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유태경 기자] 근로복지공단이 뇌심혈관계 질환이나 소음성 난청 등 산업재해와 관련한 재판에서 패소하는 비율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근로복지공단의 산재 판정 기준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근로복지공단 등 고용노동부 산하 공공기관 대상 국정감사에서 김태선(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박종길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에 질의하고 있다./사진=국회의사중계시스템 캡처
2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근로복지공단 등 고용노동부 산하 공공기관 대상 국정감사에서 김태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근로복지공단에 "최근 6년간 업무상 질병 관련 소송 건수가 늘고 있는데, 패소율도 증가하고 있다"며 "이와 함께 항소와 상고 진행 건수도 늘고 있는데, 선 보장 후 판정 제도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김 의원은 "(공단이) 새로운 케이스에 대해 법리적 판단을 받기 위해 항소와 상고하는 건 좋지만, 피해 노동자들과 가족들은 소송이 끝날 때까지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야 한다"며 "실제로 이 과정에서 사망하신 분도 많은데, 공단은 계속 '법리를 들어봐야 한다'는 핑계를 대고 있다. 이는 산재 주무기관으로서 수동적인 태도"라고 지적했다.
이어 "노동자 생계부터 지원할 수 있도록 1심에서 패소 시 해당 노동자에게 선 보장 후 판정을 받도록 해서 필요 시 회수하는 절차를 밟는다면 이 같은 피해는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같은 당 박정 위원도 "공단이 산재를 불승인한 후 법원에서 판단이 뒤집히는 비율이 최근 늘고 있다"며 "공단에도 규정이 있겠지만 법원의 판단 근거가 생겼고, 법원에서 이미 기준을 정해줬기 때문에 (공단의) 방향이 좀 바뀌어야 한다"고 첨언했다.
이 자리에서는 산재 처리 장기화 문제도 제기됐다.
공단에 따르면 최근 6년간 전체 산재조사 처리 기간은 2019년도 186일에서 지난해 214일로 30여 일 늘었다. 역학조사 처리 기간도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경우 2018년부터 2024년까지 2.5배, 직업환경연구원은 같은 기간 2.8배 늘었다.
이같이 역학조사가 장기화되면서 최근 5년간 산재 승인 대기 중 149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인과관계가 다소 명확하지는 않더라도 상당히 인정할 만한 타당성이 있다면 산재로 인정하는 추정의 원칙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안호영 의원 또한 "법원의 판단에 의해 패소가 반복되는 경우, 근로복지공단에서 판정 기준을 법원 기준으로 바꾼다면 패소율이 낮아지고 신속히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에 박종길 이사장은 "합당하게 받아들일 사유가 있는 부분은 받아들이지만, 선례가 없거나 파급 효과가 큰 부분은 최종심을 받아볼 수밖에 없다"며 "선보장 후 보상 문제는 국회에서 논의해야 될 부분이라고 생각하지만, 관계기관과 협의해 우리 규정을 바꿀 수 있는가 등도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미디어펜=유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