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재훈 기자]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으로 K-바이오·제약의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부풀고 있다.
올해 바이오업계에서 가장 화두였던 생물보안법의 취지가 중국견제였던 만큼 트럼프의 정치행보와 일맥상통할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반면 국내 기업들이 중국 기업의 대체 옵션으로 부상하고 있으나 향후 미국의 자국우선주의와 글로벌 업체들과의 경쟁 과열도 눈여겨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47대 미국 대통령 당선인./사진=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페이스북
13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의 당선으로 인해 생물보안법의 취지가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는 대선 공약으로 바이오와 관련해 생물보안법과 약가인하, 해외 생산 의존도 약화 등을 내세웠다.
앞서 바이오 USA 등의 글로벌 컨퍼런스 등에서 중국 기업들은 생물보안법 이슈로 인해 불참을 선언했다. 이로인해 국내 바이오업체들의 관심도가 높아지는 동시에 일본과 유럽 등의 바이오 업체들과 함께 대체될 수 있는 기업들로 주목 받았다.
생물보안법의 골자는 중국의 유전체회사 BGI그룹을 비롯해 CDMO기업인 우시바이오로직스와 CRO기업 우시앱텍, MGI테크 등의 기업들이 미국에서 사업할 수 없는 것을 골자로 한다. 미국 내 병원 등 의료 제공자들이 중국 기업들의 제품과 서비스를 사용할 수 없는 것이다.
미국은 의료시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시장인 만큼 중국 기업들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국내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비롯한 CDMO사업을 주축으로 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은 많은 수주 문의를 받기 시작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송도 제 4공장 전경./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이와 더불어 트럼프가 내세웠던 약가인하도 국내 기업들에게 긍정적인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재임 기간 동안 약가인하를 통해 의료비 절감을 주장해왔다. 해당 공약은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값이 낮은 복제약과 바이오시밀러 등의 사용을 확대하겠다는 내용이다.
시장 경쟁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가진 기업이 판매가 확대되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이는 삼성바이오에피스, 셀트리온, 에스티팜등 미국 FDA(식품의약국)에서 바이오시밀러 허가를 확대하고 있는 기업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기업들이 바이오시밀러에 공을 들이고 있는 만큼 경쟁 구도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창이 열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트럼프의 당선으로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라는 기대감과 달리 앞으로의 행보를 주의깊게 봐야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 견제에 따른 대체 기업 물색이 국내 기업뿐 아니라 다양한 옵션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후지필름과 스위스의 론자 등의 기업들이 대표적이다.
해당 기업들도 생물보안법 이슈에 따른 중국 공백을 노리고 투자 규모 확대를 예고했다. 후지필름은 지난 4월 미국 내 바이오 제조 시설 확장을 위해 4조3800억 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인도 기업들 또한 낮은 R&D(연구개발)비용과 인력 등을 내세워 글로벌 제약 경쟁에 나서고 있다.
이외에도 중국견제라는 전제외에도 트럼프가 앞서 보여왔던 행보로 미뤄보아 자국 우선주의 기조로 가게 될 경우도 주목해야 할 요소다.
트럼프는 의료 부문 정책으로 자국 내 필수의약품 생산을 내세우는 등 해외 의존도를 낮출 것이라는 의지를 보였다. 이에 따라 몇몇 미국 바이오제약기업들은 시설 투자를 감행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아스트라제네카는 R&D 및 제조시설에 4조9000억 원의 대규모 투자를 발표했다. 이 같은 투자는 중국 바이오 기업 공백의 대체를 자국 기업으로 눈을 돌릴 수도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업계 관계자는 "생물보안법으로 인해 중국 기업들의 공백을 우리나라와 일본 등의 기업들이 대체할 수 있는 옵션으로 부상해 이익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가고 있는 국내 기업들이 있지만 다른 국가도 마찬가지이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 전략적으로 움직여야 할 부분이 상당수 존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