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우석 문화평론가 |
한겨레 대 미디어펜의 엇갈린 논조
▲ 국정감사에서도 JTBC가 보도한 문화계 '정치검열'이 논란. /사진=jtbc 캡처
이 사안과 관련해 미디어펜은 최근 기사를 통해“수억 원 대의 세금을 지원받는 거대한 국가 프로젝트가 정치편향성과 반(反) 국가적 내용으로 채워질 수 없다”고 보도했다. 이런 연극을 정치검열로 해석하는 것이야말로 졸렬한 정치공세란 지적이다. 누구의 말이 맞을까?
나의 경우 이윤택의 재능과 폭발적 무대 연출의 에너지를 높이 평가하지만 창작의 자유를 빙자한 그의 과도한 정치적 편향성을 걱정하는 쪽이다. 그런 그가 정부지원을 못 받았다며 마치 피해자인양 말하는 건 자가당착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나는 박근형의 ‘개구리’를 2년 전 두 눈으로 관람할 수 있었다. 때문에 차제에 이 사안에 대한 균형 잡힌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본다.
더욱이 이 사안은 국회에서 논란이 됐다. 지난 주말 국감 현장에서 새민련 의원 도종환이 한겨레 보도를 옹호했고, 여당의 박대출-한선교 의원이 반대 쪽 의견을 제시하며 논란이 분분했다. 진실은 무얼까? 박근형부터 파악해야 한다.
그를 알고 싶으면 2년 전 그가 연출한 국립극단 무대 ‘개구리’를 재검토해야 한다. 그 무대는 고대 그리스 아리스토파네스의 작품을 번안했다. 원작의 골격만 유지한 채 2013년 당시 대한민국 오늘의 이야기로 바꾸었다는데, 그럼 정치풍자극이 과연 멀쩡할까? 원작은 주신(酒神) 디오니소스가 아테네의 재건을 위해 지옥으로 가서 오래 전 죽은 위대한 현자(賢者)들의 조언을 구한다는 내용이다.
막상 그 무대는 반(反) 박정희, 친(親) 노무현의 정치편향성으로 채워지는데, 이런 식이다. ‘개구리’의 주인공은 천주교 신부와 불교의 동자승이다. 신부는 “악다구니 개판 세상”이 지긋지긋한 나머지 “나약하고 실수 많았지만 자기 잘못에 대해 정직했던 ‘그 분’의 지혜를 얻고자 저승으로 떠난다. ‘그분’은 전직 대통령 노무현을 지칭한다.
연극 ‘개구리’는 반(反) 박정희, 친노의 저질연극
▲ 2년 전 박근형이 연출한 국립극단 무대 ‘개구리’는 반 박정희 친 노무현이라는 정치편향의 작품이다./사진=연극 '개구리' 포스터
달리 말해 노무현을 환생시켜 대한민국을 다시 다스려달라고 간청하는 모양새가 이 연극이다. 실제로 저승에 도착한 신부와 동자승은 ‘그분’에게 이승으로 함께 내려갈 것을 간청한다. 폼 나게 설정된 ‘그 분’은 이런 간청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데, 이런 배경에 대통령 박정희가 등장한다.
박정희는 연극에서 ‘풍운’이란 남자로 나오는데, 그는 자청해서 속세로 내려가고 싶다고 안달을 하는 남자로 설정된다. 설정 자체가 억지스럽지만, 이후 무대가 가관이다. 즉 ‘그분’과 ‘풍운’의 정치논쟁 구도가 이 연극이다. 즉 한국현대사를 둘러싼 좌우 이념 대결이 국립극단 무대에서 전개된다.
이렇게 해도 되는 것인가? 못할 것도 없겠지만, 균형감각이 있어야 하고, 국립극단의 무대답게 연극적 틀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상식이다. 연극 무대를 약간 볼 줄 아는 필자의 눈에 ‘개구리’는 수준 이하의 정치연극이 분명했다. 그건 쉽게 판단되는데, 무대 속의 박정희는 툭하면 욕설을 해댄다. 이런 식이다.
“우리 딸애 작년에 기말시험(대선을 지칭함) 본 거 있잖아요. 그걸 가지고 컨닝했다, 점수 조작했다 아주 염병을 떨어요. 그걸 가지고 무슨 시험을 다시 보자, 퇴학시키자. 어휴 이 ○○놈들 부모 없이 혼자 산다고 아주 ○을 짜고 있어요. ○○ 옛날 같으면 그냥 탱크로 확!”
그렇게 저질스러울 수가 없다. 저질에 막장 발언도 문제이지만, 내용도 크게 걸린다. 즉 2012년 대선이 불공정했다는 명백한 암시가 이 연극이다. 놀랍게도 이 연극은 현직 대통령도 대놓고 능멸하기도 했다. 그 대목은 교묘하게도 박정희의 발언 방식으로 처리된다. “이것들이 앞에선 쩔쩔매는 척하면서도 뒤돌면 수첩공주니 어쩌니….”하는 저질 대사가 그것이다.
이후 연극은 1960~70년대의 공포정치, 세뇌, 특혜와 부의 대물림 등을 노무현 진영 쪽에서 꼬집는 걸로 일관한다.‘그 분’은 박정희의 이른바 친일 행적을 공격하기도 한다. 다음 대사를 음미해보라. “당신(박정희)은 피로 시작돼서 피로 끝난 인생이야. 그새 잊었는가, 왜놈들의 앞잡이가 되고파 손수 혈서를 쓰던 일을? 만주 벌판에서의 그 치욕적인 활동을?”
실로 아찔한 이 나라 무대예술의 추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