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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과정 바우처제도 대수술이 필요하다

2015-09-12 08:45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부 교수

누리과정의 성격 및 교육재정적 특징

누리과정의 성격은 첫째 유아교육·보육 공통 교육과정(curriculum)이라는 것과 둘째 유아학비·보육료 지원 프로그램이라는 것으로 규정된다.

누리과정의 교육재정적 특징은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대한 기관지원이 아니라 유아교육 수요자에 대한 직접 지원 프로그램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처음에는 유아교육·보육기관에 대한 명시적인 규제가 나타나 있지 않았으나, 유치원 원비 및 보육료에 대한 인상률 상한제를 시작으로 회계의 투명성 확보 등을 위한 행정적 규제가 증가하고 있다.

둘째, 대규모 재원이 필요한 프로그램이나 별도의 재원 확보책 없이 기존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융통하여 충당하는 프로그램이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충분성 논쟁과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의한 어린이집 보육료 지원의 합법성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셋째, 국가가 정책을 수립하고 지방자치단체가 소요재원을 융통하여 시행하는 프로그램이다. 누리과정지원비 예산 편성 거부사태, 누리과정지원비의 의무지출경비 지정 등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간에 재원 확보 책임과 예산편성 의무를 둘러싸고 갈등과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누리과정의 교육재정적 문제 및 그 원인

누리과정의 교육재정적 문제는 크게 세가지로 꼽힌다. 먼저 지방교육재정 규모의 절대적 부족, 지방교육채 기하급수적 증가, 순세계잉여금 감소, 교육환경개선비 감소 등을 들 수 있다.

둘째로 공립유치원과 사립유치원의 기관지원 격차 상존, 공립유치원 선호도 증가에 따른 단설 공립유치원 확충 요구, 설립간 경쟁력의 차이로 바우처 효과가 상쇄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마지막으로 누리과정 지원에 따른 유치원 원비 인상으로 유아교육비 부담완화 효과가 미미하고, 설립별 교육비 부담 격차가 확대된다는 점이 있다.

   
▲ 유치원 유아교육에 있어서, 바우처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여건이 바뀌어야 하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완전한 바우처가 시행되기를 기대할 수 없으나, 현재의 바우처 방식이 개선되지 않는 한 학부모 직접 지원의 의미는 별로 없다.

누리과정의 교육재정적 문제의 원인은 다음과 같다. 먼저 바우처제도 도입의 기본조건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하게 학부모에 대한 유아교육비·보육비 직접 지원제도를 도입했기 때문이다.1) 바우처는 유아교육과 보육 중에서 보호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효과가 있으나, 공립과 사립 중에서 공정하게 선택하도록 하는 효과는 없다.

공립은 설립자인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인건비와 시설비를 기본적으로 지원받으면서 바우처를 통해 운영비를 충당하면 되지만, 사립의 경우 바우처에 약간의 추가 등록금을 통해 운영비는 물론 인건비와 시설비까지 충당해야 하기 때문에 공립과 사립간 공정한 경쟁이 가능하지 않다.2) 기관지원을 확대하여 병행하지 않고 학부모지원만으로 원비를 규제하기 어렵고, 회계의 투명성 확보에도 한계가 있었다.

둘째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증가와 학생 수 감소를 예상한 나머지 추가적인 재원 확보책 없이, 법률 개정 대신 시행령 개정으로 교부금을 전용하여 성급하게 시행했기 때문이다. 시·도교육비특별회계의 경우, 연간 인건비 증가규모가 1.3조원에서 1.8조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연간 0.5조원에서 1조원 정도 소요되는 누리과정을 시행하려면 연간 교부금 증가규모가 2.5조원에서 3조원은 되어야 한다.

교부금 결산현황에 따르면, 2012년에 3.1조원, 2013년에 1.7조원, 2014년에 0.7조원(교부금 감소보전금 포함) 늘었으므로 2012년을 제외하면, 2013년은 인건비 증가분을 충당하는 규모였고, 2014년은 인건비 증가분조차 충당할 수 없는 규모가 증가하였다. 결국 지방교육채 발행으로 이를 충당하였고, 2015년 예산편성과정에서 시·도교육감들이 교육재원 부족과 법적 정당성 미확보를 이유로 누리과정 예산편성을 거부하는 사태로 이어졌다.

안정적인 재원확보책 필요

누리과정 지원비의 증액을 통한 유아교육·보육의 완전무상 실현, 공립유치원과 사립유치원의 학부모 부담 격차 해소, 공립유치원과 사립유치원의 교원보수 격차 해소,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교원보수 격차 해소,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교원 자격기준 격차 해소,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시설기준 격차 해소 등에 천문학적인 재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진되는 바, 현행 누리과정지원은 시작에 불과하다.

현행과 같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의한 누리과정 지원확대는 한계에 다다랐다. 계속적으로 국가가 누리과정 지원을 강제할 경우에는 지방교육채 증가, 교육과정운영비와 교육환경개선비의 감소를 초래하여 유아교육뿐만 아니라 초·중등 교육여건의 후퇴가 불가피할 것이다.

2008년부터 국고보조금이었던 유아교육비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통합될 당시 유아교육재정의 몫은 내국세 총액의 0.6%(2015년 예산기준으로 1.1조원) 이내였다. 따라서 유아교육비 지원대상이 확대될 경우 중앙정부가 교부율을 올렸어야 한다. 2015년 누리과정 지원비 규모가 3.9조원에 이르는 상황에서 추가재원 없이 기존 재원으로 충당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바우처제도의 보완

유아의 보호자에 대한 직접 지원하는 바우처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이상적으로, 바우처의 본래 취지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공립과 사립의 지원 구분이 없어져야 한다. 공립유치원과 사립유치원 모두 기관단위 지원, 즉 기관운영비 지원, 각종 보조사업비 지원 등을 폐지하되, 인건비와 운영비는 바우처로 충당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바우처의 액면가를 현재보다 대폭 인상해야 할 것이다. 시설비의 경우에는 설립자가 책임져야 하는 경비라고 보고, 공립은 전액, 사립은 필요할 경우 제한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을 취할 수 있다고 본다. 이러한 방식의 바우처 운영은 대도시 단설유치원에 우선 적용하도록 하고, 농어촌 소규모 유치원, 병설 유치원 등에 대하여는 종전의 기본보조금제를 근간으로 하고 바우처를 보조적으로 적용해야 할 것이다.

바우처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여건이 바뀌어야 하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완전한 바우처가 시행되기를 기대할 수 없으나, 현재의 바우처 방식이 개선되지 않는 한 학부모 직접 지원의 의미는 별로 없다.

안정적 재원 확보책

재원을 칸막이하는 것은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반론이 예상되지만, 그동안 재원 투자가 소외되었던 분야, 최소한의 투자를 유지함으로써 일정 수준 이상의 질을 유지해야 하는 분야, 정치적인 동기에서 투자가 이루어져 안정성이 떨어질 수 있는 분야 등은 재원을 칸막이 하여 안정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재원을 칸막이 하는 방안, 즉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중 내국세 교부금을 분할하여 내국세의 일정률로 유아교육재정교부금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2008년에 2010년부터 유아교육지원사업을 국고보조사업에서 교부금사업으로 이양하기로 하면서 내국세의 0.6%를 상향조정하였으므로 유아교육재정교부금 규모는 내국세의 0.6%(2015년 기준 1.1조원, * 내국세 규모 184.5조원)로 정하는 것이 원칙이나, 누리과정 도입으로 늘어난 재원수요(2015년 기준 3.9조원-1.1조원=2.8조원)를 국가와 시·도교육청이 절반씩(1.4조원) 부담한다고 절충한다면, 내국세 교부율은 0.76% 상향조정할 필요가 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교부기준에 의하면, 2015년 유아교육비수요는 4.3조원(누리과정 지원비 3.9조원 포함)이므로 내국세 교부율을 21.03%(20.27%+0.76%)로 인상하고, 내국세 교부금 중에서 2.33%p를 분할하여 유아교육재정교부금으로 칸막이하는 것이다(초·중등교육재정교부금은 내국세의 18.7%와 교육세교부금의 합산액이 될 것임). 이는 향후 유아교육재정 수요가 늘어날 경우 교부율은 재조정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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