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성준 기자]국토교통부가 부산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 입찰 조건을 완화했지만 경쟁입찰 구도가 형성되기엔 어렵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입찰 조건 완화 조치에도 반응이 시큰둥한 반면 국토부는 경쟁입찰을 고수하고 있어 시공사 선정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2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오는 31일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 시공사 선정을 위한 3차 입찰공고를 내고 8월 19일까지 사전심사 신청서를 접수할 계획이다.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는 부산 강서구 가덕도 일대 666만9000㎡(약 201만 평) 건설예정지에 공항시설, 항만외곽시설, 교량 등을 짓는 프로젝트다. 추정 공사비는 10억5300만 원에 달하며, 2029년 개항을 목표로 한다.
해당 공사는 시공사 선정 입찰을 두 차례 진행했지만 1차 입찰에는 무응찰, 2차 입찰 현대건설 컨소시엄 단독 응찰로 모두 유찰된 바 있다.
국토부는 이번 3차 입찰 공고에 앞서 입찰 조건을 완화하며 경쟁입찰을 촉진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10조 원에 이르는 대형 단일공사인 만큼 수의계약을 피하고 경쟁입찰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국토부가 내 건 입찰조건 완화는 공사기간을 착공 뒤 6년에서 7년으로 1년 연장하는 것과 상위 10대 건설사 공동수급 제한을 2개 이내에서 3개로 완화한 점이다.
국토부는 이러한 조치를 발판으로 향후 입찰 구도를 경쟁 구도로 만들어 2029년 개항까지 차질없이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 회의에 참석해 "가덕도 신공항 부지조성 공사처럼 큰 공사를 수의계약으로 하기는 곤란하다"며 "광범위한 의견 수렴과 보완 방안을 마련해 재입찰 공고를 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가 국토부의 바람대로 경쟁입찰 구도를 형성하기는 어렵지 않나 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번 입찰조건 완화 방안을 봐도 2029년 말 개항목표는 그대로 유지시켜 공사기간 1년 연장이 건설사들에게 눈에 띌 만한 사안은 아니라는 평가다.
건설업계에서는 공사비 등 원가상승으로 불황을 겪고 있는 건설사들이 신규채용이 전제되는 10조 원 규모의 초대형 공사에 섣불리 뛰어들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공사비·인건비가 지난해에 비해 크게 오른 가운데 시공을 담당할 여력을 갖춘 건설사들은 손에 꼽는다"며 "능력을 갖춘 곳 마저도 저마다의 사정으로 입찰을 꺼리고 있는 분위기다"라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GS건설, 호반건설 등은 사실상 참여를 검토하지 않고 있으며, 대우건설은 이미 현대건설과 컨소시엄을 꾸렸고, DL이앤씨는 현재 울릉공항 건설공사를 진행하고 있어 주관사로 참여하기에는 여력이 부족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포스코이앤씨는 국토부의 공동수급 완화 조치에 따라 현대건설 컨소시엄 추가 참여를 해볼 만 하다. 다수의 공항건설 경험을 보유했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있다.
컨소시엄에 설계사를 참여시키기 어려운 점도 새 컨소시엄의 입찰을 예상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다.
실제로 지난달 24일 진행된 2차 입찰에 단독 응찰한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엔지니어링사로 이산과 동부엔지니어링 등이 이름을 올렸다.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설계사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국토부가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수의계약을 포함한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둬야할 때라는 것이다.
국토부가 경쟁입찰 원칙을 고수하면서 3차 입찰까지 진행되고 있는 데다 이번 입찰에서도 경쟁입찰이 되지 않으면 앞으로 하염없이 재입찰공고가 나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경쟁입찰을 고수하다가 일정이 연기되고, 달라진 건설 여건이 공사에 다시 악영향을 준다면 공사 자체가 표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한 전문가는 "국책 SOC 사업은 예산을 책정하고 발주하는 데 2년 가량 소요되며, 그 사이 공사비가 어떻게 오를 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초대형 프로젝트를 코 앞에 두고 지금부터 컨소시엄을 꾸리는 모험을 하는 시공사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공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서 명분이 중요한 것은 이해하지만 (원칙만 고수할 경우) 자칫 실리를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성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