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이 금강산관광지구 내 해금강호텔 등 민간자산을 철거한데 이어 정부자산인 소방서를 철거한 사실이 확인됐다. 북한은 지난 2022년부터 해금강호텔, 금강산골프장숙소, 온정각, 구룡빌리지, 문화회관, 고성항 횟집 등 민간 소유 자산을 철거하기 시작했다. 이후 정부자산인 소방서를 철거하는 정황이 지난해부터 포착됐으며, 4월 말 완전 철거를 확인다고 통일부는 밝혔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10일 정례브리핑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정부는 금강산지구 내 우리정부 시설인 소방서가 북한에 의해 철거된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정부는 금강산지구 내 우리정부가 설치한 소방서를 북한이 일방적으로 철거한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이어 구 대변인은 “정부는 북한이 우리 시설물 철거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엄중히 촉구한다. 북한의 일방적 철거 행위는 그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으며, 우리정부의 재산권 침해 등 이번 사태로 인한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당국이 져야 할 것”이라면서 “정부는 이와 관련해 법적 조치를 검토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이 철거한 금강산 내 소방서는 금강산특구지역 내 온정리 조포마을 앞 구역에 있다. 대지 면적은 4900㎡, 건축 면적은 510㎡, 연면적 890㎡의 지하 1층애 지상 2층의 건물이다.
이에 따라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를 위해 우리정부가 금강산지구 내 건설한 이산가족면회소까지 철거할지 우려가 커진다. 금강산지구 내 정부자산은 소방서와 이산가족면회소 등 2곳이다.
철거된 소방서 바로 근처에 있는 이산가족면회소는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 이후 이산가족이 고령임을 감안해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논의에 따라 공사비 500억원을 들여 2008년 7월 완공됐다. 지하 1층부터 지상 12층까지 면회소 건물과 면회사무소 등 2개 건물로 구성됐으며, 최대 10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다.
북한 금강산특구지역 내 온정리 조포마을에 위치한 소방서(왼쪽 앞 붉은색 섞인 건물)와 이산가족면회소(오른쪽 뒤편) 건물 모습. 2018.8.21./사진=미디어펜 김소정 기자
이산가족면회소는 불과 5차례밖에 활용되지 못했다. 완공 시점에 발생한 고(故) 박왕자씨 피격사건으로 1년여간 사용되지 못하다가 2009년 9월 제17차 이산가족상봉에서야 처음 활용됐다.
금강산관광 중단 이후 북한은 2010년 4월 이산가족면회소와 소방서 등 남한정부 자산을 몰수하는 조치를 취한 바 있다. 하지만 같은 해 북측 적십자회가 추석 계기 이산가족 상봉을 제의하면서 2010년 10~11월 제18차 상봉이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이뤄지기도 했다.
이후에도 면회소에서 2014년 2월(제19차), 2015년 10월(제20차), 2018년 8월(제21차) 등 이산가족상봉 행사가 3차례 더 이뤄졌다.
한편, 북한의 이번 금강산지구 내 소방서 철거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9년 10월 금강산에서 남측시설 철거 지시를 이행하는 차원으로 볼 수 있다. 게다가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연말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데 따라 금강산 관광사업을 자체적으로 운영할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2020년 남북경협의 상징인 개성공단 내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이후 지난해부터 개성공단을 자체적으로 운영하며 우리 측 물자를 무단 반출하고 있다. 또한 북한은 올해 초부터 러시아 관광객을 받고 있으며, 중국인 대상 관광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여행사인 ‘프로젝트 평양’은 최근 모스크바에서 열린 관광박람회에서 원산 갈마관광지구 개발이 막바지에 있으며, 남한과 가까운 금강산에 새로운 관광지역을 조성할 전망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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