식으로 전교조 교사들이 방학 때 학교에 안 나가도록 해주겠다고 자칭 진보교육감들이 약속한 것이다. 그리고 단체협약을 이행하지 않으면 행정조치를 하거나 벌금을 물게 된다는 겁박까지 하는 것이다.
전교조의 반발이 두려워 대법원의 법외노조 통보 효력정지 파기환송에 대한 후속조치를 미루던 교육부도 뒤늦게 사안을 인식하고 단체협약의 이행점검 등을 유보하라고 공문을 보냈지만 전교조도 진보교육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아예 시·도교육청의 행정지침으로 내려 보내면 그만이었기 때문이다.
양상과 표현방법은 조금씩 다르지만 방학 때 교사들이 학교를 안 나오겠다는 결론은 같다. 이런 일이 경남, 전북, 충북, 제주, 서울 등에서 벌어졌다.
원래 교사들은 방학 때 학교를 안 나가는 거 아니냐고 생각한다면 그건 요새 학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는 얘기다. 방학이 돼도 학교에서는 맞벌이나 저소득층을 위한 초등 돌봄교실은 물론 방과 후 학교, 스포츠교실, 도서관 개방 등으로 교육프로그램이 연중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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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학을 앞두고 학교는 전교조와 진보교육감의 합작품으로 또 한 번 혼란에 빠졌다. 시·도교육청과 전교조가 동시에 방학 중 근무를 안 하겠다는 공문을 벌금과 행정조치 협박까지 곁들여 학교에 보낸 것이다./사진=연합뉴스 |
당연히 학생들이 학교에 나오니 학생들의 안전을 책임지고, 학교의 각종 업무를 챙기기 위한 교사가 학교에 나와 있는 것이 상식이다. 물론 모든 교사가 나올 필요는 없다. 그렇더라도 교장만 나와서 될 일도 아니다. 그래서 지금까지의 모습처럼 한두 명의 교사가 순번대로 나와 근무를 한 것이다.
현실적으로만 생각해도 아이들이 학교에 나오는데 교사가 안 나오겠다는 것은 학부모라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주장이지만 법을 들이대면서 협박까지 하니 법을 따져보면 더더욱 있을 수 없는 얘기다.
교사들이 방학에 노는 것은 아니라는 게 전교조를 비롯해 교원단체들이 줄곧 일반 국민들을 향해 주장해 온 바고, 또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바다. 교원들 다수가 방학 중 학교에 나오지 않는 관행은 교육공무원법 41조(연수기관 및 근무 장소 외에서의 연수, 통칭 41조 연수)를 근거로 하고 있다. 근무를 쉬는 것이 아니라 연수를 단지 학교가 아닌 곳에서 받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는 41조 연수 신청을 하고 학교에 나오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전교조의 단체협약이나 교육청의 공문에는 방학 중 근무 폐지와 동시에 41조 연수 보고서 폐지도 포함돼 있다.
연수를 자율적으로 한다는 이유로 학교에 나오지 않을 법적인 근거를 보장받아놓고 그에 대한 최소한의 확인조차(사실 지금도 다수의 교사는 허위로 보고서만 내기도 한다) 안 하겠다는 말은 대놓고 법을 무시하고 놀겠다는 얘기 밖에 안 된다. 그럴 거면 아예 미국 교사처럼 방학 때 무노동 무임금을 적용하라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아이들이 학교에 있는데 집에서 놀겠다는 우리 참교육 노동자들의 발상만으로도 기가 막히는 일인데, 이번 주에는 아예 인성교육도 포기하겠다고 나섰다.
전교조는 7일 민변과 함께 기자회견까지 갖고 “정부는 몇 가지 편향적 인성 덕목을 제시하고 이를 강제함으로써 보수적이고 순응적인 인간 육성을 도모하고 있다”면서 인성교육진흥법을 무력화하겠다고 천명했다.
그러나 법안은 핵심 가치 덕목을 교육부 종합계획에서 정하도록 하고 있을 뿐이고, ‘핵심 가치 덕목’을 정의할 때 예로 든 ‘예(禮), 효(孝), 정직, 책임, 존중, 배려, 소통, 협동 등’이 편향적인 우향우의 가치로 보인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이런 가치를 예로 들었다고 시민정신을 통제한다니, 정직과 책임은 오히려 시민정신의 요체 아닌가?
정직과 책임, 존중과 배려, 소통과 협동, 예와 효를 가르치는 것은 사실 국민들이 ‘참교육’이라는 말을 들으며 떠올리던 가치였을 텐데, 스스로 자신들의 참교육과 국민이 생각하는 참 교육은 다르다는 것을 천명하는 꼴이다.
하긴 그들에게 참교육은 민중계급투쟁교육, 적화통일교육일 뿐이니까 거리낌 없이 이런 말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참교육을 지식교육, 입시교육, 촌지교육에 대비되는 좋은 교육, 전인교육으로 알고 있던 국민들이 느끼기에 이런 자들이 참교육, 참스승 운운하는 건 진정한 참 스승들에 대한 모욕 그 이상이다.
전교조가 인성교육을 거부하면서 낸 회보 1면 톱기사 제목은 ‘네버다이(Never Die), 참교육’이었다. 아마도 전교조 출범부터 지금까지 국민들의 호의적인 시선을 만들어준 참교육 브랜드가 인성교육에 밀려나는 것이 안타까웠던 모양이다.
그런데 아이들이 학교에 있어도 집에서 놀아야 하고, 책임과 정직은 못 가르치겠다는 것이 참교육이라면 국민들의 입장에서 참교육은 네버다이가 아니라 네다바이다. /박남규 교육전문가
*네다바이: 일본어 네타바이(ねたばい)에서 나온 은어로 교묘하게 남을 속여 금품을 빼앗는 사기범죄를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