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유태경 기자]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환경부의 '일회용 컵 보증금제' 철회로 수십억 원의 손실을 입어 현재 한국조폐공사와 70억 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 중인 바코드 라벨 제조·배송업체들에 대해 "어려움을 겪는 것은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진행 상황에 따라 책임질 부분은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지난 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출입 기자단과 가진 간담회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환경부
한화진 장관은 지난 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출입 기자단과 가진 간담회에서 "향후 소송 진행상황을 살펴가면서 관련 기관들과 협의해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커피 전문점 등에서 음료를 일회용 컵에 받을 경우 자원순환보증금 300원을 부과하고, 소비자가 컵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주는 제도다. 보증금 반환 여부 확인을 위해 컵에 붙여진 '바코드 라벨(스티커)'을 스캔해 보증금을 환급 받는 방식이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당초 세종과 제주에서 1년간 시범 운영 후 내년까지 전국에서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환경부가 지난해 9월 지방자치단체 자율에 맡기겠다고 결정함에 따라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고 있다.
이 같은 환경부의 결정으로 조폐공사와 납품 입찰을 맺은 일회용 컵 보증금제 참여 기업들이 손실 보상을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조폐공사에 따르면 인쇄업체 2곳과 배송업체 1곳 등 3개 기업은 조폐공사를 상대로 75억 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 3개 기업은 일회용 컵에 붙일 바코드 라벨 20억 장(80억 원 상당)을 제작해 전국에 배송하기로 조폐공사와 계약했지만, 실제 발주량은 계약 물량의 3.2%인 약 6400만 장에 그쳤다. 그 금액은 계약의 약 27분의 1 수준인 3억 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64억 원의 시설 투자를 단행했던 기업들은 일회용 컵 보증금제가 사실상 폐기 수순에 접어든 지난해 말 계약이 종료되면서 부채 늪에 빠졌다.
계약 종료 후 업체들은 조폐공사에 투자금과 손실액 보존을 요구했지만, 조폐공사는 환경부 정책이 바뀐 것이기 때문에 귀책 사유가 없고 주무 부처인 환경부 자원순환보조금관리센터와의 협의 실패로 보상할 방법이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손해배상액으로 56억 원을 요구한 광주광역시의 A 인쇄업체에 대해 60%인 35억 원을 지급하라는 재판부 조정안도 거부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한화진 장관은 "처음 정책 시행 시 전국 시행을 가정함에 따라 업체 손해가 발생한 부분이 있다"며 "현재 금액에 대한 이견으로 소송 진행 중이기 때문에 소송 진행 상황을 보고 환경부가 책임질 부분에 대해서는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향후 일회용 컵 보증금제 시행에 대해서는 "정부 입장은 바뀐 게 없다"면서 "일회용 컵은 자율적 방향으로 패러다임을 전환시켰는데, 성과가 나타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한 장관은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당초 '회수'를 목적으로 추진됐는데, 매장 부담과 소비자 불편이 있었고 (일회용 컵) 사용을 실질적으로 줄일 수 있는 효과적인 대안에 대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조금 더 대안을 생각한 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회용품 감량과 재활용 촉진 등은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유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