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의 청렴도 측정은 인식도 조사일 뿐
국민권익위원회가 매년 실시하는 공공기관 청렴도는 주로 일반시민, 민원인 그리고 소속직원의 경험과 인식을 묻는 설문조사를 통해 측정되어진다. 특히 응답자의 경험과 함께 인식을 묻는 설문문항이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실제로 부패가 심하더라도 응답자가 인식하지 못하면 청렴도는 높게 나올 수밖에 없는 측정 방식이다. 따라서 공공기관의 청렴도는 해당기관에서 일어난 부패사건이 얼마나 대대적으로 언론에 보도되었느냐의 정도에 따라 지대한 영향을 받는다.
지난 19일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에 출석한 서울시교육청 김형남 감사관은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면서 하위권에 머무는 서울시교육청의 청렴도를 올리는 것과 사학비리를 척결하는 것이 가장 큰 업무목표라고 소신을 밝혔다. 김 감사관은 두 가지로 나누어 소신을 밝혔으나 사실은 사학비리를 척결하면 교육청의 청렴도가 상위권으로 올라간다는 논리를 편 셈이다.
이러한 김 감사관의 발언은 서울시교육청의 감사현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데 따른 무지에서 비롯한 것이다. 그럼에도 소신을 앞세우는 그의 모습을 보며 선무당에게 칼을 쥐어준 꼴이 아닌지 걱정스럽기 그지없다.
학교비리적발율, 공·사립간 아무런 차이 없어
우선 사학의 부패·비리가 공립보다 더 심하다는 전제부터가 사실무근이다. 서울시의회 송재형의원(강동2, 새누리당, 교육위원회)이 발표한 보도자료(2014.11.13.자)에 의하면,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이루어진 서울시교육청 감사결과 3년치를 전수 조사한 결과 공·사립간 비리적발율에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
다음은 서울시교육청이 공립학교에 대한 감사결과는 대외적으로 공개하여 발표한 사례가 거의 없으나 사립학교에 대한 감사결과는 지속적으로 언론에 공개해 왔다는 사실이다. 특히 사학에 대한 감사결과를 공개할 때 학교명을 그대로 노출시켜 보도자료를 배포한 사례가 한 두 번이 아니다. 교육청은 사립학교의 감사결과를 실명으로 공개하여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케 했고, 그 결과 학교비리라면 사학비리인 것으로 시민들을 인식시켜왔다.
교육청의 감사결과 공개방식이 더 큰 문제
▲ 김형남 감사관은 지난달 26일 술을 마신 채 피해 여교사 4명을 면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서울시의회가 지난 19일 개최한 교육위원회 질의응답 과정에서도 사실로 확인됐다. /사진=연합뉴스TV 캡쳐
곽노연 교육감 이후 이러한 서울시교육청 감사결과 발표행태는 사학을 비리집단처럼 인식시켜 왔고, 결과적으로 교육청에 대한 청렴도 인식을 하위권에 머물게 만든 주요인이었음을 알아야 한다. 청렴도 측정이 부패·비리에 대한 인식도에 대한 설문조사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끝으로 언론의 보도행태에도 문제가 많다. 통상 7,8년 만에 종합감사를 받게 되면 해당 학교는 여러 가지 행정착오나 행정 처리상의 미숙한 부분들이 지적을 받게 마련이고 때론 지적사항이 수십 가지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지적사항은 업무감사를 통해 한 단계 학교행정을 합리화하고 발전시키는 과정일 뿐 부패·비리가 아니다. 물론 지적사항의 정도가 심각하면 해당 공무원이 가벼운 징계를 받기도 한다. 그런데 웬일인지 사학의 감사결과가 언론에 보도될 때는 단순 지적사항 수십 가지조차 모두 비리라고 부풀려진다는 점이다.
김형남 감사관은 서울시교육청의 청렴도가 왜 하위권에 머무는지, 공·사립간 부패·비리의 유형과 심각성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그동안 서울시교육청의 감사가 왜 사학에만 지나치게 집중되어 왔는지, 사학에 대한 감사결과는 왜 그리도 열심히 언론에 공개하려고 애써 왔는지, 그 허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단언하건대 서울시교육청이 감사결과만 언론에 공개하지 않아도 청렴도는 올라갈 것이다.
사학은 적극적인 자기방어에 나서야
답답하기는 정작 피해를 당하고 있는 사학들이다. 특히 사학을 대변한다는 관련 단체들의 무감각한 태도이다. 사학법인협의회나 사립학교교장협의회 또는 사립학교행정실장협의회 등이 지난 19일 김형남 감사관의 발언에 대해 어떤 대응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새로 취임한 감사관의 무지와 편견, 그리고 사학에 대한 명예훼손적 발언에 대해 무감각으로 일관하고 있다. 당장 교육청을 방문하여 항의하고 성명서라도 한 장 내 놓아야 하지 않겠는가?
김형남 감사관은 음주감사와 성추행 의혹 등 부하직원들과의 갈등으로 감사원 감사를 앞두고 있다. 그가 소신이라고 밝힌 사학비리 척결도 현실과 거리가 먼 이념적 패거리 정책일 뿐이다. 어느 모로 보나 참으로 김 감사관의 취임은 서울시교육청에 재앙이 아닌가 한다. /김정욱 국가교육국민감시단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