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기업 인수‧합병을 목적으로 상장되는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주들이 본래의 취지에서 어긋나 국내 증시 단타장의 제물로 전락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올해 상장에 성공한 스팩 건수가 급감하고 있는 상황과는 반대로 최근 상장한 스팩주들의 당일 회전율이 1000%를 넘기는 등 비정상적인 흐름이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기업 인수‧합병을 목적으로 상장되는 스팩(SPAC)주들이 본래의 취지에서 어긋나 국내 증시 단타장의 제물로 전락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사진=김상문 기자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증시에서 스팩주들이 상식에서 벗어난 움직임을 반복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스팩주의 본래 목적에서 벗어나 극단적인 단타 위주의 거래가 주로 관찰되고 있는 것이다.
가장 최근에 상장된 스팩은 지난 22일 상장한 대신밸런스18호스팩이다. 이 종목은 상장 당일인 어제 장중 한때 공모가 대비 50% 넘게 오른 3120원까지 올랐다가 결국엔 2000원 근처인 2025원에서 거래를 끝냈다. 거래대금은 1270억원까지 치솟았다. 그러더니 오늘인 23일엔 2000원 주변에서 움직이고 있다. 오후 현재까지 거래대금은 20억원으로 하루 만에 흐름이 아예 달라진 모습이다.
스팩주들은 합병기업을 찾았을 때 의미를 갖게 되는 종목인 만큼 평소엔 공모가인 2000원 주변에서 맴도는 흐름이 자연스럽다. 그런데도 최근 상장된 스팩들은 하나같이 비정상적인 거래 흐름을 나타냈다. 거래량을 상장주식수로 나눈 회전율이 무려 1000%를 넘기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지난달 12일 상장한 이베스트스팩6호가 회전율 1250%, 이달 16일 상장한 교보16호스팩의 경우 회전율이 1450%에 달했다.
스팩주들의 비정상적인 흐름은 최근 국내 증시 흐름이 이례적인 패턴으로 돌아가는 것과 관계가 있어 보인다. 극단적인 단타 장세가 펼쳐지면서 스팩 역시 내재가치와는 아무런 관계 없이 수급 중심으로 장세에 이용되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는 셈이다.
이번 주 들어서는 비단 스팩뿐 아니라 일반공모주들에도 극단적인 거래대금이 몰리며 수급을 빨아들이고 있다. 역시 지난 22일 상장한 M83의 경우 시가총액 3000억 미만의 종목이었음에도 어제 하루 동안에만 거래대금 2조원을 터뜨리며 시장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상장 직후의 수급 돌풍이 지나간 뒤 스팩주들이 정작 실제 합병엔 힘을 못 쓰고 있다는 점도 특징적이다. 올해 상장에 성공한 스팩은 10건에 불과한데, 아무리 올해가 아직 남았다 하더라도 평년 대비 성과가 매우 부진하다. 지난 2022년엔 18건, 2023년엔 19건의 스팩 합병이 있었다.
NH투자증권, KB증권 등 대형 증권사들이 합병을 위해 노력하던 대형 스팩딜도 연이어 고배를 마시며 시장의 활기를 떨어뜨리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들어 직상장 기준이 낮아지면서 스팩 합병을 할 인센티브가 줄어든 측면이 있다”면서 “이와 별개로 수급이 스팩으로 쏠리는 현상은 단타 중심으로 전개되는 국내 증시 상황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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