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정부가 일제강점기 일본에서 강제징용에 동원됐다가 1945년 한국으로 돌아오기 위해 우키시마호에 승선했던 조선인 노동자 명부를 5일 일본정부로부터 입수했다.
79년만에 의문의 사건을 겪은 한국인들을 파악할 수 있게 된 것인데, 일본은 그동안 명단이 없다는 입장이었다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재임 중 마지막 방한을 계기로 명단을 전달해 그 의도가 주목된다.
외교부는 이날 “정부는 그동안 우키시마호 승선자 명부를 입수하기 위해 일본정부와 교섭을 거친 결과 오늘 일측으로부터 승선자 명부 일부를 제공받았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일본측은 내부 조사를 마친 자료 19건을 우리측에 우선 제공하기로 했으며, 여타 자료에 대해서도 내부조사가 완료되는 대로 제공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정부는 이 명부를 피해자 구제 및 우키시마호 사건의 진상파악 등에 활용할 예정”이라며 “특히 대일 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근거자료가 없어서 위로금 지급 신청을 기각·각하 당한 희생자 유족에 대한 위로금 지급 재심의 등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 “명부에는 희생자들의 개인정보가 다수 포함돼있어 국내 법령에 따라 정보를 열람 또는 제공받을 권리가 있는 자에게 제공할 예정”이라면서 “정부는 우키시마호 사건의 피해자 구제 및 진상파악 등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화 '우키시마호'의 한 장면(미에플러스 제공)./사진=연합뉴스
외교부에 따르면, 이번 명부 입수는 지난 17년간 한일 외교당국간 교섭 결과라고 한다. 이날 일본 후생노동성이 주일 한국대사관을 통해 명단이 전달된다.
이번 명단의 총 인원을 아직 알 수 없지만 19건의 문건인 것으로 전해졌다. 즉 당시 여러 경로로 만들어진 19종류의 명단이다.
우키시마호에 승선했던 조선인 노동자 명단을 이번에 처음 받는 것이며, 정부는 앞으로도 양국간 협의를 거쳐 추가 명단을 제공받을 계획이다.
1945년 8월 22일 일본 홋카이도를 출항한 일본 해군 소속 4740톤급 화물선인 우키시마(浮島丸)호엔 7000명 이상의 조선인 노동자들이 승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배는 부산에 도착할 예정이었으나 홋카이도를 떠난지 이틀 뒤인 24일 마이즈루 앞바다에서 갑자기 폭음과 함께 폭발해 침몰했다.
당시 조선인 노동자들을 우키시마호에 태운 것은 패망 이후 일본 전범재판과 관련해 강제징용 당했던 노동자들이 폭동을 일으킬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었다는 의혹이 있다. 이 때문에 한국에선 우키시마호가 폭발한 이유에 대해서도 배에 함께 탔던 일본인 장교들이 부산에 도착했을 때 보복이 두려워서 자폭했다는 주장이 있다.
반면, 일본측에선 우키시마호가 당시 미군의 명령대로 방향을 바꿨는데 마이즈루만 내에 부설돼있던 미군의 기뢰와 충돌해서 침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본은 당시 이 사건을 공식발표하면서 조선인 승선자 3725명, 사망자 524명, 실종자 수천여명으로 집계했다. 그런데 당시 생존자의 목격담에 따르면, 조선인이 적게는 7000명 많게는 1만명 이상 승선했고, 이 중 최소 5000명이 사망했다는 자료도 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