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재훈 기자]실업자 5명 중의 1명이 반년 이상 구직활동에도 불구하고 일을 구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비중으로 반년 이상 구직에 실패한 장기 실업자는 6개월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7일 오전 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교통센터에서 열린 2024 항공산업 잡페어에서 한 구직자가 채용 공고 게시판을 살피고 있다./사진=연합뉴스
1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실업자 수는 56만4000명에 달한다. 이중 구직 기간이 6개월 이상인 사람은 총 11만3000명으로 전체 20.0%를 차지했다.
이는 전월을 통틀어 외환위기 여파의 1999년 8월의 20.1% 이후 최고 수준이다. 6개월 이상의 장기 실업자는 코로나19가 확산하던 2020년 10월부터 2021년 7월까지 증가세를 보이며 10만 명을 상회하다 감소세로 전환해 10만 명을 밑돌았다.
장기 실업자 수는 올해 3월부터 증가하기 시작해 지난 8월까지 6개월째 상승하고 있다. 지난 7월까지는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이기도 했다.
반면 전체 실업자 수는 지난 7월부터 전년 동기 대비 감소로 전환돼 두 달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전체 실업자가 감소하고 장기 실업자는 증가해 비중이 높아진 것이다.
장기 실업자 증가는 일자리 미스매치 현상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를 찾지 못해 구직 기간이 증가하는 것이다.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직장에 다닌 지 1년이 넘지 않은 장기 실업자 중 이전에 직장을 그만둔 이유는 '시간·보수 등의 작업여건 불만족'이 24.7%였다. '임시 또는 계절적 일의 완료'(26.4%)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아울러 직장에 다니는 도중 그만둔 사유로는 가장 높은 비율이다.
이는 '쉬었음' 증가와도 맥락이 공유된다. '쉬었음'에는 취업 의사가 없는 사람, 취업 의사가 있어도 원하는 일자리가 없어서 직장을 찾지 않는 사람의 부류가 포함된다.
지난 8월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쉬었음'은 전년 동기 대비 10.6% 늘어난 256만7000명이었다. 이는 8월 기준으로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3년 이후 역대 가장 많은 수치다.
실업률이 처음 1%대로 떨어졌지만 고용의 질에서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직장에 다닌 지 1년이 넘지 않은 장기 실업자의 이전 직장을 산업별로 살펴보면 △도소매업 18.9% △제조업 15.9%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 13.7% 등의 순으로 많았다.
도소매업은 온라인 가속화·무인화 등의 구조적 변화로 취업자 수가 지속 감소하고 있다. 제조업도 수출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고용 파급 효과가 크지 않은 반도체가 중심이 되면서 최근 취업자가 감소하고 있다.
이전 직장을 종사상 지위별로 살펴보면 △상용근로자 44.8% △임시근로자 36.3% △일용근로자 13.3%등의 순으로 많았다.
[미디어펜=박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