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서동영 기자]올해 해외건설 수주 스타트가 좋다. 국내 건설사들이 잇달아 수주 소식을 들려주고 있다. 정부도 적극 지원에 나서는만큼 올해 목표인 400억 달러(53조 원) 달성이 기대되고 있다. 다만 장기적 수주 확대를 위해서는 도급 중심이 아닌 투자개발로 체질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안찬규(왼쪽 일곱 번째) SGC이테크건설 부회장이 지난 17일 사우디아라비아 현지 법인 ‘APOC’관계자들과 수주 계약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SGC이테크건설
27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1월 31일 기준 올해 해외건설 수주고는 14억7076만 달러(1조9580억 원)다. 전년 동기 6억6093만 달러(8790억 원) 대비 2배 이상이다.
2월에도 낭보가 들려왔다. SGC이테크건설이 사우디아라비아 현지 법인 APOC로부터 약 2500억 원 규모 IPA(아이소프로필 알코올) 생산 설비 공사를 수주했다. SGC이테크건설은 지난해 12월 사우디에서 6900억 원 규모 화학 플랜트 설비 공사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잇단 수주에 힘입은 SGC이테크건설은 올해 국내외 신규 수주 목표를 지난해 2조835억 원보다 많은 2조4000억 원으로 잡았다. 여기에는 1조8000억 원의 플랜트 설비 수주가 포함됐다. SGC이테크건설 관계자는 "사우디,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주요 거점지 중심으로 신규 수주 활동을 이어나가며 해외 포트폴리오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건설은 18조7000억 원 규모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원자력발전소 신규 공사의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입찰 자격 사전심사를 단독으로 통과하고 불가리아 의회 승인을 받은 만큼 수주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지금 기세가 이어진다면 올해 해외건설 목표인 400억 달러 달성도 가능하다는 평가다. 해외건설 수주액은 지난해 333억1000만 달러(44조3522억 원) 포함 4년 연속 300억 달러 돌파를 기록했다.
정부도 해외건설 수주를 위해 팔을 걷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5일 이라크 비스미야로 향했다. 비스미야에는 한화 건설부문이 시공을 맡았으나 공사비 미수금 문제로 2022년 공사가 중단됐다 최근 재개된 신도시 건설 현장이 자리하고 있다. 박 장관은 후속 신도시 등 현지 프로젝트에 대해 국내 건설사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이라크 정부 측에 요청했다.
하지만 해외건설 시장이 마냥 장밋빛 미래는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당장 중국 등 타국 건설사들의 저가 수주로 국내 건설사들의 가격경쟁력이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400억 달러 달성이 문제가 아니라 단순 도급이 아닌 투자가 동반되는 개발사업으로 구조를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건설사들의 해외건설 수주액 중 도급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95.6%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개발형 비중은 4.4%에 불과했다.
박상우 장관 역시 지난 16일 건설사들과의 미팅에서 "언제까지 발주기관 입찰에서 우리 기업끼리 경쟁 수주만 할 수는 없다. 기회가 많이 펼쳐진 해외 도시개발 수요를 우리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스마트시티 건설 같은 투자 개발사업을 강조했다.
다만 건설사들이 단숨에 투자 개발사업 능력을 키울 수는 없는 만큼 보다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타운홀 미팅에 참석한 건설사 관계자들도 "금융 및 정책자금을 지원해달라"고 박 장관에게 요청했다.
[미디어펜=서동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