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보라 기자] 고물가, 고금리로 차주들의 상환능력이 악화하면서 저축은행들이 중금리대출과 고신용자 차주 비중을 늘리며 건전성 관리에 고삐를 죄고 있다.
27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저축은행업권에서 취급된 중금리신용대출 잔액은 1조7770억원으로 지난해 4분기(1조1779억원)보다 33.7% 증가했다. 1년 전(1조6685억원)과 비교해도 6.1% 늘었다.
저축은행 민간중금리대출 규모가 일 년 새 40% 줄었던 지난해 1분기와는 다른 모습이다. 민간중금리대출은 신용평점 하위 50% 차주에게 실행되는 대출이다. 올해 상반기 17.5%의 금리 상단이 적용된다.
고신용자 차주 비중도 늘리고 있다. 지난 3월 기준 자산 규모 상위 5대 저축은행(SBI·OK·한국투자·웰컴·애큐온저축은행)이 신규 취급한 신용대출 상품 중 중 신용점수 800점 초과 대출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20.9%에 달했다.
SBI저축은행 중금리대출의 경우 신용점수 800점 이상의 차주 비중이 36.91%를 기록해 전년 말 대비 0.74% 포인트 상승했다. OK저축은행의 'OK론' 역시 11.14%포인트 상승한 27.71%를 기록했다. 한국투자저축은행의 '살만한 대출'은 8.18%포인트 상승해 30%에 육박했다.
이처럼 저축은행업권 중금리 대출과 고신용자 차주 비중은 늘고 있으나 전체 여신 잔액은 줄어드는 추세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저축은행업권 전체 여신 잔액은 지난 3월 말 101조3777억원으로 전달(102조3301억원) 대비 1% 줄었다. 2021년 12월(100조5883억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지난해 1월 115조6003억원을 기록한 뒤 14개월 연속 감소하면서 곧 곧 100조원 아래로 내려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저축은행들은 법정최고금리가 20%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고금리 기조가 지속됨에 따라 수신금리를 인상하면서 수익성이 낮아진데다 연체율도 악화됐다. 이에 대출 문턱을 높여 고신용자 위주로 영업을 하는 분위기다.
저축은행 업계는 지난해 9년 만에 대규모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전국 79개 저축은행은 5633억원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다. 고금리 수신 유치에 따른 이자비용 급증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대손충당금 적립 영향이다.
연체율 또한 6%를 초과하면서 자산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저축은행 전체 연체율은 6.55%로 1년 전보다 3.14%포인트 올랐다. 저축은행 사태 이후 최대 상승 폭이다. 올해 1분기 말 연체율은 7~8%로 상승한 것으로 전해진다.
올해도 저축은행의 충당금 적립이 늘고, 경·공매 부담은 가중될 전망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부동산 PF 손실인식 현황과 추가손실 전망’ 보고서를 통해 저축은행이 추가로 적립해야 하는 충당금 규모를 1조~3조3000억원이라고 예상했다. 순손실 규모는 지난해 5633억원에서 올해 2조2000억원까지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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