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 |
노동개혁 갑론을박, 파업으로 일관하는 노조
정치권의 추석민심 경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노동개혁에 대한 갑론을박은 계속해서 펼쳐지고 있다. 새누리당은 ‘함께 하는 개혁, 다른 길은 없습니다’라는 제목의 추석 정책 홍보물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당부와 노동개혁 효과를 알렸다. 박 대통령은 “노동개혁 성패가 우리의 운명을 가른다”면서 “우리의 딸과 아들, 국가의 미래를 위해 결단을 내릴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은 임금피크제 도입 등 임금체계 합리화를 통한 청년 고용기회 확대(8만~13만개 창출), 대·중소, 정규·비정규 격차 완화 등을 노동개혁 효과로 꼽았다.
현재 국회에는 노동개혁5대 법안이 새누리당 당론으로 발의해 국회에 제출된 상태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노사정 대타협은 시작일 뿐이고 관련 입법조치 및 행정지침이 마련돼야 한다”면서 “입법과정에서 많은 진통이 예상되지만 연말까지 통과될 수 있도록 당정청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와중에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은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에서 임금피크제 도입과 통상임금 확대안이 자신들의 뜻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자 부분파업에 돌입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다. 청년일자리와 노동시장 미래를 고민하는 현재의 노동개혁 정국은 아랑곳 않고 자신들만의 이익을 구하는 행태다. 연봉은 세계 자동차업계에서 최고 수준이지만 생산성은 세계 꼴찌를 다투는 이들에게서 염치를 찾기 힘들다. 최근 금호타이어나 현대중공업의 파업 사례 또한 마찬가지다.
세계에서 가장 강한 노동규제, 노조에 대한 지나친 고용보호
프레이저 인스티튜트의 '경제자유지수’에 따르면, 지난 2013년을 기준으로 한국은 기업에 대한 노동시장 규제가 심하기로 157개국 가운데 143위를 기록했다. 순위가 낮을수록 규제가 강하다. 해당 연구결과에 따르면 노동시장 규제가 한국보다 강한 나라는 노르웨이, 베네수엘라 및 앙골라 등 남미 5개국 및 아프리카 8개국으로 모두 14개국이다.
▲ 대한민국 전체 임금근로자 1800만 명 중 한국노총 민주노총 조합원을 합하면 158만 명이다. 한노총 민노총은 8.8%의 근로자를 대변하는 집단에 불과하다. 이들의 의사결정에 나머지 1640만 여명 노동자들에 대한 처우가 달라지면 안 된다./사진=연합뉴스 |
기업에게 있어서 한국의 노동시장은 '규제의 텃밭'이다. 현대차를 위시한 대기업 귀족노조, 세습고용 등 이들에 대한 지나친 고용보호는 물론이거니와 지속적인 노동시장 규제 강화로 인해 자본의 해외유출은 이어지고 있다. 미래성장 동력은 물론이고 청년들이 일할 만한 양질의 일자리는 오히려 줄어드는 형국이다.
지난 14일 소위 ‘노동개혁 합의’라고 일컬어지는 노사정위원회의 합의안은 일반해고 기준 완화와 임금피크제 도입에 대한 취업규칙 변경에 그쳤다. 알맹이 없는 노동개혁에 그쳤다. 추석이 지나고부터 노동개혁의 알맹이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본격적인 노동개혁은 지금부터 시작인 셈이다.
노동개혁은 지금부터 시작, 기업이 살아야 노조도 산다
먼저 노동개혁의 목적은 무엇인지, 앞뒤 전후 맥락을 살펴야 한다. 경제가 살아야 노조도 산다고들 하지만, 정확히는 기업이 살아야 노동자가 살 수 있다. 양질의 취업 일자리 확보는 그 다음 문제다. 노동개혁의 중차대한 근본 목적은 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이를 통한 투자확대-경제활성화에 있어야 한다. 파이가 늘어나야 파이를 나눌 수 있다. 늘지 않는 파이를 갖고서 청년-노년, 정규직-비정규직으로 나누어 싸워봤자 헛수고다.
기업의 경쟁력 강화, 투자확대를 위해 노동제도 및 고용시장의 변화를 어떻게 촉진시켜야 할까. 몇몇 전문가들은 이에 대한 해답과 그 방향을 내놓고 있다. 박기성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노동법은 임금, 고용 모든 면에서 이미 취업한 근로자(인사이더)에게 매우 유리하고 직장을 찾고 있는 미래의 근로자(아웃사이더)에게 매우 불리하다”면서 “대화와 타협 같은 도덕적 설득보다 공정성 원칙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대체근로와 같은 법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노동개혁 과제 중 하나인 ‘대체근로’가 인정되었다면 현대차 생산성을 깎아먹는 파업노조 집행부 보다는 회사 경쟁력 제고에 힘쓰는 노조 집행부가 존재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노동개혁은 근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역차별을 야기하고 공정성을 훼손하는 일련의 노동규제에 대한 제도쇄신이 필요하다. 원칙적으로 개혁대상에게 개혁을 맡기는 것은 모순이지만, 노동자들이 자신의 처우에 대한 제도를 마련하는데 있어서 협상테이블에 앉을 자격은 있다고 양보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지렛대로 삼아 기업에 대한 생사여탈을 쥐는 우리나라 귀족노조의 행태는 공권력을 통해 배제되어야 한다. 정부 주도의 제도혁신과 더불어 민간 영역의 노사들은 기업 및 직종별로 사적 자치에 따라 자유로이 협상하고 서로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것으로 족하다.
▲ 지난 14일 소위 ‘노동개혁 합의’라고 일컬어지는 노사정위원회의 합의안은 일반해고 기준 완화와 임금피크제 도입에 대한 취업규칙 변경에 그쳤다. 알맹이 없는 노동개혁에 그쳤다. 본격적인 노동개혁은 지금부터 시작인 셈이다. 지난 8월 17일 김대환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위원장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가경쟁강화포럼 노동개혁 세미나'에서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
다만 일부 합의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선 노조의 대표성을 따져봐야 한다. 노동자는 자기 이익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 제대로 된 대표성이 확보되지 않는 한, 그들 내부의 의사결정 구조와 정당한 자기 이익 동기는 왜곡된다. 대한민국 전체 임금근로자 1800만 명 중 한국노총 민주노총 조합원을 합하면 158만 명이다. 한노총 민노총은 8.8%의 근로자를 대변하는 집단에 불과하다. 이들의 의사결정에 나머지 1640만 여명 노동자들에 대한 처우가 달라지면 안 된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노동개혁 법제도를 마련하는 데 있어 정부와 국회는 책임지고 나서야 한다. ‘노사정 합의’와 같이 대표성이 부재한 일부의 정치적 설득과 야합에 기대기보다는 기업과 국가경제의 미래를 위해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여 노동개혁을 완료해야 한다.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