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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무서워"…막말 고성 난무 국회에서 국민방청객 두눈 '질끈'

2024-09-05 15:51 | 최인혁 기자 | inhyeok31@mediapen.com
[미디어펜=최인혁 기자]22대 정기국회 시작을 알리는 교섭단체대표 연설이 ‘정쟁터’로 전락했다. 여야는 5일 서로를 향해 비난을 쏟아내며 교섭단체대표 연설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일반국민 방청객들 중엔 고성을 주고받는 의원들의 모습에 두 눈을 질끈 감아버리는 사람도 있었다. 

지난 4일부터 이날까지 이틀간 진행된 교섭단체대표 연설 그 어디에도 ‘신사’는 없었다. 앞서 여야는 21대 국회인 지난해 10월 신사협정을 체결한 바 있다. 본회의장에서 손팻말 사용 금지, 대통령 시정연설 및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고성과 야유를 금지하는 내용이었다. 여야 간 정쟁이 극한으로 치닫자 소모적 논쟁을 피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하지만 이는 22대 정기국회 시작부터 산산조각 났다. 전날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정부여당을 비판하자 여당이 야유를 보내며 신사협정은 자취를 감췄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5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2024.9.5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이에 이날 오전 국회에서 진행된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교섭단체대표 연설에서는 야당의 ‘보복’이 이뤄졌다. 추경호 원내대표부터 연설 시작과 함께 야당을 비판했다.

추 원내대표는 “거대 야당의 힘자랑과 입법 폭주 때문에 정치는 실종되고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있다”라며 “민주당은 전통과 관행, 의회민주주의 정신을 정면 부정했고 입법 폭주에 시동을 걸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탄핵소추권마저 정쟁의 도구로 삼아 마구잡이로 내던지고 있다”며 “또 민주당은 정부가 계엄령을 준비하고 있다는 가짜뉴스까지 만들어 퍼뜨리고 있다. 탄핵한다면 거짓 괴담으로 대한민국을 혼란과 분열로 몰아넣는 이런 세력들을 탄핵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추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를 향한 검찰 수사를 방어하기 위해 방탄용 표적 탄핵까지 진행하고 있다고 몰아세웠다.

이에 야당은 기다렸다는 듯이 야유와 고성을 질렀다. 이들은 “거부권이 더 문제야”, “헛소리야”, “부끄러운 줄 아세요”, “(이재명 사법리스크는) 윤석열 검찰 독재가 만들었잖아”, “연설 수준이 뭐 이래”, “탄핵당할 일을 했잖아”라고 맞받아쳤다. 

5일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 중 졸음을 참지 못한 야당 의원들이 졸고 있다. 2024.9.5 /사진=미디어펜



추 원내대표의 연설 자체를 외면하는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다수의 민주당 의원들은 연설이 진행되는 중임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수차례 이석했다. 이들은 등을 돌린 채 동료 의원들과 대화를 나누거나, 인사를 건네며 시간을 보냈다. 졸음을 참지 못하고 숙면에 빠지는 의원들도 곳곳에서 포착됐다. 21대 국회를 마무리하며 ‘소모적 정쟁’ 근절을 약속했지만, 어김없이 악순환을 반복한 것이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아수라장이 되자 직접 중재에 나섰다. 우 의장은  “국민들이 다 지켜보고 있고, 방청객도 많이 보고 있다. 견해가 다르더라도 경청을 해 달라”고 야당을 향해 자제를 당부했다. 

하지만 추 원내대표가 야당을 향한 질책성 연설을 지속했고, 야당도 비난의 수위를 올렸다. 

어수선한 분위기에 방청객에서는 ‘탄식’이 나왔다. 특히 이날 방청에 참석했던 어린이들은 50분간 지속되는 고성에 공포의 시간을 보냈다. 한 어린이는 “엄마, 너무 무서워”라며 귀를 막고 고개를 숙였다. 이에 학부모는 “아저씨들 싸우지 말라고 해야겠다. 왜 저럴까”라며 아이를 달래며 연설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이날 교섭단체 대표연설 방청에 참석한 송 모씨는 “아이와 같이 방청을 왔는데 싸움이 벌어져 당황스럽다. 전혀 생각하지 못한 일이라 실망스럽다”라고 방청 소감을 밝혔다.

또 다른 방청객 우 모씨는 “아이들도 와 있는데. (의원들이) 지켜줄 것은 지켜줘야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아이들 보기가 부끄럽고 정말 걱정스럽다”며 “아직도 우리 정치가 변하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뿐”이라면서 고개를 저었다.

[미디어펜=최인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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