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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감자 한 알에 이런 비밀이... 감자수입국이 기술혁신 통해 수출국으로

2024-05-24 12:13 | 구태경 차장 | roy1129@mediapen.com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감자는 영양번식을 하는 작물로 주로 씨감자를 이용한다. 벼나 콩 같은 종실로 번식하는 작물에 비해 씨감자 크기가 크기 때문에 초기 생육이 빠르고 재배기간이 짧다. 또한 수량도 다른 작물에 비하여 많다. 반면 씨감자가 한번 바이러스에 걸리면 씨감자를 통해서 계속해서 다음 세대로 바이러스가 이어지고 늘어난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감자를 심으면 감자 수량이 10-90%까지 감소될 수 있다. 따라서 농민들은 안전한 감자 재배와 다수확을 위하여 매번 바이러스가 없는 무병 씨감자를 구입하여 농사를 짓는 것이 좋다.

농촌진흥청 고령지농업연구소에서 수경재배 중인 씨감자./사진=미디어펜



우리나라에서는 씨감자 채종단계에 따라 엄격한 포장 관리로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는 건전한 씨감자를 계획적으로 생산 공급하고 있다. 씨감자 공급체계는 기본종-기본식물-원원종-원종-보급종 단계로 이뤄져 있으며 각 단계는 1년에 1단계씩 진행된다. 기본종에서 농가에 공급되는 보급종까지 5년의 시간이 소요되며, 이를 위해 농촌진흥청 고령지농업연구소, 농림축산식품부 국립종자원, 강원특별자치도 감자종자진흥원 등 여러 중앙과 지방자치단체의 기관들이 협력하고 있다.

농진청 고령지농업연구소는 세계 최초로 기본종을 대량으로 생산하기 위해 수경재배 기술을 실용화했다. 유리온실에서 양분이 들어있는 물을 이용하여 1포기에서 평균 50개의 씨감자를 생산하는 기술이다.

1970년대까지 우리나라는 씨감자를 외국에서 수입하여 2~3회 증식하여 농가에 공급했다. 1980년대 무병씨감자 생산을 위한 조직배양 기술을 도입했고, 이렇게 생산된 조직배양묘들을 온실에서 포트에 한포기씩 심고 꺽꽂이를 통해 기본종 씨감자를 생산했다. 

80년대 후반에는 조직배양묘를 온실이 아닌 배양실 안에서 기내소괴경(인공씨감자)을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꺽꽂이를 이용하는 방식은 선진국에서도 많이 사용하지만 인력과 노력이 많이 들고, 생산된 감자의 크기도 작고 생산량도 적다.

기내소괴경은 소면적에서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고 저장과 운반이 용이하지만, 감자 크기가 0.5g 정도로 작고 생산환경이 습도가 높은 곳이기 때문에 저장중에 말라 비틀어지기 쉽다. 또한 기내소괴경을 본밭에 파종할 때 크기가 작아 노력이 많이 들고, 감자싹이 매우 약하게 올라오기 때문에 외부 환경이 부적합할 때에는 정상적인 생육과 수확을 내기 어려운 점이 문제다.

반면 수경재배를 통한 기본종 생산은 1~2명의 인력만으로 관리와 생산이 가능하며, 생산되는 씨감자도 10~30g 이상으로 크기 때문에 재배관리가 매우 쉬운 장점이 있다. 선진국이나 베트남 등에서는 꺽꽂이 방법을 많이 사용하였고, 중국 같은 개발도상국에서는 기내소괴경을 활용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지금은 수경재배를 통한 씨감자 생산이 증가하고 있다.

감자 바이러스는 진딧물을 통해 옮기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수경재배를 통해 기본종을 생산한 후 기본식물부터 원원종, 원종까지는 바이러스 전염을 막기 위해 망실재배를 통해 씨감자를 생산한다. 망실은 모기장 같은 것으로 진딧물이 망실안에서 자라는 감자를 공격하지 못하게 막는 역할을 한다. 마지막으로 보급종은 노지 포장에서 씨감자 생산 전문 농가들의 철저한 관리를 통해 생산한다.

농진청은 기본식물까지 생산하고 이후 단계는 강원특별자치도 감자종자진흥원에서 생산하고 있다. 특히 원원종과 원종은 강원도감자종자진흥원 산하 감자원종장이 망실에서 생산하는데,생산비에 대해 농식품부의 예산 지원을 받아 생산하고 있다. 

또한 감자를 재배하는 동안 씨감자 생산포장에 서로 다른 품종이 섞여 있는지, 병해충 피해는 없는지 등에 대한 포장검사와 농진청, 국립종자원 등 중앙기관과 생산기관인 강원도감자종자진흥원이 함께 하는 채종단계별 합동진단 등 중앙과 지방이 협력과 지원을 통해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

원도감자종자진흥원 감자원종장에서 건강한 감자 생산을 위해 매년 1300여 동에 망실을 씌운다./사진=미디어펜



원종장과 원종을 생산하기 위 강원도감자종자진흥원 감자원종장에서는 매년 1300여 동의 망실을 봄에 씌우고 가을에 벗기는 노력을 하고 있다. 보급종은 강원도감자종자진흥원에서 주관하여 전문농가들에게 위탁생산을 하고 있으며, 이 또한 포장검사, 합동진단 등 철저한 관리를 통해 우량씨감자를 생산한다.

강원도에서 생산되는 보급종은 연간 약 6500여 톤에 달하며 이는 우리나라 씨감자 소요량의 20% 정도이다. 나머지 물량은 민간 씨감자 생산업체, 가공업체와의 계약재배, 충남도, 제주도 및 보성군, 부안군 등 농업기술센터 등에서 생산해 공급하고 있다. 

2012년 봄감자용 씨감자 생산공급이 민간으로 이양됐지만 강원도에서 생산보급하는 보급종이 중요한 것은 씨감자 품질과 가격이다. 강원도에서 적절한 가격에 생산 공급하는 우량 씨감자가 있기 때문에 민간업체에서 씨감자 가격을 함부로 올리기 어려운 상황으로 이는 감자 생산비 안정과 물가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해 감자를 재배하기에 좋은 조건은 아니다. 감자는 비교적 선선한 기후에서 잘 자라는 작물로 미국, 네덜란드 등 선진국에서는 여름철 시원한 곳에서 150~180일까지 키우기 때문에 생산성도 높고 품질도 우수하다. 일본도 홋카이도에서 재배하는 면적이 68%, 생산량의 75% 이상을 차지하는데, 위도가 높아 여름철이 시원해 감자 재배하기에 좋기 때문이다. 이러한 좋은 환경을 가진 선진국들은 씨감자 생산도 진딧물이 적은 시기를 이용하여 씨감자를 생산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대관령 주변의 일부 고랭지에서만 여름철 씨감자 생산이 가능한 상황이다. 식용감자는 하지감자라고 하여 주로 봄철에 재배되고 있으며 재배기간은 보통 80~100일 정도이다. 짧은 기간에 집약적으로 감자를 재배하기 때문에 평균 수량이 ha당 25톤 정도로 선진국에 비하여 60% 수준에 불과하지만, 고랭지에서는 헥타르(ha)당 35~40톤 정도로 선진국에 버금가는 수량성을 올리고 있다. 남부지방의 주산지에서는 봄재배시에도 40톤에 이르는 수량성을 달성하는 경우도 있으며, 이러한 감자 수량성을 작형별로 비교하면 일본과 거의 대등하거나 높은 수준이다.

수미 품종은 1978년 장려품종으로 지정된 이래 최근까지 가장 많이 재배되는 감자 품종이었다. 미국에서 육성되었지만 우리나라 봄 재배환경에 잘 적응했고, 감자 모양이 둥글면서 겉은 노랗고 속은 흰색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의 기호에 잘 맞는 감자였다. 농가에서도 재배하기 쉽고, 좋은 농약이 있어 씨감자 생산도 어렵지 않았기 때문에 농가와 소비자의 선호도가 높았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바뀐 환경에 수미 품종의 적응성이 낮아져 수확이 줄어들고, 소비자들의 입맛이 변화함에 따라 새로운 감자 품종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

농진청에서 개발한 감자 품종들./사진=미디어펜



이에 농진청에서는 봄 재배용으로는 속이 노랗고 맛이 좋으며 갈변이 지연되는 ‘골든볼’ 품종을 전국적으로 보급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또한 연중 햇감자를 공급하기 위해서 2기작 품종인 ‘은선’과 ‘금선’을 가을과 겨울에 재배하는 전라남도 보성과 전라북도 부안 지역에 확대·공급하고 있다.

개발된 품종들은 현장실증시험을 통해 다양한 지역으로 보급을 확대해 국내 육성 품종의 재배면적 점유률이 16.9%(2019)에서 30%(2023)로 증가했다.

특히 농진청은 국내에서 개발한 수경재배를 이용한 씨감자 생산기술을 해외에도 지원하고 있다. 씨감자 생산 시스템이 없던 알제리에 기술을 지원(2007∼2014)하여 씨감자를 자체 생산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사업은 2014년 국가 해외기술지원사업 우수사업으로 선정된 바 있다. 농진청이 추진하는 AFACI사업과 KOPIA 협력사업 등을 통하여 베트남, 파키스탄, 케냐 등 아시아, 아프리카뿐만 아니라 감자의 원산지인 에쿠아돌, 파라과이, 볼리비아 등에도 한국형 씨감자(K-감자) 기술이 지원되고 있다.

최근에는 도미니카에 기술이 지원되어 헥타르당 18톤이던 감자 생산성이 25톤으로 크게 향상되기도 했다. 더욱이 UN 산하 감자 연구의 주관기관인 국제감자연구소(CIP)에서도 우리가 개발한 수경재배기술을 활용하여 변형된 씨감자 생산기술을 개발하여 여러 다른 개발도상국들에게도 지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조지홍 고령지농업연구소장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여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씨감자 시스템을 갖추게 돼 너무나 자랑스럽고, 앞으로도 기후변화에 대응한 우수 품종 육성과 우량 씨감자 확대 보급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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