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준모 기자]정유사들의 윤활유 사업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정유 사업이 국제 정세 변동에 큰 영향을 받는 반면 윤활유 사업은 안정적인 수익성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정유업계는 전기차 윤활유와 액침냉각유 등을 통해 윤활유 사업 영역 확대에 나서고 있다.
◆윤활유 사업, 매출 낮지만 수익성 높아
29일 업계에 따르면 정유 4사(SK이노베이션·GS칼텍스·S-OIL·HD현대오일뱅크)의 윤활유 사업의 영업이익은 5254억 원을 기록했다. 중국과 인도 등 주요 수입국의 수요 부진으로 인해 전년 동기 대비 14.1% 감소했지만 안정적인 영업이익을 올렸다는 평가다.
윤활유 사업은 정유 사업에 비해 매출이 크지 않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전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30% 수준으로 높다. 실제 SK이노베이션은 윤활유 사업이 전체 영업이익의 35%를 차지했다. S-Oil은 34.3%, GS칼텍스도 28.1%의 비중을 보였다. HD현대오일뱅크만 상대적으로 낮은 10.6%를 기록했다.
영업이익률도 정유 사업에 비해 높다. 올해 1분기 기준 정유4사의 윤활유 사업 영업이익률은 19.2%를 기록해 정유 사업 3.2%에 비해 15.9%p(포인트) 높았다.
이처럼 윤활유 사업이 안정적인 수익을 올려주면서 정유업계의 효자 역할을 하고 있다. 정유 사업이 국제유가와 정제마진 변동 영향을 크게 받고, 수요도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반면 윤활유는 정기적인 수요가 꾸준히 발생하면서 실적에 기여하고 있다.
수요가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는 만큼 공장 가동률도 100% 수준을 보였다. 올해 1분기 기준 GS칼텍스의 윤활유 설비 가동률은 102%를, S-OIL은 101.1%로 100%를 초과했다. SK이노베이션과 HD현대오일뱅크는 윤활유 설비 가동률 100%를 기록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유사업은 국제 정세로 인해 실적이 좌우되는 경향이 있지만 윤활유 사업은 장기간 정기적으로 넣어줘야 하는 만큼 안정적으로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다”며 “정유사업이 불안정한 실적을 올릴 때에도 윤활유 사업만큼은 수익성을 확보해왔다”고 말했다.
◆전기차 윤활유·액침냉각유, 신규 수익원으로 부상
정유업계는 윤활유 사업이 주요 사업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전기차 윤활유와 액침냉각유를 통해 새로운 수익원 개발에 나섰다.
먼저 전기차 윤활유는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이 일어나고 있어 향후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정유 4사 모두 시장에 진출한 상태다. 정유업체들은 각사별로 전기차 전용 윤활유 브랜드를 출시하면서 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전기차 윤활유 시장은 내년에 약 4조 원에서 2030년에는 18조5000억 원까지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정유업체들은 전기차 윤활유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
액침냉각유 시장에도 속속 진출하고 있다. 액침냉각유는 윤활유를 활용해 전자기기의 열을 낮춰주는 역할을 한다.
최근 인공지능(AI) 확대에 따라 데이터센터의 열을 식히는 게 중요해지면서 액침냉각유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GS칼텍스가 지난해 11월 데이터센터용 액침냉각 윤활유인 '킥스 이머전 플루이드 S'를 출시하면서 시장 선점에 나섰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하반기 올해 하반기 SK텔레콤 송도 데이터센터에 액침냉각유를 공급할 예정이다. S-OIL일 HD현대오일뱅크도 액침냉각유 관련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향후에는 데이터센터를 넘어 신재생에너지, 전기차, 배터리 등 분야별로 특화된 액침냉각유 제품 개발이 이뤄질 전망이다.
또 다른 정유업계 관계자는 “내연기관차 감소로 인해 윤활유 사업이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전기차와 액침냉각유를 통해 오히려 사업을 키워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연구개발을 통해 새로운 제품을 개발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