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 |
부조리한 유치원 유아교육의 현실
저출산 추세로 인해 줄어드는 아이들, 하나 둘씩 비어가는 교실 상황은 대학교, 유치원에게도 해당된다. 교육시설과 인원은 그대로이거나 조금씩 늘고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곳에 다닐 학생들이 없다. 급기야는 ‘인구절벽’이라는 말이 대한민국 사회에 드리웠다.
이런 상황에서 무상교육을 표방하는 교육부는 국민들 부담을 덜어주면서 저출산을 극복한다는 명분을 내세운다. 교육부는 무상교육을 달성하기 위해 그와 관련된 각종 OECD 지표를 제시한다. 유치원 유아교육도 그 중 하나다. 그런데 현재의 유아교육, 유치원은 어떤 실정인지 알면 알수록 모순투성이다. 기존에 이미 있던 민간 사립유치원의 시설과 교사 인원은 아랑곳 하지 않고, 교육부․교육청의 주도로 사립유치원을 배제하고 있다. 사립유치원에 다니는 유아의 학부모가 공립유치원 학부모에 비해 역차별을 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교육부의 무상교육 전개, 공립유치원 신․증설, 사립유치원에 미치는 영향을 명쾌하게 설명하기 어렵긴 하다. 부조리한 유치원 유아교육의 현실을 이야기로 풀어쓰고자 한다. 아이 교육에 대한 절실함은 사교육, 학원으로 드러난다. 유치원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현재의 사립유치원, 공립유치원 상황을 ‘학원’에 비유해보았다.
학원에 비유해 바라본 ‘사립유치원’, ‘공립유치원’
방과 후 대다수의 초중고 학생들이 가는 사교육 시장에 정부가 진출한다. ‘사교육 시장 정부 진출’의 선봉은 공립학원(?)이 맡는다. ‘학원 강사’ 임용고시를 신설하여 여기에 통과한 사람을 연봉 5천 받는 공무원으로 채용하고, 이들로 공립학원을 차린다.
학생들에게 공립학원은 매우 저렴하다. 한 달에 2만 원만 내면 내신 대비, 수능 대비 등 전 과목 학원수업 모두 ‘프리패스’다. 공립학원을 다니면 공립학원과 자택을 오고 가는 셔틀버스도 공짜다. 공립학원 셔틀버스는 대도시와 시골, 산간 도서지역을 가리지 않는다. 공립학원에서 ‘무상저녁’, ‘무상간식’은 당연히 제공된다. 공립학원에서는 거의 모든 게 공짜인 셈이다. 참고로 공립학원 하나를 신설하는 데 적게는 35억, 많게는 50억 원이 들어간다. 납세자들은 잘 모르지만 말이다.
▲ 공립유치원이 들어가는 지역의 사립유치원은 존폐를 걱정할 정도다. 공립유치원이 생기면 생길수록 5년 내지 10년 내로 사립유치원은 많이들 망하리라는 위기의식이 팽배하다. 공립유치원과 차별화된 교육을 제대로 펼칠 수 없는 사립유치원을 선택할 학부모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누리과정은 사립유치원 교육에 대한 족쇄로 작동하고 있다. |
기존 사설 민간학원들에서는 (학생 개인별 특별수업 수강 여부에 따라 금액의 차이는 있지만) 학생이 평균 20~30만원을 내면 학원에서 제공하는 수업을 모두 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관련 예산을 사설 민간학원에게 지원한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누리교육과정’이라는 사교육 관련 프로그램을 공립학원 및 기존 사설 민간학원에 의무화한다. 기존 사설 민간학원들은 원치도 않았던 예산을 정부로부터 지원받는다는 이유로, ‘누리교육과정’을 개설하고 학생들 전원에게 가르쳐야 한다. 이뿐만 아니다. 이와 관련한 회계장부 작성에 대하여 일일이 정부로부터 감시, 감사를 받아야 한다.
‘누리교육과정’의 폐단은 이제부터다. ‘누리교육과정’은 원래 사설 민간학원들이 갖고 있던 학원별 특성화 교육을 공립학원과 똑같은 교육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장학사, 장학관, 공립학원 교사 등 교육공무원 나리들이 입안하여 만든 ‘누리교육과정’은 공립 민간 할 것 없이 전국 모든 학원에서 동일하게 제공된다. 모든 수강생은 이를 들어야 한다. 교육에 따른 피드백도 마찬가지다. ‘누리교육과정’을 가르치고 배우는 과정 전반에 대해서 교육부, 교육청의 평가가 수행된다. 이를 통해 전국 각지의 공립학원, 민간 사설학원, 수 만 곳을 서열화한다. 사교육의 공교육化, 꿈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교육부는 1년에 한번 치르는 각 지방 교육감, 교육청에 대한 평가에 ‘공립학원’ 신․증설 지표를 넣는다. 이에 따라 유권자들의 선택으로 선출된 교육감들이 ‘공립학원’ 신․증설에 열을 올린다. 얼굴마담 교육감의 주도와 교육부의 물밑 지원에 따라 각 지역별로 우후죽순 ‘공립학원’이 늘어간다. 어떤 지역은 교육감이 수백억 원 지방채를 발행하여 일 년 만에 수십 개의 공립학원을 차린다. 도시 시골 구분할 것 없이 전국 곳곳에 ‘공립학원’이 들어선다.
전부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공립학원에 아이들을 보내게 되었다. ‘누리교육과정’으로 인해 공립학원과 민간학원 간의 수업 수준 차이가 거의 없어졌기 때문이다. 민간학원 수만 곳에서 벌어지던 재기발랄한 수업, 성적을 팍팍 올려주던 수업은 공립학원의 월 2만 원 짜리 수업과 똑같은 수준으로 전락했다. 학부모와 학생이 어느 학원을 선택하든 수업 내용은 그게 그거다. 단 차이점 하나는 있다. 공립학원 가격은 월 2만 원, 사립학원은 월 25만 원이다.
매학기 초, 수강생을 모집하는 공립학원 창구는 미어터진다. 공립학원이란 것이 생겨나기 전, 학원 수업은 선착순으로 마감되었다. 하지만 이는 옛날 옛적 이야기다. 몰려드는 공립학원 수강생에 급기야는 추첨으로 전환된다. 전국의 모든 공립학원은 추첨제로 수강생을 뽑는다. 공평하고 정의롭다. 공립학원, 누구에게나 평등하고 평화로운 ‘로또’ 학원이다.
애초부터 ‘학원’, ‘사교육’은 정부가 하지 않았던 영역이다. 민간이 시작해서 알아서 영위했던 교육과정이다. 정부가 공립학원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는 몇 년 되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새 공립학원 숫자가 민간 개인학원 숫자를 능가했다. 전국의 사립 민간학원은 점차 사라져간다. 개인이 운영하는 곳들이기에 하소연할 데도 없다.
▲ 저출산 추세로 인해 줄어드는 아이들, 하나 둘씩 비어가는 교실 상황은 대학교, 유치원에게도 해당된다. 교육시설과 인원은 그대로이거나 조금씩 늘고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곳에 다닐 학생들이 없다. 급기야는 ‘인구절벽’이라는 말이 대한민국 사회에 드리웠다. 이런 상황에서 무상교육을 표방하는 교육부는 국민들 부담을 덜어주면서 저출산을 극복한다는 명분을 내세운다. 학생 수는 줄어들지만 관련 예산은 늘어만 가고 있다./사진=미디어펜 |
커가는 공립학원 숫자만큼 공립학원 강사로 일하는 교육공무원 숫자는 더욱 늘어만 간다. 이렇게 공무원 일자리는 생겨가고 청년 백수들의 ‘고시 패스’ 꿈은 나날이 커져 간다. 대단한 ‘무상교육’이다. 온 국민 젊은이들의 희망으로 자리 잡았다.
장밋빛 현실로 보이는 ‘무상교육’에 함정이 하나 있다. ‘공립학원’ 유지에 들어가는 연간 예산이 5조 원이라는 함정 말이다. 물론 심각하게 걱정할 필요 없다. 모자란 재원은 국채, 지방채 발행으로 메꾸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에게 공짜 학원교육을 제공하기 위함이니까 공무원, 국회의원․장차관 나으리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진짜 함정은 여기서 부터다. 국채, 지방채는 나중에 그 청소년들이 갚아 나가야 한다. 하지만 지금 당장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왜? 청소년들에게는 투표권이 없으니까.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현실이다.
교육부, 계속 이럴 거면 사립유치원을 인수하라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현실은 여기까지다. 실제 모습은 참혹하다. 공립유치원이 들어가는 지역의 사립유치원은 존폐를 걱정할 정도다. 공립유치원이 생기면 생길수록 5년 내지 10년 내로 사립유치원은 많이들 망하리라는 위기의식이 팽배하다. 공립유치원과 차별화된 교육을 제대로 펼칠 수 없는 사립유치원을 선택할 학부모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누리과정은 사립유치원 교육에 대한 족쇄로 작동한다.
교육서비스의 질 차이가 나지 않으니, 남은 건 가격의 차이다. 매한가지 비슷한 교육과정이면 기왕에 더 싼 곳을 선택하려는 것이 유치원 소비자인 학부모의 심정이다. 아이가 다니지 않는 사립유치원은 문을 닫아야 한다. 민간, 개인의 가혹한 운명이다. 정부 지원금으로 운영되는 공립유치원과는 비교할 수 없다.
학원에다 비유했지만 유치원과 학원 모두 의무교육, 공교육에서 지정한 졸업장, 교과서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분명 사교육이다. 교육부의 주도로 이루어지는 유치원 교육의 공교육化는 사립유치원을 배제하고 이루어진다.
교육부․교육청은 공립유치원 신․증설하는 데 들어가는 세금으로 사립유치원을 그대로 인수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무상교육 제공이라는 미명 하에 공립유치원을 신․증설하고 교육공무원인 공립유치원교사 자리를 늘리기 바쁘다. 정부가 직접 해야 효율적이라면 이미 모든 산업과 기업은 국유화되었을 것이다. 정부의 실패, 국유화가 어떠한 전철을 밟았는지는 역사가 입증하고 있다.
무상교육이 꼭 이루어져야 하는 절대절명의 과제라면, 그리고 교육부․교육청이 계속 이렇게 굴 것이라면 차라리 그 돈으로 전국의 사립유치원 모두를 인수하라. 그것이 사립유치원을 벼랑 아래로 떨어뜨리지 않고 정부 세금을 그나마 아끼는 차악(次惡)이다.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