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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日총리에 ‘비주류 온건파’ 이시바, 한일관계 최악 피했다

2024-09-28 10:29 | 김소정 부장 | sojung510@gmail.com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일본의 차기 총리를 확정하는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이시바 시게루(67) 전 간사장이 당선됐다. 27일 자민당 본부에서 진행된 이번 선거에서 이시바 총재는 결선투표에서 역전해 최종 승리했다.

NHK 등 일본매체에 따르면, 1차 투표에서 이시바 총재는 154표(국회의원 46표·당원 108표)를 얻어 181표를 얻은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상에 27표 차이로 뒤졌다. 이후 2차 투표에서 이시바는 국회의원 189표, 도도부현련 26표 등 총 215표를 얻었다. 다카이치는 2차 투표에서 194표를 얻었다. 

당초 선거 초반 지지율 1위를 기록하며 돌풍을 일으켰던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은 1차투표에서 3위에 머물러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이시바 총재의 역전은 1차투표에서 고이즈미를 지지했던 소위 ‘거물급 인사’들이 2차투표에서 이시바를 지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는 고이즈미 지지를 선언한 바 있다. 반면 스가의 정적인 아소 다로 부총재는 다카이치를 지지했다. 여기에 의원과 당원들이 투표하는 1차투표에 반해 2차투표는 의원과 도도부현련(한국 정당의 시·도당에 해당)이 투표하므로 지방의 민심이 반영된 것이다. 

이시바 시게루 새 일본 자민당 총재가 27일 치러진 총재선거 결선에서 최종 승리한 뒤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2024.9.27./사진=일본 자민당 홈페이지


이시바 총재의 이번 승리는 ‘4전 5기’의 결과이다. 2012년 자민당이 야당일 때 총재선거에 출마해 1차투표에서 1위를 거두고도 결선에서 아베 신조 전 총리에게 패했었다. 보수 강경파였던 아베 전 총리를 비판해 비주류로 분류되어오면서 한일관계에 비교적 전향적이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또한 그는 방위상을 지낸 안보 전문가로 평가된다. 

이시바 총재는 선출된 뒤 기자회견에서 한일관계에 대해 직접 언급하진 않았다. 다만 안보 및 경제 정책을 묻는 질문에 답할 때 한국을 예로 들며 구체적인 수치까지 거론했다. 그는 “경제에서 수출 비중이 한국은 44%인데 일본은 18%”라며 “해외생산 거점을 일본에 되돌아오게 해 고용과 소득의 기회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아울 그는 “선거기간 중 북한의 미사일 발사, 러시아 초계기의 일본 영공 침범, 중국 항공모함의 일본 접속수역 첫 항해가 있었다”면서 “일본에는 안보 과제가 산적해 있다. 일본을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나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집단 안전보장의 핵심은 각 나라가 의무를 지는 것이다. 일·미 조약, 미·한 조약, 미·필리핀 조약 등이 이미 있기에 ‘쿼드’(미·일·호주·인도 안보 협의체)의 연장선으로 추진할 수 있다”면서 “지역의 평화를 어떻게 만들지, 일본이 주체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시바 총재의 당선으로 한일관계는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 때 개선된 관계를 비교적 차질없이 이어갈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 독도 영유권 등 한일 간 과거사에 대해 일본정부의 기존 입장을 바꾸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자위대 헌법 명기나 아시아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추진 등에 적극적일 경우 향후 한일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이시바 시게루 새 일본 자민당 총재가 27일 치러진 총재선거 결선에서 최종 승리한 뒤 발언하고 있다. 2024.9.27./사진=일본 자민당 홈페이지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일관계의 역사 분야에선 일본의 과거사 직시 등 자성의 목소리를 냈던 이시바 총재가 새 총리가 된다는 점에서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 한국이 우려할 만한 행동은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다고 해서, 너무 기대치를 높여서는 안 될 것”이라며 “강제징용 배상 문제 등 한일 간의 역사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을 하려 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가 기존에 해왔던 다양한 발언들을 행동으로 옮기도록 기반을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고 전망했다.  

최 연구위원은 “이시바 총재가 안보면에서 선거기간 동안 아시아판 나토를 만들어야 한다는 등의 주장을 해온 만큼 안보 협력에 적극적일 수 있다”며 “하지만 이에 대한 한국 내에서의 부정적인 시각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정부간 협력은 추진될 수 있어도, 민간 차원의 부정적인 시각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시바 총재는 다음 달 1일 임시국회에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뒤를 잇는 차기 총리로 공식 취임하면서 새 내각을 출범시키게 된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에서는 집권여당 대표가 총리를 맡고 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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