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년여 간 끌어온 경영권 승계 관련 재판에서 무죄를 확정 받으며 자유의 몸이 됐다. 이 회장이 사법리스크를 해소하고 경영에 집중할 수 있게 되면서 ‘뉴삼성’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 지귀연 박정길 부장판사)는 5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 기소 후 1252일, 약 3년5개월 만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일 오후 1시 42분 가량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 지귀연 박정길 부장판사) 심리로 열리는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재판부는 “이 사건 공소사실 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밝혔다.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살(미전실) 실장,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등 나머지 피고인 13명에게도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 2016년 11월 국정농단 사건의 참고인 신분으로 첫 검찰 소환 조사를 받은 이후 ‘국정농단 공모’ 혐의로 지난 2017년 2월 재판에 넘겨졌다. 이후 대법원, 파기환송심 과정을 거쳐 징역 2년 6개월을 2021년 1월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이후 207일 만에 가석방으로 출소했지만, 취업제한을 적용받아 경영 복귀까지 우여곡절이 있었다. 이어 지난 2022년 8월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됐지만, 이후 3년여 간 매주 한두 차례 열리는 ‘부당합병·회계부정’ 재판에 참석하면서 경영에 집중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판결을 통해 사법 리스크를 완전히 해소하게 되면서 뉴삼성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 회장은 국정농단 사건 복권 이후 이전보다 적극적인 경영 활동을 펼쳐 왔지만, 매주 참석해야 하는 재판 때문에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 회장이 사법리스크에 묶여 있는 동안 해결하지 못한 과제가 산적했기 때문이다. 삼성을 향한 우려가 지속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로 삼성은 국정농단 사태 여파로 지난 2017년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을 공식 해체했고, 2016년 미국의 전장 기업인 ‘하만’을 인수한 이후 7년째 이렇다 할 대형 M&A가 없는 상태다. 그러다 보니 뉴삼성을 위한 이렇다 할 신사업도 전무하다.
이 회장이 삼성전자 등기이사에 복귀하지 못하고 있는 점도 삼성의 리스크로 분류된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회장은 지난 2022년 10월 회장에 올랐지만, 이건희 회장이 부재한 후 10년여 만에 경영 시험대에 올랐다”며 “그동안 사법리스크로 인한 경영 활동에 대한 제약이 컸기 때문에 이재용의 뉴 삼성은 이제서야 시작인 셈”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런 상황에서도 이 회장은 지난 2022년 10월 25일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반도체, 바이오, 등 정보기술(IT) 분야에 대한 투자계획을 공개하며 나름의 노력을 해온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삼성은 오는 2026년까지 국내 360조 원을 포함, 총 450조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또 향후 20년간 총 300조 원을 투자해 용인에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바이오 분야 육성을 위해 향후 10년간 바이오 사업에도 7조5000억 원을 투입한다.
또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민간 외교관 역할도 했다. 그동안 이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와 스위스, 일본, 미국,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베트남, 사우디아라비아 방문 등에 함께 하며 외교에 힘을 보탠 바 있다.
이외에도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 엔비디아 CEO, 크리스티아누 아몬 퀄컴 CEO,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등 글로벌 인사들과의 만나며 저변을 넓혀왔다.
이 회장이 일관되게 강조해 온 동행 역시 꾸준히 진행 중이다. 이 회장은 취임 후 첫 공식 행보로 광주의 한 협력회사를 방문하고, 향후 10년간 지역 주요 계열사 사업장을 중심으로 60조10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하는 등 지역경제활성화에 주력하고 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