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견희 기자]삼성전자가 고대역폭메모리(HBM) 역량 강화에 분주하다. 내년 역시 HBM 기술력에 따라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이 갈릴 것이란 전망이 잇따라 나오면서 설비 증설은 물론 기술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은 삼성전자 반도체 클린룸. /사진=삼성전자 제공
1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충남 천안시 삼성디스플레이 건물을 일부 임차해 반도체 후공정에 해당하는 패키징 라인 시설을 증설하기로 했다. 28만 ㎡ 부지에 지어지는 이번 설비는 2027년 가동을 목표로 한다.
삼성전자가 D램을 쌓아 HBM을 자체 제조한 뒤 이를 다시 파운드리 공정으로 최종 패키징하는 작업을 거치는데, 이를 담당하는 시설인 것이다. 일각에서는 천안에 패키징 라인을 추가 건립하며 아예 HBM용 첨단 패키징 핵심 기지를 구축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패키징은 반도체 제조의 마지막 단계로 웨이퍼 반도체 칩을 하나씩 분리한 낱개로 자른 뒤 칩 외부 시스템과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전기적으로 연결하고, 외부 환경으로부터 칩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작업이다. 삼성전자가 이러한 패키징 설비를 증설하는 이유는 차세대 HBM 준비를 위한 포석으로도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내년 상반기 주요 고객사들의 차세대 GPU(그래픽처리장치) 과제에 맞추어 최적화된 HBM3E 개선 제품의 양산화를 추진 중이다. 또 6세대 제품인 HBM4도 내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한다. 최근에는 주요 고객사 엔비디아로부터 HBM3E 품질 테스트를 통과했다는 소식도 들렸다.
특히 HBM4부터는 고객 맞춤형 성격이 높아 제조사의 자체 패키징 능력이 기존 세대보다 더욱 중요해지는데, BHM4부터는 그래픽처리장치(GPU)와 HBM을 연결해주는 베이스다이에 고객사가 요구하는 기능을 추가하는 로직 공정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첨단 패키징 공정 기술 난도에 따라 고객이 요구한 만큼의 성능을 이끌어 낼 수 있느냐도 결정된다. 즉 패키징 기술력에 따라 차세대 HBM 시장에서 승패가 갈릴 가능성이 높다는 소리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 역시 HBM 역량에 따라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이 갈릴 것이란 전망이 지속해서 나오고 있다"며 "차세대 HBM부터는 자체 패키징 기술력 차이 영향도 많이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범용 메모리 시장 부진으로 인한 고부가 제품인 HBM 쏠림 현상도 지속될 전망이다. 시장에선 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는 반면 PC와 모바일용 D램 수요는 정체되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국내 기업들은 범용 메모리 제품 비중을 줄이고 HBM 등 고부가가치 시장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김재준 삼성전자 부사장도 지난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근원적 사업 체질 강화를 위해 선단·고부가 제품 위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있으며, 선단 제품의 경우 AI와 서버용 고수익 제품 수요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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