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금융당국의 심사가 까다로워지면서 신규상장(IPO) 도전장을 냈던 기업들 상당수가 상장 일정을 연기하고 있다. 최근 신규 IPO 종목들의 흐름도 부진한 편이었던 만큼 투자자들의 관심도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양상이다.
금융당국의 심사가 까다로워지면서 신규상장(IPO) 도전장을 냈던 기업들 상당수가 상장 일정을 연기하고 있다./사진=김상문 기자
10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IPO 절차에 돌입한 기업들의 ‘일정 연가’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직접적인 원인은 금융당국의 잇따른 보완 요구다. 결국 ‘슈퍼 위크’ 수준으로 몰려 있던 이달 청약 일정도 대거 내달 중순으로 밀리게 됐다.
연기를 결정한 회사는 무려 7곳이나 된다. SAP 솔루션 전문기업 인스피언(19~20일), 방사성 의약품(RPT) 신약 개발 전문기업 셀비온(20~23일), 첨단 소재 합성 위탁개발생산(CDMO) 전문기업 한켐(24~25일) 등은 내달 7~8일로 일반청약 일정을 변경했다.
당초 오는 23~24일 일반청약 예정이었던 지구 관측 위성기술 개발 전문기업 루미르, 표면실장(SMT) 장비기업 와이제이링크 등은 내달 10~11일로 일정을 변경했다. 아울러 체내 미생물군(마이크로바이옴) 전문기업 에이치이엠파마(23~24일), 질화갈륨(GaN) 고주파(RF) 반도체 전문기업 웨이비스(24~25일) 등도 일정을 연기했다.
이 가운데 에이치이엠파마는 금융당국으로 벌써 두 차례나 정정 요구를 받았다. 작년 이른바 ‘파두 사태’ 이후 당국의 심사가 훨씬 더 까다로워졌다는 점이 우선 주 원인으로 손꼽힌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 번 정도 정정요구 받는 것은 이제 당연한 일처럼 돼버린 분위기마저 생겨났다”고 전했다.
시장의 관심은 어느덧 내달 경으로 다가온 대어급 케이뱅크의 IPO 일정으로 집중된다. 9월 청약 예정이었던 회사들이 대거 10월로 일정을 미룬 상황이라 개별 기업에 대한 관심은 분산될 가능성이 높지만, 그럼에도 케이뱅크는 올해 최고의 관심주 중 하나인 만큼 시장의 시선을 잡아끌 것으로 보인다.
케이뱅크 상장은 수급이 식어버린 IPO 시장의 열기를 되살려줄 수 있을지의 측면에서도 관심사다. 한때 ‘안전한 수익’의 대명사였던 공모 청약주 투자는 최근 들어 분위기가 표변한 상태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7월 상장한 새내기주 6곳의 상장 첫날 평균 주가 상승률은 7.61%에 그쳤으며, 8월 들어서도 뱅크웨어글로벌(-1.56%), 케이쓰리아이(-31.94%), 넥스트바이오메디컬(-18.28%) 등이 상장과 동시에 주가가 급락하는 패턴을 보이며 리스크 수준을 높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신규 상장주 옥석 가리기는 반드시 필요했던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 “당국이 심사를 까다롭게 해도 여전히 공모가 과대 산정 분위기는 남아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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