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라스베이거스=미디어펜 조우현]LG전자가 올해 M&A에만 2조 원 가량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주완 LG전자 CEO는 현지시간 10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 한두 개 정도는 시장에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현재 M&A 대한 협의가 진행 중이라는 설명이다.
왼쪽부터 이상수 전략책임자(CSO), 은석현 VS사업본부장, 류재철 H&A사업본부장, 조주완 CEO, 박형세 HE사업본부장, 장익환 BS사업본부장, 김병훈 최고기술책임자(CTO), 윤태봉 해외영업 부사장이 현지시간 10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모습. /사진=미디어펜 조우현 기자
◆ 신규 투자 10조 원…M&A에만 2조 원 투자 예정
이날 발표한 투자 계획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수치를 언급했다. 조 CEO는 올해 신규투자를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한 투입액은 10조 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이상수 CSO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R&D 투자가 전체 매출의 5.5%를 차지하는데, 이를 수치로 환산하면 4조5000억 원 가량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나머지 5조5000억 원 중 3조5000억 원은 해외에 짓는 공장, 시설 보수, 라인 투자에 사용하고, M&A 등 전략적 투자에 2조 원 가량 투자할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다만 구체적인 M&A 계획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조주완 CEO는 “구체적으로는 말하기 어렵지만, B2B 영역, 신규사업영역 쪽이 될 것 같다”며 “그쪽 영역에서 아직 갖고 있지 않은 역량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집중돼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어 “M&A도 좀 더 들여다 보면 대상 기업의 조직을 몽땅 인수하는 경우가 있고, 아니면 상당 부분 인수해서 경영을 하는 등 다양한 방식이 있다”며 “올해 한두 개 정도는 시장에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또 “로봇 발전 방향에 있어서도 주의 깊게 보고 지분투자나 M&A 가능성도 열어두고 그때가 왔을 때 중요한 플레이어로서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 대세는 AI…보안 등 ‘개인’ 관련된 문제 화두
올해 CES에서 가전 쪽 비중이 급격히 줄고, 자동차 분야에 대한 관심이 올라갔다고 평가했다. 또 올해 화두였던 인공지능(AI)에 대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진단했다.
조 CEO는 “지금까지 외부 활동이 많아서 오늘부터 보려고 한다. 자동차를 위주로 보려고 한다”며 “자동차가 화두가 된지 오래 됐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어 AI가 대세라는 점을 언급하며 “제품 전시보다는 제품을 어떻게 서비스하고, 솔루션을 줄 것이냐에 집중되다 보니 제품의 다양함 보다는 소비자들이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손에 잡히는 서비스(가 대세였다)”면서도 “아직까진 진화 단계에 있는 것 같다”고 평했다.
김병훈 CTO는 “많이 둘러보지 못했다”면서도 “중국 업체의 경우 대형 TV를 강조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했다. 이어 “하이센스와 TCL 등 가전 업체들이 특이한 게 모빌리티에 관한 계획들을 전시했다”며 “주목해서 봐야겠다”고 했다.
또 “AI가 화두가 되면서 데이터에 대한 우려 사항들에 대한 전시가 많았다”며 “여전히 개인들에 관한 전시가 많아, 개인에 대한 열기가 계속 되는 것 같다”고 봤다. 보안의 중요성이 커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 “모바일 사라졌지만, 노하우는 계속 활용 중”
모바일 사업부의 빈자리에 대한 언급도 이어졌다. 앞서 구광모 LG 대표는 ‘선택과 집중’을 선언하며 지난 2021년 4월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MC사업부문을 해체시킨 바 있다.
조주완 CEO는 “모바일 사업은 사라졌지만 이 사업을 통해 축적했던 노하우는 여전히 남아있다”며 “MC사업부문에서 일했던 분들 모두 각각의 사업 영역에서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모바일에서 갖고 있던 영역들이 아직도 활용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모바일 사업에서 벌어들인 수익이 15조 원 정도였지만, 이를 제외하고도 상당한 매출을 견인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조 CEO는 “모바일 뿐 아니라 배터리게 들어가는 소재 부문도 현재 화학(LG에너지솔루션) 쪽으로 넘기면서 20조 원 가까운 매출이 빠졌다”면서도 “그럼에도 50조에서 60조 원에 이르는 매출을 견인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LG전자의 성장 잠재력이 9% 내지는 두 자릿수까지 갈 수 있다”고 자부했다.
◆ “지난해 출시한 세탁건조기, 미국 시장서 인기”
지난해 9월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23에서 공개한 ‘LG 시그니처(LG SIGNATURE) 세탁건조기’가 미국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제품은 세탁기와 건조기를 상하 직렬로 배치했을 때와 비교해 상부 수납공간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고, 세탁이 끝나면 알아서 건조를 시작해 세탁기에서 건조기로 세탁물을 옮기는 가사노동을 없애줬다는 점에서 ‘혁신’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류재철 H&A사업본부장은 “매일 판매 동향을 살피는데, 현재 미국 시장에서 가장 잘 팔리고 있는 드럼세탁기 베스트셀러 모델보다 잘 나가고 있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세탁건조기의 경우 판매 단가가 기존 드럼세탁기의 두 배가 넘는다는 점”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세탁기의 모델은 결국 세탁을 끝내고 건조기로 옮겨야 하는 불편함을 없애는 쪽으로 가야한다”며 “미국 고객들에게도 이 점이 잘 어필됐다”고 평했다. 이어 “향후에도 성장에 많은 기여를 할 모델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시장에서는 시그니처 브랜드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탁건조기는 이르면 다음 달, 늦어도 3월 초에 한국 시장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 삼성 ‘투명 마이크로 LED’, 소비자에 판매하기엔 가격이…
박형세 HE사업본부장은 삼성전자가 올해 CES에서 선보인 투명 마이크로 LED에 대해 “전날 직접 가서 봤다”며 “B2C 영역에 오기엔 어려운 가격대라고 보고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LG전자의 경우 마이크로LED는 100인치에만 있고, 100인치 이하의 제품은 올레드에 집중하고 있다”며 “이번에 선보인 77인치 올레드 제품은 전 세계에 없는 제품”이라며 자부심을 표했다.
LG전자는 올해 CES에서 ‘LG 시그니처 올레드 T’를 선보였다. 이번 신제품은 올레드 TV의 화질은 그대로 유지하는 한편, 스크린 너머를 볼 수 있는 투명 올레드와 무선 AV송‧수신 기술을 모두 더한 것이 특징이다.
박 본부장은 “올해 안에 출시 계획할 제품”이라면서 “투명 마이크로 LED도 계속 들여다 보겠지만, 아직까지 마이크로 LED는 B2B 영역에 적합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기술 등이 발전하는 건 어떻게 하는지 들여다보도록 하겠다”고 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