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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부터 대우그룹까지...'눈속임' 기업의 최후는?

2015-09-29 10:22 | 문상진 기자 | mediapen@mediapen.com
   

[미디어펜=문상진 기자] 폭스바겐은 독일의 대표 기업이지만 위법 행위 눈속임으로 최대의 위기에 직면했다. 이런 사례는 과거에도 적지 않았다. 미국의 엔론, 일본의 도요타 자동차, 영국의 BP, 한국의 대우그룹이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이런 기업들의 사태를 보면,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에는 신속히 대외에 공표하고 신속한 대책을 수립해 실천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점을 알 수 있다.

◇미국 재계 7위 엔론 분식회계로 파산

29일 국제금융계에 따르면 2001년 12월 미국 7위 기업 엔론이 분식회계 끝에 갑자기 파산한 사태는 미국 뿐 아니라 전 세계에 큰 충격을 던졌다. 에너지 기업인 엔론은 차입에 의존해 무리하게 추진한 신규사업이 실패한 것을 임직원은 물론 회계법인, 투자은행 등과 함께 조직적인 회계 부정으로 숨겨오다가 결국 발각됐다.

자산이 634억 달러(75조7000억원)로 당시 최대 규모 파산이었다. 전 세계 40개국에 2만1000명의 종업원이 일자리를 잃었고 주당 최고 90달러에 주식을 샀던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입었다.

CEO였던 제프리 스킬링은 2006년 내부자 거래와 공모, 사기 등 18개 혐의로 24년형을 선고받았다가 최근 14년형으로 감형받았다.

엔론은 파산하던 해까지 6년 연속 경제전문지 포천에서 '미국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뽑히는 등 신뢰를 받았다는 점에서 더 파장이 컸다.

엔론 사태로 인해 미국의 대외 이미지는 구겨졌다. 미국은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자국 기준을 '글로벌 스탠다드'라면서 한국 등 위기 국가들에 수용을 요구했다.

엔론사태에 이어 통신기업인 월드컴과 타이코 등 대기업의 회계부정과 파산이 잇따르면서 미국에서 사베인-옥슬리법이 제정되는 등 기업회계 부정 방지를 위한 제도가 강화됐다. 엔론과 월드컴 감사를 맡았던 유명 회계법인인 아더앤더슨은 동반 파산했다.

◇일본 도요타 늑장 리콜로 '품질은 도요타' 명성 잃어

일본의 도요타 자동차는 2009년 미국에서 급발진 관련 리콜로 자동차 업계 최대 규모인 12억 달러(1조4300억원)의 벌금을 냈다.

도요타는 운전석 바닥 매트가 가속 페달을 눌렀거나 운전 미숙으로 발생했다면서 기기 결함 의혹을 철저히 부인하다가 '늑장 리콜'을 해서 큰 비판을 받았다.

실적이 악화되고 '품질은 도요타'라는 명성이 크게 훼손되는 등 홍역을 치러야 했다.

도요타는 1200만 대 이상 리콜하는데 24억 달러(2조8600억원)가 들었고 소송을 낸 소비자들에게 16억 달러(1조9000억원)를 배상했다. 도요타가 회생한 것과 달리, 일본 미쓰비시 자동차는 리콜을 숨기다가 도산 직전까지 몰렸고 아직도 소비자 신뢰를 모두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미쓰비시는 지난 2000년 몰래 차량 소유주에게만 연락해 수리해주던 비밀 리콜 관행이 들통났으나 이 때에도 사안을 축소하는 데 급급했다.

이후 2002년에 사망 사고가 잇따르는데도 정비 불량이라고 주장하다가 2004년에야 결국 사실을 실토하고 국내외에서 거의 100만대를 리콜해야 했다. 도요타와 미쓰비시는 규모 확장과 비용 삭감에 몰입한 나머지 품질 관리나 윤리경영에 실패했다.

◇영국 BP 중과실로 원유 유출 사고…업계 2위에서 4위로 떨어져

영국 최대 기업 BP는 지난 2010년 4월 발생한 멕시코만 원유 유출 사고로 미국 정부에 187억 달러(약 22조3천억원) 벌금을 내기로 합의했다.

이는 유정 폭발로 무려 87일간 약 400만 배럴의 원유가 바다로 유출되고 시추요원 11명이 사망한 사상 최대 원유 유출 사고였다.

미국 법원은 BP가 유정 시추 작업이 폭발을 초래할 위험이 크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면서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등 중과실과 고의적 위법행위를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BP는 당시 예산과 일정에서 쫓기다가 안전 시험 결과를 무시했으며, 폭발 후에는 미국 의회에 원유 유출 규모를 축소 보고했다.

이 사고로 주가가 약 2개월만에 반토막이 나면서 약 24년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가 2014년 6월에나 간신히 회복했다.

BP는 관련 비용 때문에 2010년 2분기에 170억 달러 적자를 내며 18년 만에 첫 손실을 기록했고, 업계 순위도 2위에서 4위로 밀려났다.

◇우리나라 분식회계의 교과서 대우그룹

1999년에 해체된 재계 2위 대우그룹은 외환위기 당시 실적 악화와 유동성 위기 상황을 숨기기 위해 다방면에 걸쳐서 무려 20조원 대의 분식회계를 저질렀다.

세계 경영을 내걸고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던 중에 외환위기를 맞아 주력 계열사인 대우차 등의 부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을 숨기려 했던 것이다. 주로 영국 런던의 금융법인 BFC를 통해 수십억 달러를 불법 유출하거나 부채를 줄이고 가공자산을 만드는 수법이었다.

1998년 기준 계열사 41개, 해외법인 396개, 자산 총액 76조7000억원에 달하는 대기업의 몰락은 간신히 숨통이 트인 한국 경제에 충격을 줬다.

협력업체나 개인 투자자, 임직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끼쳤음은 물론이다. 대우 사태와 관련해 금융기관에 들어간 공적자금이 약 30조원에 달했다. 김우중 회장은 징역 8년 6월형을 받았다가 2008년 특별 사면됐으나 아직 추징금 17조원을 내지 않았다.

2003년에는 SK글로벌의 1조5000억원대 분식회계 사건으로 증시가 급락하는 등 한국 경제는 또 한 번 충격에 빠졌다. SK글로벌은 부채를 누락시키고 가공자산을 계상시키는 전형적인 분식회계 기법을 사용했다.

SK그룹이 그룹 해체설이 나올 정도로 위기에 몰렸고 최태원 회장은 구속됐으며 SK글로벌은 SK네트웍스로 사명을 바꾸고 채권단 워크아웃에 들어갔다가 2007년에야 졸업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총수가 순위 경쟁을 하느라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다 보면 법률적, 사업적 리스크를 경시할 수 있다"면서 "우리 기업들도 글로벌 기업에 걸맞게 독단적 의사결정을 막는 건전한 지배구조와 사업 위험관리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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