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인혁 기자]국민의힘이 황우여 당 상임고문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위촉하면서 4‧10총선 참패 수습에 나섰다. 한 전 비대위원장이 사퇴한지 18일 만이다. 국민의힘은 ‘관리형 비대위’ 출범으로 당 안정을 도모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총선 패배 후 첫걸음이 관리형 비대위 출범인 탓에 쇄신에 제동이 걸릴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황 고문은 5선 의원 출신이다. 박근혜 정부 당시 사회부총리 및 교육부 장관을 지냈다. 친윤계로 분류되지 않고, 성향 또한 급진 및 개혁과 거리감이 있어 비대위를 무난하게 이끌어 갈 것으로 평가된다.
황 고문이 비대위원장으로 지명된 배경에는 국민의힘 내부 ‘인물난’이 자리 잡은 것으로 파악된다.
황우여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사진=미디어펜 DB
중진 의원들이 2개월 남짓한 비대위원장 임기 동안 전당대회 룰 개정 등 이해관계가 첨예한 업무를 처리해야 해 비대위원장직을 거듭 사양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이 비대위원장 후보를 원내 중진이 아닌 원외에서 찾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미디어펜과 통화에서 “현역 다선 의원 중 비대위원장을 선뜻 희망하는 인물이 많지 않았던 상황”이라며 “그런데 황 고문은 당의 어른으로서 역할을 하시겠다는 의지가 강하셨던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황 고문이 특정 계파에 속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워 친윤이냐, 아니냐를 두고 말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게 임명 이유인 것 같다”라며 “특히 원외에서 비대위원장을 임명한 것은 무엇보다 내부 안정을 위한 선택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황 고문을 위촉한 윤재옥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쇄신보다 당 안정을 고려한 것으로 파악된다. 윤 권한대행은 제22대 국회의원 당선인 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공정하게 전당대회를 관리할 수 있는 분, 당과 정치를 잘 아시는 분, 당 대표로서 덕망과 신망을 받을 수 있는 분 이 3가지 기준으로 후보를 물색했다”라며 황 고문이 관리형 비대위의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국민의힘이 총선 참패의 첫걸음으로 관리형 비대위를 출범하는 것에 당이 안정을 되찾을 것이란 기대감도 나오지만, 위기감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무난한’ 성향에 비대위위원장으로서 평가 엇갈려
황 고문이 무난한 성향을 가졌다는 점에서 내부 평가는 엇갈린다. 새 지도부 선출과 당 쇄신 문제의 우선 순위를 두고 이견이 있는 탓이다.
차기 당권주자로 언급되는 윤상현 의원은 “황 고문은 합리적인 분”이라면서도 “총선에서 나타난 민의를 받들고 어떤 혁신과 쇄신의 그림을 그려나갈지 그것은 잘 모르겠다”라며 “관리형 비대위란 것 자체가 결국 무난하게 가는 것이 아니냐”면서 당 쇄신이 필요한 시기 혁신형이 아닌 관리형 비대위가 출범하는 것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내에서 지원자가 없는 것이 아니었음에도 의도적으로 임명을 피한 것은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라며 “원외에서 인물을 찾은 것은 전당대회 룰 개정과 같이 쇄신을 추구하려 하는 인물을 배제하기 위한 결정 같아 보인다”라며 당내 최다선인 조경태 의원을 대신해 황 고문이 비대위원장으로 위촉된 것에 ‘도로친윤당’의 신호라는 우려를 나타냈다.
반면 비대위원장 물망에 올랐던 한기호 의원은 관리형 비대위로 총선 패배 수습이 이뤄질 것이란 기대감을 보였다. 혁신보다 관리형이 비대위 목적에 적합하다는 이유다.
한 의원은 “(비대위는) 전당대회 룰을 만들고 공정하게 관리하는 이 두 가지가 핵심 업무”라며 “(비대위원장이) 당을 재건하는 역할이라면 윤 의원 말이 맞을 수 있다. 그런데 재건이 아니라 당 대표를 뽑는 그 과정에서 임무를 해야 한다”면서 비대위가 당 안정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미디어펜=최인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