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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예적금 15조 빠질 때 요구불예금 34조 늘었다

2024-04-04 11:56 | 류준현 기자 | jhryu@mediapen.com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지난달 5대 은행의 예·적금 잔액이 2월 대비 약 15조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이자혜택을 누리기 어려운 요구불예금은 약 33조원 늘었다. 예금 금리가 3%대로 하락한 반면 금·코인·주식 등의 자산 수익이 크게 뛰면서, 투자자들이 즉각 자산투자에 자금을 투입할 수 있는 요구불예금을 선호하는 모습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5대(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시중은행의 예금 잔액은 873조 3761억원으로 2월 886조 2501억원 대비 약 12조 8740억원 줄었다. 같은 기간 적금 잔액은 31조 3727억원을 기록해 2월 33조 2204억원보다 약 1조 8478억원 감소했다. 예적금 잔액이 한 달 새 약 15조원 줄어든 셈이다. 

지난달 5대 은행의 예·적금 잔액이 2월 대비 약 15조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이자혜택을 누리기 어려운 요구불예금은 약 33조원 늘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반면 '수시입출금'으로 불리는 요구불예금은 급증했다. 지난달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은 124조 7812억원을 기록해 한 달 전 117조 445억원보다 약 33조 6226억원 늘었다. 이자가 0%대에 불과한 수시입출금통장에 이처럼 많은 자금이 유입된 건 투자자들이 즉각적으로 금·가상자산·주식 등에 자금을 투입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연중 미국발 금리인하 전망에 따른 시장금리 하락으로 주요 은행권의 예금 상품 금리가 3%대로 내려온 까닭이다. 

이날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5대 은행이 판매 중인 정기예금 상품(12개월 단리기준)의 금리는 연 2.60~3.55%에 불과하다. 이들이 판매 중인 적금상품(12개월 단리기준)도 연 2.50~8.00로 형성돼 있는데, 우대금리 조건이 까다로운 상품을 제외하면 최고 연 4% 초중반대 금리의 상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반면 주식·가상자산 등 위험자산을 비롯 금과 같은 안전자산도 최근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이 동반 상승하는 '에브리싱 랠리(everything rally)' 현상이 두드러지는 것이다.  

우선 주식시장을 살펴보면 미국 대형주를 묶어놓은 S&P500 지수는 지난달 20일 사상 첫 5200선을 돌파했다. 전년 동기 4000대에 견줘 1년 새 약 30% 급등한 수치다. 국내 증시도 대세에 편승하고 있다. 코스피는 지난달 말 2715를 찍으며 1년 전 2300선 대비 10%대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비트코인은 지난달 11일 첫 1억원을 돌파하며 신고가를 썼다. 이후 조정이 있었지만 여전히 1억원 주변을 오르내려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안전자산인 금값도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KRX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국내 금(99.99%, 1kg)시세는 종가 기준 1g당 10만 4990원을 기록해 정확히 1년 전 같은 날 8만 2540원 대비 약 27.2% 올랐다. 

금값은 올해 1~2월 8만 6000~8만 7000원대를 오르내리는 데 그쳤지만, 지난달 5일 9만 810원을 기록하며 첫 9만 고지를 넘어섰다.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면서 이달 2일 10만 1380원을 기록해 첫 10만선을 넘어섰다. 
 
이처럼 대부분의 자산시장 상품 가격이 오르면서 고금리 리스크에 안정적 투자를 지향하던 예적금 투자자들이 더 높은 수익률을 자랑하는 자산시장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한 은행 관계자는 "최근 주식과 코인, 금 등의 수익률이 크게 뛰면서 3%대 수익률에 불과한 은행 정기예금이 외면받고 있다"며 "추후 금리인하가 본격화되면 자산시장 투자에 대한 관심이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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