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임박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달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이 기정사실화 된 가운데 우리 정치권 안팎에서도 한국경제의 내수진작 차원에서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이에 금리인하가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과 관련해 <힘 실리는 금리인하…"환경조성 됐다"> <10월 금리인하 결정시…U자형 완만한 회복 시나리오> <미국발 금리인하, 증시 호재인가 악재인가> 3편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주]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한국은행의 물가 관리 목표치인 2.0%로 둔화되며 기준금리 인하 환경이 조성됐다는 분석에 힘을 싣고 있다. 정치권 안팎으로는 내수진작 차원에서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압박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면 한은의 금리인하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시기에 금리를 내려 가계부채와 집값 상승에 기름을 붓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시기에 금리를 내려 가계부채와 집값 상승에 기름을 붓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사진=김상문 기자
이달 초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달 소비자물가 지수는 114.54(2020년=100)로 1년 전보다 2.0% 상승했다. 2021년 3월 1.9% 이후 3년 5개월 만에 최저치다. 물가상승률은 지난 4월( 2.9%) 2%대에 진입한 이후 5월 2.7%, 6월 2.4%, 7월 2.6% 8월 2.0%로 5개월 연속 2%대에 머물고 있다.
한은은 물가 상황과 관련해 “국제유가 불안 등 큰 공급 충격이 없다면 2%의 물가안정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평가했다. 한은 내부에서도 물가안정 측면에서는 “기준금리 인하 여건이 조성됐다”고 진단했다.
이창용 총재는 지난달 22일 금리를 동결한 직후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2%)에 수렴할 것으로 보인다”며 “물가 수준만 봤을 땐 기준금리 인하 여건이 조성됐다”고 밝혔다. 금통위원 6명 가운데 4명은 이날 3개월 내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 총재는 지난 6일 ‘G20 세계경제와 금융안정 콘퍼런스’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인플레이션이 다른 나라에 비해 빠르게 가격 안정을 달성하게 됐다”면서 “인플레이션만 보면 금리인하를 고려할 수 있는 충분한 시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융안정 등을 봐서 어떻게 움직일지 적절한 타이밍을 생각해 볼 때”라고도 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도 민간소비와 건설투자 등 내수부진 장기화 우려가 커지면서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분기 한국경제가 6분기 만에 역성장(-0.2%)하며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일각에선 한은의 실기론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8일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에 출연해 “금리를 인하할 환경이 상당히 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금리 여건이 인하 쪽으로 가고 있는 것은 맞게 보인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다른 선진국, 금리인하가 있거나 임박한 것으로 보이는 국가보다 오히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낮게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의 금리인하 압박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성 실장은 지난달에도 “통화정책을 유연하게 가져갈 필요가 있다”고 금리인하를 압박했다.
시장에선 연준의 이달 금리 인하를 확인한 이후 한은도 이르면 내달 금리를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고용시장 냉각에 따른 경기 불안의 영향으로 연준의 ‘빅컷(0.5%포인트 인하)’ 기대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은행권이 가계부채 급증세를 꺾기 위해 대출 문턱을 전방위로 옥죄는 가운데 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정책이 효과를 발휘한다면 한은의 금리인하 시기도 앞당겨질 것으로 관측된다.
그럼에도 여전히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집값 상승과 가계부채 문제가 금리인하에 발목을 잡고 있다.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거래량이 늘며 지난달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은 3년 4개월 만에 역대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현재와 같이 집값이 상승하는 시기에 금리인하로 과도한 유동성이 시장으로 공급돼 집값을 더 끌어올리고 가계대출이 확대될 경우 금융시장의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성 실장은 “다만 (금리인하가) 경기에는 도움이 되지만 가계부채 확대나 부동산 불안정을 만들 수 있다”며 “대출에 있어서는 관리 감독을 강화하면서 원리금 상환 부담은 낮추는 두 가지 방향을 결합해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