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입가경이다. 서울시교육청의 고교 성추행 사건 감사 얘기다.
성추행 사건을 감사하라고 보낸 감사관이 되레 음주 감사와 동료 직원 성추행과 폭언을 했다는 제보가 나오자, 감사관 측에서는 동료 직원들이 민간 감사관 흔들기와 비리 은폐를 하고 있다고 기자회견을 했다. 일이 커지자 시교육청은 서둘러 감사관을 업무에서 배제했다고 발표했는데 알고 보니 감사관은 현장조사만 안 나갈 뿐 그대로 자리에 앉아 있고 오히려 문제를 제기한 감사팀장이 전출됐다.
일각에서는 곧 2심에서도 당선무효형을 받을 가능성이 큰 조희연 교육감 체제가 데드덕에 직면했다는 해석도 있고, 진보교육감 선거를 주도하는 핵심조직인 교육희망네트워크 사무처장과 전교조 중앙사무국 간부를 지낸 해직교사가 해당 학교의 사안을 주도해 진영 갈등이 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배경들은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전자는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난 동력이 됐을 뿐이고, 후자는 오히려 당초의 성추행 문제가 확대되는 양상에 영향을 끼칠 뿐이다. 근본적으로 감사 과정의 추태는 조 교육감이 그간 진행해 온 인맥·보은 인사의 연장선상에 있는 일일 뿐이다. 무리하게 측근들을 불러들여 앉혀놓으니 이들이 안하무인 절대권력을 휘두르는 가신그룹이 되고, 언제나 그렇듯이 절대권력은 부패한다는 얘기다.
조 교육감은 취임 이후 인사 문제로 가장 많은 구설에 올랐다. 현직 교사를 시교육청에 상근직으로 불러들이면서 100% 전교조 전·현직 간부로 채우고, 본청과 지역청 주요 보직의 절반을 본인 출신지역 인사로 채운 것은 약과다.
교육청에 공교육 행정에 대한 전문성은 없는 선거캠프 사람들이 대거 들어왔다. 대부분 조 교육감과 학연이나 단체활동 인연이 있었고, 선거캠프 출신들이거나 조 교육감을 지지한 조직의 간부로 몸담고 있었다.
‘(교육)감님 끈’으로 교육청에 들어왔으니 누구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존재들이 됐다. 심지어 장학사가 담당 부서장이 바로 옆에 있는데도 그를 놔두고 조 교육감이 데려온 비서진에게 일을 어떻게 해야 할지 물어보는 일도 볼 수 있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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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립고교 성추문 사건의 여파가 서울교육청 내부 싸움으로 튀며 당사자간 볼썽사나운 폭로전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진=TV조선 캡처 |
측근 인사는 이명춘 변호사의 감사관 내정에서 정점을 찍었다. 이 변호사는 조 교육감의 중학교 후배이자 선거 캠프 법률 자문을 맡았었다. 결국 논란 끝에 이 변호사는 감사관 자리에 앉지 못했다.
그렇다고 조 교육감이 이런 인사행태를 그만둔 것은 아니었다. 그 뒤를 이어 이번 논란의 중심에 있는 김모 감사관을 임명했다. 김 감사관의 경우 조 교육감이 초대 사무처장을 지낸 참여연대 실행위원 출신이자 그동안 논란이 됐던 특정지역 출신이다.
게다가 그동안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모 감사관은 6월 초 감사관으로 온 이후부터 폭언을 일삼아왔다. 6월 17일 감사관 환영식과 지난달 2일 자체 연수 후 회식 자리, 22일 회식 자리에서 부하 직원에게 폭언을 했다. 먼저 자리를 뜬 직원들에게 전화를 해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을 퍼부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앞서 다른 감사에서도 중도에 감사 결과를 공개하는 등 상식에 어긋나는 업무처리를 해왔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런 비상식적 업무행태는 조 교육감이 외부에서 새로운 자리를 만들어 데려온 서울시의원 출신 윤모 학생인권오호관의 감사에서도 문제로 지적된 바 있다.
교육감 권력만 믿고 안하무인으로 권력을 휘둘러왔으니 음주감사를 하고, 성추행 감사를 하러 와서 성추행을 했다고 하더라도 놀랄 상황은 아닌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일반직공무원 노조는 결국 감사원에 김 감사관에 대한 공익감사 청구를 했다. 김 감사관이 성추행 등 일부 물의에 대해서는 부정을 하고 있어 감사원 감사 결과를 지켜볼 일이기는 하지만 공정하고 전문성 있는 인사를 채용해야 하는 자리에 지연과 사회단체 인연 등 개인적 인맥으로 사람을 앉혀놨으니 언젠가는 일어날 문제였던 것이다.
노조가 감사청구를 하자 시교육청에서는 교육감 주재 특별 대책회의를 열었다. 그런데 특별조사팀에 위원을 추가 위촉해 객관성과 공정성을 높이겠다면서 내놓은 명단이 가관이다. 박봉정숙 한국여성민우회 대표, 이지문 한국공익신고지원센터 소장이다. 모두 조 교육감과 당선 전부터 인연이 깊고 진보교육감 만들기에 공헌한 단체 소속인 것은 기본이다.
오성숙 감사관은 조 교육감이 규정에도 없는 자리를 새로 만들어 데려온 역대 진보교육감 선거공신이다. 박봉정숙 대표는 조 교육감이 한국사회포럼2006 조직위원회 집행위원장일 때 집행위원을 지냈고, 참여연대 활동에도 함께 했다. 이지문 소장 역시 조 교육감의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시절 참여연대 병역비리 시민옴부즈만을 지냈다.
이들을 위촉해 조교육감이 불러들인 참여연대 출신인 김 감사관의 행태에 대해 특별조사를 하겠다니. 오히려 특별조사 책임자인 부교육감이 김 감사관의 잘못을 들출까봐 그를 감쌀 위원들을 추가 위촉했다는 얘기를 한다면 말이 될 구색이다.
조 교육감 체제가 법정에서 무너지기도 전에 권력집단의 부패로 무너질 모양새다. 권력은 부패한다. 절대권력은 반드시 부패한다. /박남규 교육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