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인혁 기자]여야가 오는 2일부터 사흘간 진행되는 6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앞두고 여론전에 사활을 걸고 있다. 야권은 쟁점 법안 강행을, 여당은 이에 맞서기 위해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예고해 강대강 충돌로 발생할 역풍 최소화에 나선 것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여야가 타협과 협상은 배제한 채 오로지 대립과 여론전에만 집중함으로써 ‘국민 분열 정치’로 피로감을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여야는 2일부터 사흘간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쟁점 법안을 두고 충돌을 예고했다. 민주당은 오는 4일까지 채상병특검법, 방송4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송통신위원회 설치법 개정안),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소추안을 강행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사진 왼쪽)과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6월 17일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사진 가운데)로 국회의장집무실에서 2+2 회동을 가지고 있다.(자료사진)/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더불어 이들은 쟁점 법안 강행이 ‘입법 폭주’와 ‘이재명 방탄’이라는 비판을 예방하고자 정부여당을 향한 정치공세도 강화할 계획이다. 대정부질문에서 정부여당을 흠집 내 쟁점 법안 강행이 입법 독주가 아닌 ‘민심’이라는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함으로 읽힌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미디어펜과 만남에서 쟁점 법안 처리를 7월 정기국회로 연기하는 등 여당과 협상에 나설 가능성에 대해 “협상할 생각이 전혀 없다”라며 “입법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 일정을 연기하는 것은 민주당이 총선 민심을 배신하는 일”이라면서 충돌을 피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맞서 정부여당도 거야의 입법 독주를 저지하기 위한 대야 투쟁을 강조했다. 원 구성 파행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던 추경호 원내대표는 1일 당무 복귀 후 열린 첫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이 막무가내식 입법 폭주를 자행하고 있다”며 “배수진을 치고 108명 의원 전체가 똘똘 뭉쳐 의회 독재에 맞서 싸우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대통령 거부권 행사에 앞서 우호 여론을 조성할 수단 확보에 나섰다. 대통령 거부권이 사실상 유일한 입법 독주 저지 수단으로, 잦은 행사에 따른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들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거야의 의회 독재와 여소야대 상황 부각에 나설 것으로 여겨진다. 국회법에 따르면 필리버스터는 재적의원 5분의 3이상(180명) 찬성으로 종료할 수 있다. 이에 야권 단독으로 여당의 필리버스터를 무효화할 수 있어 본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지만, ‘의회 독재’라는 여론전에서만큼은 성과를 거둘 것으로 파악되기 때문이다.
이어 이들은 거야의 의회 독재를 명분으로 대정부질문 파행과, 국회의장 중재를 유도해 입법을 지연하는 방안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출범한지 한 달밖에 지나지 않은 22대 국회가 대화보다 대립에 더 골몰하고 있다며 쓴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미디어펜과 통화에서 “국회가 22대 국회 개원 후에도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며 “두 거대 정당이 충돌하면서 끊임없는 정쟁으로 세월만 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실상 대통령과 야당의 승부만 남은 상황”이라며 “거부권 행사와 재의결 과정에서 국민의힘은 여당의 역할을 잃고 표류할 가능성도 높다”라며 우리 정치가 또 민생을 외면하고 피로감만 키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디어펜=최인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