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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성장세 둔화에 가격경쟁 심화…"돌파구 마련 시급"

2024-01-19 11:35 | 조성준 기자 | abc@mediapen.com
[미디어펜=조성준 기자]둔화된 전기차용 배터리 성장세가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보여 한국 배터리 업계의 분발이 요구된다. 배터리 시장의 장기적 성장세는 변함이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수요가 줄어들면서 성장세가 둔화돼 단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또한 중국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싼 가격을 무기로 인기를 얻으면서 소비자들의 배터리 가격 인하 요구도 충족해야 하는 과제를 풀어야 한다.

테슬라 모델Y./사진=테슬라 홈페이지 캡처



19일 시장조사기관 S&P 글로벌 모빌리티 조사를 보면 올해 글로벌 전기차(BEV) 판매량은 전년 대비 39.5% 증가한 1330만 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 판매량 중 전기차 비중도 전년 대비 4.2%포인트(p) 상승한 16.2%로 예상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1월까지 전 세계 전기차(BEV·PHEV) 판매량은 1242만7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38.6% 증가했다.

이 같은 추세를 보면 올해에도 전기차 판매량은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도 그만큼 많이 필요하게 된다.

하지만 배터리 업계는 실제 출하량은 감소할 것으로 관측한다. 전기차 수요가 둔화하면서 선주문으로 만들어 놓은 재고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 인기가 주춤한 것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지난해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폭스바겐그룹 등 주요 완성차 기업이 전동화 속도를 늦추기로 했고, 이들과 합작 배터리 법인을 추진하는 배터리 기업들도 덩달아 공장 완공 시기를 뒤로 미루고 있다.


◇ '저가 배터리' 인기 만점…테슬라 이어 벤츠도 'LFP'

배터리 가격 인하 압력도 점차 거세지는 분위기다.

전기차 시장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사그라들면서 리튬 등 배터리 핵심광물 가격이 하락했고, 그 여파로 신형 배터리 단가도 떨어지는 추세다.

블룸버그 NEF에 따르면 지난해 킬로와트시(kWh)당 리튬이온 배터리 팩 가격은 전년 대비 14% 하락한 139달러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탄산리튬 가격은 이달 기준 kg당 86.500RMB(위안)로 1년 전(454.50위안) 가격의 5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중국 CATL이 LFP 배터리 신제품을 공개하는 행사 모습./사진=CATL 유튜브 캡처



배터리 가격 인하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니즈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전기차는 비슷한 크기의 내연기관차에 비해 보통 2배 가량 비싸다. 정부 보조금 등을 통해 실제 구매 가격은 인하되지만 동급 차종의 내연기관차와 가격적으로 경쟁이 되지 않는다.

이에 LFP 배터리 탑재를 통한 배터리 가격 인하 시도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테슬라가 지난해 중국 상하이 CATL에서 만든 LFP 배터리를 탑재한 모델Y 후륜구동(RWD), 일명 '중국 테슬라'는 지난해 국내 수입차 판매 톱3에 올랐다. 전기차 판매량에서는 당연히 1위다.

중국산 모델 Y는 기존 7000만 원대인 차량 가격을 5699만 원까지 낮췄다. LFP 배터리를 탑재해 배터리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췄기 때문이다.

고성능에 집중하는 유럽에서도 서서히 LFP 배터리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마르쿠스 쉐퍼 메르세데스 벤츠그룹 이사회 멤버이자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최근 CES 2024에서 "새로운 전기차 플랫폼인 MMA(Mercedes-Benz Modular Architecture)가 적용된 차량이 출시되는 2025년부터는 LFP 배터리가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LFP 배터리 전용 모델 개발 가능성은 일축 했으나 소비자가 원한다면 LFP 배터리를 탑재해 차량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선택지를 제시하기로 한 것이다.

세계 3위 완성차 그룹으로 성장한 현대차그룹도 중저가 전기차를 중심으로 LFP 배터리 적용을 늘려간다는 방침이다.


◇ 경쟁 뒤쳐질 수 있어…위기 대응 전략 가동해야

한국 배터리 업계는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일각에선 어두운 미래 전망도 나온다.

호주전략정책연구소(ASPI)는 '글로벌 핵심기술 경쟁 현황'을 통해 한국은 향후 배터리 분야 점유율에서 중국(65.5%)과 미국(11.9%)에 이은 3위(3.8%)를 차지할 것으로 점쳤다.

업계에서는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LFP 배터리 조기 개발 및 상용화, 삼원계 배터리 가격 인하, 전고체 등 차세대 배터리 개발 등의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기차 내부 배터리 조감도./사진=현대자동차 홈페이지 캡처



LFP 배터리는 향후 몇 년간 인기를 끌면서 대중 전기차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 배터리 3사는 2025년 말~2027년 경 상용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 속도를 조금이라도 당길 필요성이 제기된다.

일각에선 국산 LFP 배터리가 개발되더라도 중국산에 비해 저렴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삼원계 배터리 가격 인하를 전략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도 말한다.

업계에 따르면 NCM 배터리에서 니켈 비중을 줄이는 대신 망간을 메인 재료로 사용하게 되면 성능을 유지하면서도 가격을 낮출 수 있다. 이에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망간리치 배터리 연구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이러한 배터리가 개발되면 LFP 배터리 보다는 약간 비싸지만 성능이 더 좋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이다.

전고체 배터리, 리튬황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 개발도 서둘러야 한다. 장기적 관점에서 배터리 시장은 차세대 배터리를 누가 더 안정적이고 빨리 만드느냐가 승부를 가를 전망이다. 아직 중국이 차세대 배터리를 구상할 기술력이 되지 않는 만큼 기술 격차를 벌릴 기회를 살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전기차 수요의 점진적 증가에 따라 배터리 수요도 예전보다는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LFP의 인기로 전체 시장이 과도기에 놓인 만큼 단기 전략과 미래 전략을 구분해 입체적인 대응을 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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