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지난 4일 정부가 연금개혁 추진계획을 공식 발표하면서 공은 국회로 넘어왔지만, 여야 간 입장 차가 뚜렷해 특위 등 협의체 구성에 난항을 겪고 있다.
국민의힘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의원들은 4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했지만,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국민을 갈라치기하는 나쁜 방안"이라고 비판했다.
관건은 지금부터다. 정부가 연금개혁안을 내놓은 이상, 국회가 이에 대해 세밀하고 깊게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당장 박수영 국민의힘 연금특위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정부는 논의를 위한 출발점을 제시했고, 여당과 야당 간 충분한 협의가 필요하다"며 "정부안은 정부안이고 최종 결정권은 국회의 입법 사안"이라고 분명히 했다.
더불어민주당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5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정부의 연금개혁안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9.5 /사진=연합뉴스
우선 보험료율·소득대체율 등 모수 조정에 있어서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높이고, 2028년까지 40%로 단계적으로 조정하는 소득대체율을 올해와 같은 42%로 유지하는 정부안에 대해 이견이 엇갈린다.
국민의힘은 "재정 안정성을 고려하면 불가피한 방안"이라고 보지만, 민주당은 "소득대체율을 50%까지 늘리기로 한 21대 국회 연금개혁 공론화위원회의 의견을 전혀 감안하지 않았다"며 "국민이 더 내지만 덜 받는 안"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정부안 발표에서 가장 핵심으로 꼽힌 '세대별 보험료율 차등 인상'에 대한 입장이 첨예하게 나뉜다.
여당은 "청년·미래세대의 연금 수급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할만 하다"는 입장이지만, 야당은 세대간 형평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지금까지 전 세계 어디에서도 검증된 바 없는 세대별 차등 보험료율 인상 방안"이라며 "현실성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인구구조·경제상황 변화와 연동해 연금액·수급연령을 조절하겠다는 '자동조정장치'에 대해서도 여당은 "연금 수급이 될지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다"고 보고 있지만, 야당은 "소득대체율을 더 낮추겠다는 의도"라며 비판적이다.
여야 모두 동의하고 있어 합의점을 이룬 지점은 '기초연금 인상' 밖에 없다. 정부는 이번에 저소득 고령층 기초연금을 2027년까지 현행 33만원을 40만원으로 인상하자는 안을 내놓았고, 이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2022년 대선 후보 당시 밝힌 공약과 동일하다.
결국 문제는 여야가 특위 등 협의체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구성하느냐로 좁혀진다.
국민의힘은 국회 상설 연금특위 및 여야정 협의체 구성을 촉구하고 있고, 민주당은 당초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산하 소위원회를 꾸려 논의하자는 입장이었다.
170석 의석으로 국회를 좌우하는 민주당이 보건복지위 소위를 통한 방식을 선택할지, 또는 상설 연금특위 구성을 긍정적으로 검토해 여야정 협의체 출범으로 확장할지, 야당의 선택에 관심이 쏠린다.
상설 연금특위는 여야 동수로 구성되어 철저히 협의에 따라 돌아가지만, 보건복지위는 민주당 의원이 더 많고 위원장도 민주당이다.
국민연금은 지난 2007년 노무현 정부 당시 소득대체율을 40%로 조정한 이후 조정 없이 방치돼 왔다. 17년 만에 정부 의지가 실린 국민연금 개혁안이 이번에 나왔고, 이에 대해 국회가 어떤 협의체를 통해 구체화할지 주목된다.
정부에 따르면, 현행 국민연금 제도를 고수하면 2056년 기금이 고갈된다. 국회에서 여야의 정치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