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진년 새해가 밝았다. 전쟁과 같았던 2023년 한 해가 지났지만, 여전히 대내외적 변수는 큰 변화가 없다. 미‧중 패권 경쟁과 세계 곳곳의 전쟁으로 인한 대외 변수는 여전하며, 이로 인한 돌발 변수와 고금리 고환율 등 기업에 미치는 영향 역시 올해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올해 주요 기업들의 의사 결정이 늦어지고 있다. 평소 같으면 11월에 끝났어야 할 임원 인사와 보직변경이 아직도 끝나지 않은 그룹도 있고, 올 한 해 비용 문제 등 확정을 짓지 못한 사례도 눈에 띈다.
이러한 모습들은 결국 올해에도 업황이 크게 반등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는 등 초불확실성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다소 보수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기업들은 항상 답을 찾는다. 다소 부진할 순 있어도 실패는 없어야 한다. 이는 대한민국과 기업 모두에게 적용되는 부분이다.
세계은행은 올해 전 세계 경제성장률을 2.4%로 예상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저치다. 이는 대한민국의 올 한해 경제성장률과 같은 수준이다. 대부분의 선진국들의 경제성장률이 1%대로 예상된 것을 감안하면 한국은 그나마 반등세가 예상되고 있는 셈이다.
어려움과 별개로 각 기업들은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이는 전 세계 기업들의 공통 과제다. 미국의 대표 자동차 회사인 GM의 경우 자율주행과 전기차 등 미래를 위한 투자에 7억~8억 달러를 쏟아 부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한 수익은 60만~70만 달러 수준이었다고 하니 효율로 따지자면 최악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기업의 미래 생존 측면에서 보면, 이는 10년 20년 후를 생각할 때 피할 수 없는 투자다. 이는 우리 기업도 마찬가지다. 현재 각 산업이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투자를 늦출 수 없는 이유다. 대부분 그룹과 기업 오너들이 신년사에서 ‘변화와 혁신’을 강조하는 것도 같이 이유다.
미래 산업이라 불리는 대부분이 현재의 성과보다 미래의 가치에 집중돼 있다. 반도체는 초격차를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투자해야 하며, 전기차와 배터리, 소재 산업 역시 시장 선점을 위해 다소 주춤한 시황에도 불구하고 투자가 불가피하다. 최근 대기업들이 일제히 투자에 나선 바이오 산업 역시 말 그대로 미래를 위한 투자이며, 자율주행, 로봇, AI 등 많은 기업들이 관심을 쏟는 분야 역시 성과보다 투자가 우선되는 산업이다.
빠른 변화가 필요한 변혁의 시대에 살고 있지만, 과거를 돌아보면 과거 역시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과거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의 신경영 어록을 살펴보면, 1987년 12월 1일 취임사에서 “미래지향적이고 도전적인 경영을 통해 90년대까지 삼성을 세계적인 초일류기업으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또 2010년 3월 경영복귀 때는 “지금이 진짜 위기다. 글로벌 일류기업이 무너지고 있고, 삼성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 앞으로 10년 내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이 사라질 것이다. 다시 시작해야 한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라고 말했다.
특히 2007년 1월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서는 “중국은 쫓아오고 일본은 앞서가는 상황에서 한국 경제는 샌드위치 신세”라고 말한 바 있는데,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에 놓은 현 상황과 비슷한 상황이다.
결국 기업은 매 순간 위기와 변화의 순간에 놓여 있었고, 그 답을 찾고 행동한 기업이 미래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할 수 있다라는 마음자세다. 물론 기반이 되는 것은 투자다. 정주영 전 현대 회장은 “무슨 일을 시작하든 된다는 확신 90%와 반드시 되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 10%를 가지라”고 강조한 바 있다.
아쉬운 점은 어느 때보다 빠른 의사결정이 중요한 시기에 오너들이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점이다. 이재용 삼성 회장은 오는 26일 삼성물산 관련 1심 선고를 앞두고 있고, 최태원 SK 회장과 구광모 LG 회장은 자칫 경영권을 위협받을 수 있는 다소 터무니없는 재산 분할 관련 소송이 진행 중에 있다.
이재용 회장의 경우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100여차례 법정에 서는 등 경영에 집중하기 힘든 상황에 놓여 있었다. 오너의 부재로 투자시기를 놓쳐버리면 기업 뿐 아니라 국가경쟁력도 뒤쳐질 수밖에 없다. 경영권 확보는 안정적 경영을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인 만큼, SK와 LG도 경영에 모든 역량을 쏟아낼 수 있을지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정주영 전 현대 회장은 과거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잘되는 것이 나라가 잘되는 것이고 나라가 잘되는 것이 우리가 잘될 수 있는 길이다”
정부는 기업이 기업을 할 수 있도록 터를 닦아 주고, 기업은 경쟁력을 발판 삼아 국가 경제와 사회 안정에 이바지하면 된다. 세계 경제가 어려울 때일수록 기업이 살아나야 한다.
[미디어펜=문수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