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지 기자]국내 항공업계가 코로나19 이후 견조한 여객 수요와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 성장에 따른 화물 수요 증가로 3분기 호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하면서 업계 내 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항공업계는 환율에 민감한 업종인데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으로 강달러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국제선 여객 수는 2286만 명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1897만명) 대비 20.5% 증가한 수준이다.
항공업계는 3분기 여객 수요 증가와 중국발 전자상거래 물량 증가로 화물 사업까지 호황을 이뤘다. 대한항공은 올해 3분기 별도 기준 매출 4조2408억 원, 영업이익 6186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10% 늘었고, 영업이익은 19% 증가했다. 여객 사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 늘어난 2조6173억 원, 화물 사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한 1조1198억 원을 기록했다.
대한항공 에어버스 A321neo./사진=대한항공 제공
진에어는 올해 3분기 매출 3646억 원, 영업이익 402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역대 3분기 중 최대 매출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3.1% 올랐다. 영업이익은 23.1% 증가했다. 제주항공은 3분기 별도 기준으로 매출 4602억 원과 영업이익 395억 원, 당기순이익 431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분기 대비 7.5% 증가했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모두 전 분기 대비 흑자 전환했다.
원·달러 환율이 폭등할 경우 항공업계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항공사들은 유류비, 항공기 리스비 등 대부분의 영업비용을 달러로 결제하기 때문에 달러 가치가 상승하면 실적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대한항공 기준으로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르면 400억 원이 넘는 관련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을 확정한 직후 환율은 크게 올랐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1397원) 대비 4원 오른 1401원에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의 종가가 1400원을 돌파하며 마감한 건 지난 2022년 11월 7일 이후 2년 만에 처음이다.
미·중 갈등 심화로 인한 환승 수요를 통해 수익성이 확대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도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중국 견제와 압박 강도를 더 높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양국 간 직항 노선이 위축되고 한국을 거쳐 양국을 오가게 되면 국내 항공사들은 환승 수요로 인한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조기 종전' 압박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유류비 절감으로 인한 수익성 개선도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하루 만에 끝내겠다고 공언해 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이 현실화하면 우회항로에서 정상항로로 비행할 수 있고 이에 따른 유류비 절감으로 비용 절감이 가능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고정 비용이 늘어나는 것은 항공사들에게 부담이다. 수익 구조를 다양화해 시장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미·중갈등 심화로 인한 환승 수요 증가, 조기 종전으로 인한 유류비 절감 등 긍정적인 요소들도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