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2주간 끊임없이 '윤석열 정권의 계엄령 준비설'을 퍼트리고 있지만 현실성 있는지에 대한 물음표가 찍힌다.
민주당이 본격적으로 계엄령 준비설을 언급하기 시작한 시점은 윤대통령의 김용현 국방부장관 후보자 지명 이후다.
논란이 더 커진 발단은 공개 석상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입을 통해서다.
앞서 이재명 대표는 1일 여야 대표회담 모두발언에서 갑자기 "최근 계엄 얘기가 자꾸 나온다"며 "계엄 해제를 국회가 요구하는 것을 막기 위해 계엄 선포와 동시에 국회의원을 체포·구금하겠다는 계획을 꾸몄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계엄령 준비설'의 근거로 들고 있는 것은 '의심과 정황'이다.
2일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김태현의 정치쇼' 라디오에서 "이 정권이 얼마나 비상식적이면 계엄 선포 같은 이야기들이 나오겠나"라며 "여러 가지 의심과 정황이 있다는 것에 대한 일종의 경고 차원에서 드리는 말씀"이라고 전했다.
특히 조 대변인은 "비상식적인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려와 가능성이 매우 큰 것으로 정황상 확인하고 있고 관련 정황이 제보되고 있다"면서, 구체적인 근거를 묻자 "공개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관련 제보가 접수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4.8.28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민주당 추미애 의원 또한 이날 김용현 국방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항간에는 계엄령 대비를 위한 친정 체제를 구축 중이고 후보자의 용도도 그것이라는 얘기가 있는데 근거가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계엄령 준비설'을 거듭 언급했다.
이 대표는 지난 주 열린 민주당의 비공개 워크숍에서 "국회 투표로 계엄을 해제하기 위해 전자투표를 준비해야 한다"고도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민주당이 주장하고 있는 '의심과 정황'으로는 계엄령 준비설의 근거가 되기 어렵다. 계엄령에 대해 적시되어 있는 헌법과 계엄법에 따르면 현재의 국회 상황으로는 실현하기 불가능하다는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윤대통령이 특정 상황을 빌미로 계엄을 선포하더라도, 헌법제77조5항에 따르면 국회 재적 의원의 과반수 찬성으로 즉시 계엄이 해제된다. 민주당이 국회 300석 중 170석을 쥐고 있기 때문에 계엄을 바로 해제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이 대표가 "계엄 선포와 동시에 국회의원을 체포·구금하겠다는 계획을 꾸몄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주장했지만, 이 또한 실현할 수 없다.
헌법제44조 및 계엄법제13조에 따르면, 국회의원은 현행범이 아닌 이상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구금하지 못한다. 민주당이 국회를 장악하고 있는 이상, 의원 체포 구금에 대해 국회의 동의가 일어나기 힘든 구조다.
이와 맞물려 민주당은 유언비어 및 시위에 참가한 국회의원을 현행범으로 체포 구금할 수 있다고 보지만, 이를 통해 국회의 의결정족수를 미달시키려면 야당 의원 42명 이상을 현행범으로 체포해야 해서 '비현실적 가정'이라는 법조계 평가도 나온다.
계엄령은 1980년 5·18 당시 신군부가 내린 후 44년간 선포된적 없었지만, 지난 2022년 5월 윤석열 정부 출범 당시부터 강성 친명 지지층에서 계엄설이 퍼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8년 7월 문재인 대통령의 특별수사 지시에 따라 군검 합동수사단이 '전시 계엄 및 합수 업무 수행 방안'이라는 기무사 문건과 관련해, '내란음모' 혐의를 적용해 104일간 200명이 넘는 사람을 조사하고 90여곳을 압수수색했다.
하지만 당시 내란음모와는 무관한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를 적용해 3명을 기소하는데 그쳤다.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은 무혐의로 결론났다.
민주당이 '계엄설'을 앞세워 공세 수위를 높이고 윤대통령을 압박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지만, '카더라' 수준의 아무 근거 없는 의심과 정황뿐이라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국회를 장악한 제1당이 의심만을 근거로 공개 석상에서 거듭해서 계엄설을 제기하는 행태가 무책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