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원우 기자 |
2015년 8월 4일은 덴마크 동화작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의 사망 140주년이 되는 날이다.
이 남자의 삶이 동화처럼 마냥 아름다운 건 아니었다. 1805년 구두 수선공의 아들로 태어난 안데르센의 청춘은 실패와 좌절로 점철돼 있었다. 가난한 집안사정은 안데르센에게 정규교육마저 허락해 주지 않았다. 소년의 꿈은 배우였지만 소년의 현실은 공장에서 일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 머물러 있었다. 한때 그는 자살까지 고민한 것으로 알려진다.
난관을 돌파하는 데 큰 역할을 해준 건 그의 재능을 알아본 후원자였다. 국회의원이자 예술 애호가였던 요나스 콜린의 도움을 받아 라틴어 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다. 이 무렵부터 시를 쓰게 되지만 안데르센의 시작(詩作)을 견제한 교장과의 갈등은 다시 한 번 안데르센의 정신에 생채기를 남긴다. 결국 그는 1828년 코펜하겐 대학교에 입학, 1834년 ‘즉흥시인’을 내놓으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1835년부터 동화 작품들을 내놓으며 안데르센의 인생 역전은 탄력을 받는다. 1872년까지 발표한 130여 편의 동화 안에 ‘미운 오리새끼’ ‘인어공주’ ‘성냥팔이 소녀’ ‘엄지공주’ ‘벌거숭이 임금님’ ‘분홍신’ 등이 있다. 이 작품들은 150년간 수없이 많은 영화, 소설, 뮤지컬에 영감이 되고 있다.
뛰어난 작가들이 언제나 그렇듯 안데르센 역시 시대의 견제를 받았다. ‘동화 치곤 너무 비교육적’이라는 게 그에게 쏟아진 주된 비판이었다.
▲ 2013년 개봉돼 전 세계를 매혹시킨 디스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은 안데르센의 동화 '눈의 여왕'을 모티프로 제작되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쳐 |
일면 수긍도 가는 것이 ‘성냥팔이 소녀’는 결국 소녀가 불꽃 속에서 환상을 보며 죽어가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헨젤과 그레텔’에는 아이들을 잡아먹는 할머니가 나올뿐더러 그 할머니가 결국 펄펄 끓는 물에 빠져죽는 설정이 나온다. ‘인어공주’의 슬픈 결말이야 두 말할 것도 없다. 디즈니가 리메이크 하는 과정에서 결말을 수정했을 정도다.
바꿔 말하면 ‘성인들이 읽어도 무리가 없을 정도의’ 이 설정들은 안데르센의 인생역정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안데르센을 생애를 연구한 사람들은 ‘성냥팔이 소녀’가 가난 때문에 구걸까지 해야 했던 안데르센의 어머니를 모델로 한 것이라고 추측한다. ‘미운 오리새끼’ 역시 출신 때문에 구박을 받았던 자신의 청춘을 모티프로 한 것이라는 게 정설이다. 안데르센에게 창작이란 매번 과거의 아픔을 대면해야 하는 과정이었던 건 아닐까.
안데르센의 작품들은 그의 살아생전에 전부 유명해져서 작가에게 큰 명성을 안겨줬다. 그의 나이 62세에 그의 고향 오덴세는 안데르센을 명예시민으로 추대했다. 그의 사후에는 덴마크의 전 국민들이 상복을 입고 그의 죽음을 슬퍼하기도 한다. 장례식에는 덴마크의 국왕과 왕비도 참석했다.
어린 시절의 고생이 무색하게도 성인이 돼서는 전 세계의 유력자들과 교제했던 안데르센이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던 것은 의외다. 죽음으로 가는 길에 덴마크 전 국민들이 함께 했지만 한 여자의 온전한 배웅을 받지는 못했던 것이다. 인생의 마지막에서 안데르센은 어떤 이야기를 떠올렸을까. 그의 마지막 상상력이 문득 궁금해지는, 2015년 8월 4일은 그런 날이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