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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중국 알리‧테무의 습격, 이대로 방치하면 속국된다

2024-03-22 15:42 | 문수호 부장 | msh14@mediapen.com

최근 공산국가인 중국의 이커머스 플랫폼 알리와 테무가 자유경제주의 시장을 제 집 앞마당 마냥 강타하면서 이슈를 몰고 다니고 있다.

세상에 공짜와 할인을 마다하는 사람들이 어디 있을까? 중국 정부의 지원을 뒤에 업은 이커머스 플랫폼들이 미국과 우리나라의 유통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오프라인 이커머스 시대가 도래한 가운데, 중국 내 경제가 위기를 맞으며 내수 물품들을 끝없이 해외로 쏟아내고 있다.

미국의 이커머스 시장을 호령하던 아마존마저 위상이 흔들리고 있고, 우리나라 역시 이커머스 시장을 선도한 쿠팡의 강력한 라이벌 등장 가능성에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중국 이커머스 기업들은 자본주의 시장에 엄청난 자금을 투자하며 판을 뒤흔들고 있다. 테무는 광고 단가가 가장 비싸다는 미국 풋볼 슈퍼볼 광고에 4번이나 등장했다. 30초에 97억원을 태웠다고 하니 고작 2분에 400억 원 가까운 돈을 쓴 것이다.

우리나라에선 알리익스프레스가 적극적인 프로모션에 나서고 있다. 싸도 너무 싼 가격으로 고객들의 마음을 홀리고 있다. 최근 만난 홍보 분들도 상당수가 알리나 테무 이용 경험이 있었다. 특히 값싼 제품에 마음이 쉽게 흔들리는 남성 고객의 이용 빈도가 상당히 높은 것으로 보인다.

값이 싼 만큼 호기심 반에 이용해 본 이들도 꽤 있었다. 반응은 비슷하다. 아직 품질이 좋지 않다거나 도착일을 특정할 수가 없어 마냥 기다려야 한다 등의 불만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낙 싸니까 그러려니 하는 모습은 또 공통적인 부분이다.

최근 경기가 좋지 않고 물가가 치솟으면서 알리와 테무의 인기에 기름을 붓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무분별한 이용으로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이 국내에 정착하게 되면 사실상 우리 유통업은 중국의 속국화 될 수도 있다.

코로나19 이후 쿠팡은 유통 시장에 빠르게 정착했다. 오프라인 매장과 유통업계에 미친 영향은 어마어마했다. 사실 쿠팡 정착 과정은 유통업계 내에서는 정착하느냐 망하느냐 둘 중 하나로 봤다. 특히 망할 것으로 예상한 이들도 적지 않았다. 그런 우려의 시선에도 쿠팡은 놀랄 정도로 빠른 시간 내에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이커머스 시대의 새 장을 여는데 성공했다는 평을 받는다.

하지만 빠른 성공과 함께 위기도 빠르게 찾아온 모습이다. 알리의 역습 때문이다. 사실 알리의 시장 안착은 쿠팡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다. 오프라인 매장에 큰 어려움을 주면서 유통업계에 큰 변화를 가져온 쿠팡이지만, 이들의 사업 방식을 욕하는 이들은 사실 거의 없었다.

이들은 물류센터 등에 엄청난 투자를 했고, ‘로켓배송’이나 ‘묻지마 환불’ 사업 등 적자 모델에도 불구하고 고객 마음을 잡기 위한 서비스를 지속했다. 이들의 성공 이면엔 남들이 알고도 따라하지 못한 엄청난 노력과 투자가 있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죽느냐 사느냐 생존경쟁에서 당당하게 살아남은 승자였다.

그러나 알리와 테무는 좀 다르다. 쿠팡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선두주자였다면, 이들은 이미 만들어진 시장에 아무런 노력 없이 발을 얹으려는 무임승차자에 가깝다. 특히 이들은 중국 정부의 대단위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에 절대 공정한 게임이라 할 수 없다. 

사실 중국 기업들은 전부 정부에 속해 있는 공기업이라 해도 무방하다. 중국 공산당이 마음먹지 않는 한 망할 리 없는 기업이라는 뜻이다. 이들은 수익을 내서 기업에 이익을 내는 것보다 적자를 보더라도 중국 내수 경기를 살리고 돈의 원활한 흐름을 조성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는 게 더 맞을 거 같다.

민주주의 국가들은 중국 공산당의 통제로 기업 활동에 많은 제약을 받는 반면, 중국 기업은 자금력을 바탕으로 전 세계 시장을 휩쓸고 있다. 모습은 달리 하지만 이 또한 중국의 동북공정 일환이 아닐까 의심스러울 정도다. 



우리 정부는 ‘이커머스 플랫폼의 규제가 아닌 국내 기업의 지원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이 이대로 정착하면 국내 플랫폼들은 회복할 수 없는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현재 1위 기업인 쿠팡의 경우 중국의 마인드로는 서비스를 절대로 따라올 수 없다고 본다. 쿠팡이야 어떻게든 살아남겠지만, 11번가나 G마켓 등 다른 플랫폼들은 살아남기 위한 생존게임에서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

최근 공정위에서 중국 플랫폼들에 대해 국내법을 차별 없이 적용해 규제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뭔 되지도 않는 소리인지 모르겠다. 국내에서 사업을 하려면 어떤 기업이든 차별 없이 규제를 받는 게 기본 전제가 아니란 말인가? 당연한 소릴 뭔가 하겠다는 듯이 하니 국내 기업들마저 옥죄는 플랫폼법 재추진에 대한 우려만 커질 수밖에 없다.

중국 플랫폼의 제품은 KS인증조차 받지 않고 있다. 이러한 최소한의 장치도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차별 없이 규제하겠다는 말은 국내 기업이 망하는 것을 지켜보겠다는 뜻과 무엇이 다른가? 이제는 플랫폼들이 소비자 보호 의무를 이행했는지 사후 점검을 하는 것이 아닌 진입장벽을 만들어 소비자에 피해가 없도록 하는 사전 작업이 필요하다.

현재 중국산 철강제품이 저가에 수입돼 국내 시장에 혼란을 주고 있다. 국내 철강업계와 협회에서 반덤핑 제소를 검토하고 있는데, 이커머스 플랫폼의 경우 이러한 AD제소 같은 구제 수단조차 없다. 

세계적인 거대 기업인 애플의 경우를 보라. 본사가 한국에 없다는 이유로 소비자 불만을 얼마나 무시하는지. 중국에게 바랄 것을 바라자. 그럼에도 싼 맛에 취해 중국 플랫폼을 이용하는 고객은 점차 늘 것이고, 국내 플랫폼들이 하나 둘 쓰러진 후에는 돌이킬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업계 내 깊은 우려에도 정치인들이나 정부 관료들은 "중국이 요소수를 안 팔면 어떻게 하나"라며 일어나지도 않은 보복을 더 걱정할 지도 모르겠다. 

코로나 시대 이후 쿠팡만으로도 유통업계는 많은 부침을 겪었다. 여전히 변화에 대응 중이고, 이를 위해 다양한 시도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알리와 테무의 갑작스런 공세가 이대로 계속된다면, 언젠가 우리 유통업은 중국에 완전 복속될 지도 모른다.

우리나라 기업에 엄정한 잣대를 들이대는 소비자들이 알리와 테무에도 부디 너그러운 마음이 아닌 엄격한 기준을 세워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륙의 SUV 동풍소콘을 들어봤는지 모르겠다. 여기저기서 가성비 최고의 차라고 소개됐지만, 실상은 조금이라도 사고가 나면 서비스 불가로 그냥 버려야 하는 수준이라고 한다. 이것이 중국 가성비의 실체다. 

미국은 하원 의회에서 중국 소유의 동영상 플랫폼인 틱톡 배포를 금지하는 법안을 압도적인 표결로 승인 통과시켰다고 한다. 개인정보 유출을 우려하는 것인데, 이커머스 플랫폼 역시 이런 우려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부디 정부는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이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경쟁체제를 이룰 수 있는 환경 조성에 힘써주길 바란다. 

[미디어펜=문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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