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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이어 폭스바겐까지...자동차업계 '1등의 저주'

2015-09-27 22:14 | 문상진 기자 | mediapen@mediapen.com
   
▲ 사진=MBN 캡처

[미디어펜=문상진 기자] 올들어 처음으로 자동차 판매대수 기준 세계 1위에 올라선 폭스바겐이 디젤차 배기가스 저감장치 조작 스캔들에 휘말리면서 자동차 업계에서 '1등의 저주'가 반복되고 있다.

앞서 2008년 처음으로 제너럴모터스(GM)를 누르고 자동차 판매대수 세계 1위에 올라섰던 도요타는 2009~2010년 가속페달의 결함 때문에 사상초유의 대량리콜을 하면서 한동안 침체의 늪에서 허덕였다.

이들 기업이 1위에 등극하자마자 자리를 내주게 된 이유는 급격한 양적 성장을 위해 과욕을 부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선두에 등극하는 순간 자신이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는지를 잊고 성공한 현재의 모습만 기억하는 1등 기업의 저주가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폭스바겐은 올해 상반기 자동차 504만대를 팔아 도요타를 2만대 차이로 제치고 세계 자동차 판매대수 1위 기업에 올라섰다.

하지만, 디젤차 배기가스 저감장치 조작 스캔들이 터지면서, 폭스바겐이 올해 자동차 판매대수 1위 자리를 지키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6일(현지시간) "세계 1위가 되려는 폭스바겐의 야망이 스캔들을 불러왔다"면서 "폭스바겐의 최고경영자(CEO) 빈터코른은 4년 전 미국 테네시주에 공장을 지으면서 10년 안에 미국 내 판매를 3배로 늘려 세계 자동차 판매대수 1위 도요타를 앞지르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발표한 뒤 지난 7월 마침내 1위로 올라섰지만 이를 불과 두 달밖에 음미하지 못하고 사퇴했다"고 꼬집었다.

폭스바겐은 지난 2007년부터 '세계 자동차 판매대수 1위'를 목표로 내걸고 전력을 다해왔다. 도요타가 2008년 1위에 올라선 뒤 2010년 가속페달의 결함 때문에 사상 초유의 대량리콜을 하자 대놓고 도요타를 추월하겠다는 도전장을 던지기도 했다.

NYT는 폭스바겐이 배기가스 저감장치 조작에 나서게 된 근본원인은 2007년 메르세데스 벤츠와 보쉬가 개발한 오염통제 기술을 적용하지 않고, 자체기술을 활용키로 한 데 있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CEO 빈터코른이 "도요타를 넘어서라"고 세게 요구하면서 관리자들은 미국시장의 점유율을 확대해야 한다는 강한 압박을 받았다고 NYT는 설명했다.

폭스바겐은 이를 위해 미국시장내 디젤차량 판매확대 전략을 일관되게 밀고 나가면서, 이중고에 시달렸다. 디젤차량은 연비가 높은 대신 배기가스 배출도 많은 데, 유럽보다 센 미국의 배기가스 규제와 오바마 정부의 연비 기준 강화로 골머리를 앓게 된 것이다.

NYT는 "배기가스 검사에서 눈속임하면서 이 모든 문제가 한꺼번에 풀렸던 셈"이라면서 "운전자들은 주행시 오염통제장치가 꺼지면 연비와 성능이 개선돼 좋고, 폭스바겐은 비싸고 다루기 어려운 오염통제 시스템을 설치하지 않아도 좋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칼럼에서 "폭스바겐의 이번 스캔들은 2018년 1000만대 판매를 목표로 세계시장에서 덩치를 키우려고 발버둥칠 때 터졌다"면서 "폭스바겐은 올해 세계 자동차 판매대수 1위를 달성했지만, 엄청난 도덕적 해이에 빠지고 말았다"고 꼬집었다.

도요타는 2000년대 들어 공격적인 세계시장 판매확대에 나서면서 2008년 GM을 누르고 판매대수 기준으로 세계 1위 자리를 확보했다. 하지만, 2009∼2010년 가속페달의 결함 때문에 사상초유의 대량리콜에 직면했다.

도요타는 대량리콜 사태 끝에 자동차업계 사상 최대인 벌금 12억 달러(약 1조3천억원)를 냈고, 도요타 사장은 미국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직접 사과했다.

당시 대량리콜의 원인으로는 급속한 양적 성장을 추구한 데 따른 품질 위기가 대표적으로 지목됐다. 문제를 일으킨 부품은 미국산이었다.

도요타는 1980년대 중반 본격적으로 해외생산에 나선 뒤 부품조달을 미국 등 현지 외국공장에서 해왔다. 과거 일본의 중소기업을 통해 조달했던 부품들을 전세계 부품회사를 통해 사들였던 것이다. 비용을 절감하고 생산공정을 신속하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

도요타는 대량리콜 사태 이후 안전 이미지가 무너진 데다 2008년 금융위기의 여파로 매출액이 28% 감소하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고전했지만, 이후 판매량에 광적으로 치중하는 양적성장 전략에서 벗어나 대대적인 개혁에 착수했다.

도요타는 이후 2012년부터 다시 세계 자동차 시장 판매량 1위로 올라서서 3년간 1위 자리를 지켰다. 도요타는 이후 차량 판매량보다는 질에 중점을 두는 전략을 시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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