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국내 기업대출이 지난해 2700조원을 돌파한 가운데, 부실기업 부채가 연평균 24%씩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부동산업-운수업-건설업 순으로 부실율이 높았는데, 은행권보다 저축은행이 손실위험에 대비해 자본확충을 늘려야 한다는 평가다.
11일 한국금융연구원이 펴낸 '기업부채 리스크와 여신 건전성 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부동산업, 운수업, 건설업의 부실이 최근 심화되고 있다.
국내 기업대출이 지난해 2700조원을 돌파한 가운데, 부실기업 부채가 연평균 24%씩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부동산업-운수업-건설업 순으로 부실율이 높았는데, 은행권보다 저축은행이 손실위험에 대비해 자본확충을 늘려야 한다는 평가다./사진=김상문 기자
금융연구원은 코스피·코스닥·코넥스·외감법인 중 비금융 기업 3만 5000여개를 분석했는데, 이들 기업의 총부채는 지난해 2719조원으로 2018년 1719조원 대비 약 1000조원 폭증했다.
특히 부도 확률이 10%를 초과하는 '부실기업' 부채는 2018년 91조원에서 지난해 213조원으로 급증했다. 매년 24%씩 부채가 늘어난 것이다. 이에 최근 5년간 부실기업 부채가 기업 부문 총부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 2018년 5.3%에서 지난해 7.8%로 약 2.5%포인트(p) 상승했다.
부실기업은 주로 △부동산업 △운수업 △건설업 등에서 두드러졌다.
우선 부동산업은 부실비율 29.3%, 부실부채 128조원으로 비교군 중 가장 높았다. 지난 2021~2022년 주택거래 감소와 주택가격 하락으로 임대·중개업의 수익성이 악화됐다. 더불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일부 개발·시행업의 재무 건전성도 악화됐다는 분석이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금리 급등으로 과열됐던 부동산 경기가 빠르게 식으면서 부동산업이 직격탄을 맞았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부동산원의 부동산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020년 7월 주택매매 거래건수는 14만 1419건에 달했는데 이듬해 7월에는 8만 8937건으로 약 5만건 이상 급감했다. 지난해 7월에는 거래건수가 이에 절반도 못 미치는 3만 9600건에 그쳤다.
올들어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책모기지 효과로 주택거래량이 조금씩 늘어나면서 7월 4만 8170건까지 회복했지만 3년 전 실적에 견주면 업황 회복은 요원하다.
국내은행·저축은행 대출포트폴리오 신용리스크./자료=한국금융연구원 제공
부동산업과 연쇄 작용하는 건설업도 부실비율 8.1%, 부실부채 13조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이후 주택시장 침체와 부동산PF·브릿지론 부실 우려가 더해지면서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특히 신축 아파트 분양이 저조한 가운데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이중고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운수업은 부실비율 8.6%, 부실부채 13조원을 기록했다. 산업분야별로 희비가 엇갈렸는데, 해운·항공업이 지난 2020~2021년 글로벌 공급망 문제로 반짝 호황을 보인 반면, 여객운수 실적은 매우 저조했다. 화물운송업은 지난해 금리 상승에 따른 글로벌 경기둔화로 실적이 크게 악화됐다.
이처럼 산업계 부실이 확대됨에 따라, 금융권이 자본을 확충해 리스크를 대응해야 한다는 평가가 나왔다. 다만 은행보다 저축은행이 적극적으로 자본을 늘려야 한다는 제언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지언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업 부도확률을 토대로 업종 부도확률을 계산하고, 이를 은행 및 저축은행 대출 포트폴리오에 적용해 신용위험을 측정했다.
그 결과 지난해 말 현재 각 업권별 자기자본 대비 신용위험액(부실대출) 비중에서 국내은행이 11.8%(33조원/279조원)에 그친 반면, 저축은행은 18.8%(3조원/16조원)에 달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금융권 기업대출 포트폴리오의 신용위험 측정 결과, 손실부담능력 면에서 국내은행에 비해 저축은행의 자본확충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