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그들(전공의들)은 떠나면서 7가지 요구를 했는데, 그 중 첫번째가 의대 증원 및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전면 백지화다. 2025년을 포함한 의대 증원 취소가 없으면 전공의들은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대한의사협회가 9일 발표한 대국민호소문)
"2025년 의대 정원 유예는 현실적으로 어렵고 불가능하다. 이미 오늘부터 2025년 수시 접수 시작됐고, 교육부에서도 대입 혼란 야기할 수 있어서 불가하다는 입장을 낸 바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 9일 발언)
9일 의대 증원을 논의하기 위한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이 가시화됐으나, 의료계는 2025학년도 증원부터 백지화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입장 차는 물론이고 논의의 출발점부터 달라 이를 좁히기 불가능하고, 끝내 이번 협의체에 의료계가 불참할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이 나온다.
일단 여야 원내대표는 이날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로 만난 후, 의료계의 협의체 동참을 촉구하는 활동을 함께 하기로 합의했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오른쪽)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우원식 국회의장과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 등을 논의한 뒤 브리핑하고 있다. 2024.9.9
대통령실은 이에 대해 "2026년 이후 의대 정원 규모는 의료계가 과학적인 근거를 갖춘 합리적인 의견을 내놓는다면, 숫자에 구애받지 않고 제로베이스에서 열린 마음으로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라고 재확인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2025년 의대 정원 유예는 현실적으로 어렵고 불가능하다"며 "저희도 의료계가 하루빨리 대화 테이블로 나와주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실제로 올해 고3 학생들이 치를 2025년도 대입 수시모집이 이날 시작됐다. 의과대학들 역시 이번 수시로 입학정원을 대폭 늘려 2025년도 모집인원의 68%를 선발한다. 39개 의대는 수시에서 3118명을 선발하고, 정시를 합쳐 4610명을 뽑을 예정이다.
문제는 협의체 출범과 의대 입시를 바라보는 의료계 분위기다.
현장을 떠나 의료공백 사태의 중심에 놓여있는 전국의 전공의들과 휴학계를 낸 후 학교에 가지 않는 의대생들을 복귀시킬 수 있을지 회의적인 전망이 지배적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발표한 대국민호소문에서 "정부는 2025년을 포함해 모든 증원을 취소하라. 전공의(의대생) 복귀를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라며 "현실적으로 논의가 가능한 2027년 의대정원부터 투명하고 과학적 추계 방식으로 양자가 공정하게 논의하자"고 밝혔다.
가톨릭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또한 이날 성명을 내고 "의료계 참여를 위해서는 내년 증원에 대한 논의가 가능해야 한다"며 "정부는 열린 마음으로 협의에 임하라"고 촉구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회장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협의체는) 정부가 이렇게 노력했는데 의료계가 단일안을 가져오지 않아 해결할 수 없다는 명분만 쌓으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전공의 대표 1인, 의대생 대표 1인이 협의체에서 증원 끝장토론을 해야 하고, 대신 정부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2025년도) 모집 요강 발표를 연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가 더 큰 문제다. 이날 수시모집이 시작된 이상, 하루하루 시간이 지날수록 돌이킬 수 없는 불가역적 상황으로 치닫는다. 의대 입시를 치를 수험생들까지 얽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주말 내내 여당 의사출신 의원들이 의료계와 물밑 접촉했지만 소득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대한의사협회 등 의사단체에서는 이미 각자 개별적으로 다른 자리에서 일하고 있거나 쉬고 있는 전공의들의 복귀를 어느 누구라도 강제할 수 없는 맹점이 여전하다고 보고 있다.
사태의 중심에 있으면서 향후 추이를 좌우할 전공의·의대생들을 한데 묶어서 대표할 '단일창구'가 없는 것도 뼈 아픈 대목이다.
사태의 심각성은 내년으로 넘어가면 더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전공의·의대생들을 향해 정부가 보다 전향적인 결단을 내세워야 이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대국민호소문에서 "올해 증원을 강행하면 내년부터 수년간 의대와 수련병원의 교육은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없다"며 "휴학 중인 의대생들이 돌아오면 도저히 정상적인 교육이 불가능하다. 내년에 입학하는 신입생들이 휴학에 동참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