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개혁을 하려면 목표가 있어야 하는데, 연금 개혁의 목표는 노후소득 지원, 재정 지속가능성 확보, 노인빈곤 해소 등 3가지입니다. 이를 위해 국민연금만 다뤄서는 안되고 3가지 공적연금을 함께 개혁해야 합니다."
국민의힘 연금개혁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부산 남구)은 26일 미디어펜과의 인터뷰에서 지엽적인 모수 논의보다 국민연금·기초연금·퇴직연금을 연계한 '다층 노후보장 구조'로의 개혁을 강조했다.
박수영 의원은 인터뷰에서 "노인 빈곤의 경우를 봐도 가난한 노인들은 고용기간이 짧거나 국민연금에 제대로 가입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이런 국민연금의 사각지대를 고려하지 않고 소득대체율을 높이는 것은 오히려 사회정의에 어긋난 연금을 만들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가령 40년 가입 기준으로 소득대체율을 40%에서 50%로 상향할 경우 안정된 직장 재직자에게는 유리하지만, 공적 노후보장이 가장 필요한 취약계층에게는 그 효과가 미약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26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개최된 '국민연금의 구조적 문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세미나에서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개회사를 밝히고 있다. 2024.8.26 /사진=박수영 의원실
그러면서 "특히 국민연금은 고소득층일수록 혜택이 크고, 미수급권자에게는 혜택이 없기 때문에 국민연금의 틀 안에서만 고민해선 안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특히 박 의원은 "지속가능한 노후보장체계를 만들려면 기초연금, 퇴직연금을 포함해 큰 판을 다시 짜야 한다"며 "얼마를 내고 받겠다는 지엽적 모수 논의보다 국민연금-기초연금-퇴직연금을 연계한 다층 노후보장 구조를 만들고, 기금 운용과 관리를 개선해 최소 70년 이상 지속가능한 연금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박 의원은 이 대목에서 "합리적 소득대체율의 도출, 각종 연기금 운용 효율화 등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전했다.
현재 국민연금 개혁과 관련해 여야정 논의가 다시 시작되려는 분위기지만, 민주당 소속 국회 보건복지위 위원들이 지난 22일 "정부안을 먼저 봐야 한다"며 지난 21대 국회에서 연금개혁이 중단된 책임을 정부, 여당에 돌렸다.
이와 관련해 박 의원은 "정부가 구체적인 안을 발표한다고 하더라도 야당은 이를 정쟁화할 것이 분명하다"며 "원안 그대로 받아줄지도 의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민의힘 연금개혁특위는 '박주민 보건복지위원장이 주장한 보건복지위원회 내 연금소위원회 구성은 논의의 폭을 크게 좁히는 악수이기에, 구조개혁 논의를 할 수 있는 국회 특위 구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야당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이 언론에 했던 '정부안을 가져오면 복지위 산하에서 논의하겠다'는 말을 그대로 인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이를 '가짜뉴스'라고 몰아세웠다"고 언급했다.
박 의원은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이 '22대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켜야 한다'고 민주당 의원들을 수차례 설득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안 먼저'라는 도돌이표만 찍고 있는 게 민주당의 현실"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정말 눈과 귀를 닫고 있는 것은 누구입니까"라며 "하루라도 빨리 공적 연금특위를 논의하는 열차에 올라타 주시길 민주당 의원들에게 당부드린다"고 간곡하게 말했다.
26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개최된 '국민연금의 구조적 문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세미나에서 윤희숙 전 의원과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환하게 웃고 있다. 2024.8.26 /사진=박수영 의원실
앞서 지난 21대 국회에서 연금개혁안을 논의했지만, 보험료율 및 소득대체율 등 모수개혁 쟁점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해 무산된 바 있다.
현재 여당은 국민연금 개혁에 대해 '모수개혁과 구조개혁 논의가 병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박 의원은 "국민연금 모수개혁이라는 것은 간략히 말해서 국민연금을 내는 금액과 받는 금액, 즉 보험료율(기여율)과 소득대체율(지급률)과 같은 핵심 변수를 조정해 연금 개혁을 우선 추진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반면 구조개혁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퇴직연금 등 다양한 공적연금들을 연계해 적정한 노후소득보장 체계를 새로 짜고, 장기적으로 공무원연금과 같은 특수직역연금까지 통합하는 중장기적인 큰 틀의 제도개혁을 말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야당이 주장한 모수개혁은 '땜질 개편'에 불과하다"며 "우리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주장하는 단순한 모수 '조작'이 아니라, 다층 노후보장체계의 구조적 프레임을 새로 짜서 미래세대가 안심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연금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특히 박 의원은 "고갈을 몇 년 늦추는 것은 개혁안이 아니다"라며 "수십년간 국민들이 피땀 흘려 만든 소중한 기금을 현 세대에서 증발시켜 없앤다면 후대에 큰 죄를 짓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26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개최된 '국민연금의 구조적 문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세미나에서 박재완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전광우 K정책플랫폼 이사장, 유일호 안민정책포럼 이사장, 최대석 경제사회연구원 이사장, 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노정태 경제사회연구원 전문위원, 이강구 KDI 연구위원, 이용하 전 국민연금연구원 원장,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 윤희숙 전 의원, 안상훈 국민의힘 의원 등 참석자들이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2024.8.26 /사진=박수영 의원실
박 의원은 이날 인터뷰에서 연금개혁특위 위원장을 맡은 후 국민연금에 관한 젊은층의 목소리에 대해 "얼마전 각 지역 청년들이 국회로 올라와 기자회견을 했다"며 "'25살 청년이 65살까지 매월 국민연금 보험료를 납부하고도 연금을 한 푼도 받을 수 없는 처지'라면서 '그럴 거면 한 푼도 안 받아도 좋으니 차라리 연금을 내고 싶지 않다'고 호소했고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청년들은 연금을 두고 국가가 내세운 거대한 '폰지사기'라며 분통을 터트렸다"며 "그런데도 민주당은 모수를 좀 만지는 것으로 지속가능하고 공정한 연금개혁이 될 것처럼 혼동을 준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근본적으로 봐야 할 구조는 들여다보지 않고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단순한 해결책으로는 진정한 연금개혁이 이루어질 수 없다"며 "이는 단기간에 끝날 일이 아니므로 여야 상설협의체를 먼저 구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 의원은 인터뷰에서 "보건복지부는 물론이고 고용노동부,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가 모여 팔을 걷고 나서야만 실질적인 구조개혁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복지위 산하에 협의체를 두자는 야당의 주장은 재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