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서영 기자] 2016 총선 전 마지막 국정감사(국감)가 또 다시 포퓰리즘으로 얼룩질 전망이다. 정치인들이 국민들에게 인기를 어필할 수 있는 아주 간단한 방법을 통해서 말이다. 그 방법의 이름은 ‘기업인 때리기’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31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오는 10일부터 시작되는 국감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증인으로 세우겠다’고 말했다. “이번에 롯데 사태로 국민적 관심이 커졌고,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해 국민연금이 한 행위라든지 재벌의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전근대적인 경영방식이 개선되지 않은 점 등을 명백히 밝히겠다”는 주장이다.
수 천 수 만 명의 생계를 어깨 위에 짊어지고 분 단위 초 단위의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는 대기업 총수들을 국감장에 부르겠다는 호언장담의 의도는 명백하다. ‘망신’을 주겠다는 얘기다. 그렇지 않고서야 기본적으로 사인(私人) 간의 문제인 지배구조나 경영방식에 대해 국회의원들이 나설 이유가 없다.
▲ 국감을 통해 국민들에겐 생색을 내고 기업인들에겐 압력을 가하는 정치인들이야말로 사실은 ‘기업 없이 한 순간도 살 수 없는’ 사람들이다. /사진=연합뉴스TV 캡쳐 |
이렇게 되면 국회의원들로서는 일석이조(一石二鳥)의 목적을 달성하게 된다. 첫 번째, 어차피 성사되지도 않을 ‘대기업 총수 소환’을 부르짖음으로써 ‘대기업 집단과 싸우는 정의로운 투사’의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최근 북한 문제와 관련된 연이은 패착으로 국민들에게 많은 실망감을 안겨준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감을 통해 대기업 총수들을 공격함으로써 스스로에게 쏟아지는 비난을 분산시키는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된다.
두 번째 효용은 ‘대기업들에 대한 권력 효과’다. 대기업 총수들이 가장 싫어하는 게 바로 여론의 십자포화 대상이 되는 일이다. 정치권은 이 점을 악용해 대기업 총수들을 압박한다. 이는 심리적으로 대기업 총수들을 정치권에 종속되게 만드는 효과를 낳는다. 난처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정치권에 아부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재벌은 국민의 관심과 사랑 속에서 성장했다. 그에 대한 감시와 견제는 국회에서 해야 된다”고 말했다. 이 말 자체는 왠지 그럴 듯하게 들린다. 하지만 정치인들이 과연 얼마나 재벌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얼마나 잘 해왔는지는 의문이다.
진짜로 대기업들을 감시하고 견제해 온 건 소비자들의 집합인 시장이다. 정치인들은 재벌을 견제한 게 아니라 오히려 필요할 때마다 정치자금을 타 쓸 수 있는 ‘주머니’로 알아왔던 게 사실이다.
정치인들이 기업인들을 하인 부르듯 불러 정치자금을 요구하는 방식은 이제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완벽하진 않지만 그만큼 세상이 깨끗해졌다고도 말할 수 있다.
정경유착의 어두운 고리를 계속 해서 유지하게 만드는 건 바로 이종걸 원내대표가 보여준 것과 같은 언행이다. 국민들은 국감 시즌만 되면 반복되는 정치인들의 ‘기업인 망신주기’ 시도야말로 청산되어야 할 악습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국민들에겐 생색을 내고 기업인들에겐 압력을 가하는 정치인들이야말로 사실은 ‘기업 없이 한 순간도 살 수 없는’ 사람들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