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이 또다시 대북전단이 날아들 경우 100배로 되갚아주겠다고 엄포를 놓으며 오물풍선 살포를 중단한 이후에도 탈북민단체에 의한 대북전단 살포는 이어졌다. 북한은 2일 밤 김강일 국방성 부상 명의 담화를 내고 오물풍선 살포를 잠정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이날 앞서 국가안보실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연 이후 대북확성기 방송 재개를 시사한 직후였다.
북한 국방성은 오물풍선 살포와 GPS 교란을 중단했지만 탈북민단체는 6일 대북전단 20만장을 다시 살포했다. 이후 북한의 반응은 아직 없지만 오물풍선 살포와 GPS 교란을 재개하거나 이보다 더 심각한 테러를 감행할 수도 있다. 우리군은 북한이 다시 테러에 나서면 최전방 지역 대북 확성기를 즉각 설치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8일 전해졌다.
북한이 지난달 28~29일과 이달 1~2일 총 나흘동안 띄운 오물풍선 3500개는 경기도와 인천은 물론 강원, 충청, 영남 지역에서도 발견됐다. 오물풍선 때문에 도심에서는 차량 유리창이 파손됐고, 농촌지역에선 비닐하우스가 붕괴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우리군이 북한의 풍선을 공중에서 폭파시키지 못한 것은 그 안에 무엇이 담겨 있을지 알 수 없기 때문이었다. 이번엔 거름과 담배꽁초 등 쓰레기였지만 생화학무기 등이 실렸을 경우를 가정해볼 때 근절 대책이 필요하다.
탈북민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이 6일 새벽 대북전단 20만장을 경기도 포천에서 추가로 살포했다고 밝혔다. 이들이 띄운 10개의 대형 애드벌룬에는 대북전단 20만장과 K팝, 드라마 '겨울연가', 나훈아·임영웅 트로트 등 동영상을 저장한 USB 5000개, 1달러 지폐 2000장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2024.6.6./사진=연합뉴스
2년 전 김여정 담화를 통해 “제발 서로를 의식하지 말며 살자”던 북한이 대북전단을 빌미로 남한에 대해 행동에 나섰으니 대북전단은 북한 도발에 핑계거리가 분명해보인다. 북한은 2020년 6월 16일 개성에 있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시키면서도 대북전단 문제를 이유로 내세웠다. 하지만 당시는 2018년 6월에 이어 2019년 2월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이 도중에 결렬된 이후여서 북한은 3차례 남북정상회담과 2차례 북미 정상회담에도 대북제재 완화란 자신들의 목적을 거두지 못한데 대한 불만을 터트리기 위해 갓 지은 남북연락소를 폭파시켰다고 봐야 한다.
북한이 대북전단을 각종 도발의 핑계로 삼든지 아니면, 김정은 일가에 모욕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대북전단 자체에 실제로 민감해하든지 그 이유에 상관없이 대북전단은 이제 남북 간 긴장고조의 주요 원인이 됐다. 2014년 10월 북한이 경기도 연천 일대에서 띄워진 대북전단을 실은 기구를 향해 고사총을 발사한 일이 대표적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대북전단 살포가 안보 문제로 다가온 것이 사실이다. 북한이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일은 세계가 경악할 정도로 큰 충격이었으며, 북한이 이때에도 대북전단 문제를 내세우자 2020년 10월 접경지역 주민 3111명이 입법촉구 청원을 제기한 일도 있었다.
29일 경남 거창군 위천면 한 논에 북한이 날려 보낸 것으로 보이는 대남 전단 살포용 풍선 잔해 추정 물체가 발견됐다. 사진은 해당 물체. [육군훈련소 제공] 2024.5.29./사진=연합뉴스
정부는 2020년 12월 남북관계발전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대북전단 등 남북합의서에서 금지한 행위를 할 경우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2023년 9월 헌법재판소는 이 법률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정부는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전단 살포 단체에 직접적인 자제 요청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남측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는 지속될 전망이고,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와 같은 3차 테러도 예상된다. 이럴 경우 정부는 예고한 대로 남북 접경지역에 대북 확성기를 즉각 설치할 것으로 보이며, 곧바로 방송을 재개할 수도 있다. 정부는 이미 지난 4일 9.19 남북군사합의 전체 효력을 정지시키면서 법적 걸림돌을 제거한 상태다.
북한의 3차 테러와 관련해 군 안팎에선 북풍이 부는 9일을 주시하고 있다. 다만 이번 주말 북한지역에 비가 예보돼 있어 여건이 안 맞을 경우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 등에서 북한이 해안포 집중사격에 나서는 등 기습 도발도 우리군은 예상하고 있다. 북한의 추가 테러에 대응해 대북 확성기 방송이 재개된다면 그때부터 남북 간 긴장고조를 막을 해법을 찾기는 더욱 힘들어진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