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산정할 때 주택담보대출에 적용하는 위험가중치가 15%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BIS 자기자본비율 규제치를 겨우 웃도는 수치인데, 낮은 위험가중치가 은행권의 주담대 확대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7일 강성희 진보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BIS 자기자본비율 산정 시 주담대에 적용하는 위험가중치(바젤III 기준)는 지난해 평균 15.2%로 집계됐다. 옛 바젤II 기준을 적용한 2019년의 18%보다 크게 하락한 수치다.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산정할 때 주택담보대출에 적용하는 위험가중치가 15%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사진=김상문 기자
은행의 핵심 건전성지표로 꼽히는 BIS 자기자본비율은 자기자본을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눈 값에 100을 곱한 값으로 계산한다. 분자인 자기자본이 일정할 때, 분모인 위험가중자산이 작을수록 자기자본비율이 높게 나타난다. 분모에 들어가는 대출 종류(기업대출, 개인신용대출, 주담대)에 따라 가중치가 다르게 적용된다.
강 의원이 눈여겨보는 점은 주담대의 위험가중치가 타 대출보다 지나치게 낮다는 점이다. 금감원 집계에 따르면 익스포져벌 위험가중치는 대기업 45.4%, 중소기업 45.5%, 신용카드 16.3%, 개인 26.6%, 자영업자 28.8% 등으로 나타났다. 신용카드를 제외하면 주담대 대비 월등히 위험가중치가 높은 편이다.
하지만 금감원 관계자는 "주거용 주택을 담보로 하는 담보여신인 주담대의 위험가중치가 타 대출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현재의 가중치는 주담대의 실제 부도율(PD)과 부도시 손실률(LGD)로 산출된 위험가중치 9.6%보다는 높은 수준이다"고 설명했다.
절대값으로 타 대출의 위험가중치와 단순 비교해선 안 된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금감원은 위험가중치를 높이면 신용공급 감소와 조달비용 상승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어 위험가중치 상향을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강 의원은 "실제 위험도보다 높은 가중치를 적용했다 해도 바젤 기준에 명시된 주택담보대출 위험가중치 하한 15%를 겨우 웃도는 수준"이라며 "지금의 위험가중치는 여전히 은행이 주택담보대출을 확대할 유인을 제공한다"고 지적했다.
또 "주택담보대출이 가계부채 증가, 부동산 가격 상승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위험가중치는 단순히 해당 대출의 경험 손실 등만을 반영하는 데 머물러선 안 된다"며 "위험가중치 조정을 가계부채 억제와 부동산 가격 하락을 위한 정책 수단의 하나로 상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거듭되는 고금리 상황에서도 주담대를 활용해 내 집 마련을 하려는 수요가 2030세대를 중심으로 계속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9월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2분기 우리나라 GDP 대비 가계신용(대출+외상거래) 비율은 101.7%를 기록해 1분기 101.5%보다 소폭 상승했다.
특히 청년층에서 주택 관련 대출이 늘었는데, 올해 2분기 기준 30대 이하 청년층 1인당 가계대출금 7927만원 중 주택 관련대출이 5504만원으로 69.4%에 달했다. 이는 3년 전 대비 26.5%나 급증한 값이다.
이에 한은은 향후 GDP 가계부채 비율을 하향 안정화하기 위해 당분간 대출 증가세를 관리하도록 정책적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제언하고 있다.
한은은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책모기지의 공급속도 조절에 이어 장기 주담대, 인터넷전문은행 대출 등 최근 급증한 부분을 중점 점검해야 한다"며 "중장기적으로 차주 단위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정착해 나가는 가운데, 경기대응완충자본(CCyB) 부과와 함께 거시건전성정책 운영 기조를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주택시장 안정화를 위해 주택 공급을 관리하는 한편 분할상환 대출 비중 확대 등을 통해 가계부채의 질적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